[대선경선] ‘졌지만 이긴’ 라이징 스타, ‘안희정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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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경선] ‘졌지만 이긴’ 라이징 스타, ‘안희정 남경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1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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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기 주자’ 떠오른 안희정·이재명
‘보수 주자’ 부상한 김진태
‘한국 정치 미래’ 제시한 남경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왼쪽부터)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진태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 뉴시스 / 그래픽디자인=김승종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치열한 경선 과정을 뚫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며 ‘제19대 대선 후보’ 타이틀을 단 원내정당 대선후보들이다. 그러나 경선의 ‘수혜자’는 이들만이 아니다. 승자들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후일을 기약할 수 있게 된 ‘승리한 패자’들을 〈시사오늘〉이 소개한다.

안희정 충남지사

‘본선보다 더 치열한 예선.’ 혹자들은 민주당 경선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경선에서 패퇴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말은 그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대선’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레토릭일 뿐이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풍(安風)’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번 대선에서 안 지사는 일약 ‘유력 차차기 주자’로 떠올랐다. 잠시나마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 후보를 위협하는 등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확인했고, 보수 진영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중도 확장성까지 증명했다. 여기에 ‘대연정’이라는 콘텐츠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 ‘통합의 아이콘’이라는 포지션까지 확보했다. 국민적 인지도를 쌓았을 뿐만 아니라, ‘통합’이라는 이미지까지 획득한 안 지사는 이번 경선 최고의 승자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경쟁하는 두 분(문재인·안희정)들은 화려하다. 유산도 많고 당내 세력도 많아 그분들은 재벌 2세쯤 되고, 나는 벤처기업 창업자 수준이다.”

이재명 시장은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벤처기업 창업자’에 비유했다. 민주당 최대 계파 ‘친노(親盧)’에 속하는 문재인 후보나 안희정 충남지사와는 달리, 당내 조직이 전무한 이 시장은 불리한 조건에서 경선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최종 득표율은 21.2%.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불과 0.3% 뒤졌을 뿐이다.

이처럼 이 시장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철학과 그를 뒷받침하는 시원시원한 언변(言辯)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거친 화법으로 수많은 ‘안티’를 불러 모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확장성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결속력 있는 ‘팬덤’을 지니게 됐다는 의미다. 안 지사와는 구별되는, 야성(野性) 강한 지지자를 갖게 된 이 시장은 차기 대선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후보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의원

지난 경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이인제·김관용·김진·신용한 등 9명의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 가운데는 실제로 대권을 노린 후보도 있었지만, ‘체급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태 의원은 ‘성공한’ 후보로 꼽을 만하다. 한국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달 3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김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5.3%를 얻었다.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홍준표 후보 등 ‘거물급’ 정치인들 바로 다음 자리인 6위 기록이다. 각각 바른정당과 정의당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가 2.6%, 심상정 후보가 3.4%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의원이 얻은 5.3%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한국당 경선에서도 김 의원은 19.30%를 얻어 이인제 상임고문과 김관용 경북지사를 누르고 2위에 올랐다. ‘김진태’라는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 ‘대선 후보급’ 보수 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물론 김 의원의 지지 기반이 ‘강성 친박’이고, 이들을 결집하는 방식으로 쌓은 지지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경선을 통해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한 만큼, 정치인으로서의 ‘체급’을 높이겠다는 당초 목표는 성취한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경기지사

앞선 인물들과 달리,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번 경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획득한 주자는 아니었다. 바른정당 후보 선출 직전 수행한 지난달 27일자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남 지사의 지지율은 1.0%에 불과했다. 수혜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가 이번 경선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칭찬하는 말이 나온다. 유승민 후보와 함께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남 지사는 유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인신공격성 네거티브는 철저히 지양했다. 또 유 후보와 대본 없는 스탠딩 토론을 펼치며 내공(內功)도 과시했다. 호평을 받은 스탠딩 토론에 대해 유 후보 측이 ‘상대가 남경필이라서 가능했다’는 평가를 내놨을 정도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도 구습을 답습하지 않고 건강한 정책 대결을 펼치며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바른정당 경선 과정이 관심을 받지 못한 탓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고, 당내 입지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경선을 만들어낸 주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선은 남 지사에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무대로 기억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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