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홍준표 전략은 ‘보수’와 ‘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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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 홍준표 전략은 ‘보수’와 ‘영남’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1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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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은 ‘진보·호남후보’로 몰고 劉에는 ‘강남좌파’ 딱지 붙이고…‘보수·영남’ 결집하는 洪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후보 선출 이후 ‘막말’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추이를 주시하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13일 첫 TV토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판짜기에 돌입했다 ⓒ 뉴시스

홍준표의 전략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보 선출 이후 ‘막말’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추이를 주시하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 13일 첫 TV토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판짜기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후보의 전략을 ‘집토끼 사수’로 요약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중도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홍 후보는 보수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그의 행보는 철저히 ‘보수’와 ‘영남’을 향하고 있다.

‘나만 보수다’ 외치는 洪

지난 13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는 전방위적 공세를 펼쳤다. 문 후보를 향해서는 “지금 주적은 문재인 후보다. 친북 좌파기 때문에 그렇다”고 쏘아붙였고, 안 후보를 “민주당은 호남 1중대, 국민의당은 호남 2중대”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는 ‘강남 좌파’라는 딱지를 붙였다. 심지어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는 “대통령 될 일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막말까지 던졌다.

이러한 수위 높은 발언 탓에, 방송 직후 홍 후보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첫 토론회가 홍 후보의 정교한 ‘구도 설정’ 작업이었다고 분석한다. 문·안·유·심 네 후보를 모두 진보로 몰아넣고, 본인만 보수로 정의함으로써 ‘좌파와 투쟁하는 외로운 우파 후보’라는 프레임을 작동시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토론회 직후 〈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 출연해 “홍 후보의 발언은 정교하계 계산된 발언”이라며 “우파 후보는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유 후보를 강남 좌파라고 비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일희 SBS 정치부 선임기자 역시 “홍 후보의 막말은 컨셉”이라면서 “모든 후보를 좌파로 몰고 본인은 우파로 포지셔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보다는 이념에 중점을 둔 자극적 발언으로 선거를 좌우 구도로 몰고 가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유일한 우파’로 규정해 대역전극을 노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東)으로, 또 동(東)으로

선거운동 역시 이러한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홍 후보는 TK(대구·경북) 지역을 네 차례, PK(부산·경남) 지역을 네 차례, 충청 지역을 두 차례 방문했다. 반면 호남을 찾은 것은 호남·제주 선대위 발대식이 있었던 지난 6일 단 하루에 불과했다. 호남이 ‘본진’임에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지속적으로 TK·PK 지역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발언도 영남을 겨냥하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본부 선거대책회의에서 “영남만 결집하고 그 민심이 수도권으로 확산하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이철우 사무총장 역시 “동남풍을 일으켜 충청도 지역으로 간다. 그래서 영남·충청 연대론을 갖고 싸우겠다”며 영남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보냈다. ‘남의 땅’을 넘보기보다는 ‘자기 땅’인 영남에 집중해 지지율을 키워가려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19일 국회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 홍 후보는 생각 없이 막말만 내뱉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라며 “문 후보는 호남·진보, 안 후보는 호남·중도보수 후보기 때문에 영남과 보수만 붙들어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궤멸 직전인 한국당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문·안을 좌파·호남 후보로, 자신을 우파·영남 후보로 두는 구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치밀한 ‘판짜기’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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