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문재인, 개헌 매개로 김덕룡과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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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 문재인, 개헌 매개로 김덕룡과 손잡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4.19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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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의 문재인 지지가 가지는 진짜 의미
개헌 주자·중도확장 반격·PK 민심 다지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학교 특임교수도 함께하며 사실상 상도동계를 껴안은 셈이다. 그 진짜 의미와 향후 대선에서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학교 특임교수도 함께하며 사실상 상도동계를 껴안은 셈이다. 그 진짜 의미와 향후 대선에서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김 이사장은 19일 공식적으로 문 후보의 지지를 표명했다. 대선 캠프에선 ‘하나된 대한민국 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세력이었던 상도동계의 현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의 발자취는 화려하다.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다 YS를 만나며 정계에 입문, 야당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사실상 한나라당을 만들어낸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김 이사장은 “문재인과 일면식도 없지만 박근혜를 도저히 지지할 수는 없었다”며 탈당했다. 당시 YS의 핵심 참모그룹 중에선 유일하게 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계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니 만큼, 김 이사장의 공식 지지는 과거 YS와 DJ가 함께했던 민주화 세력의 맥을 잇는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문 후보도 “3당 합당으로 갈라졌던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 진영이 다시 하나로 통합되게 됐다”고 평했다.

실제 김 이사장과 상도동계의 문재인 캠프 합류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양대 거목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의 결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손을 잡은 사건이다.

김 이사장 영입으로 문 후보는 겉으로 드러난 민주세력으로서의 정통성이라는 명분을 획득한 것 외에도, 크게는 세 가지의 의미를 확보했다. 개헌 약속을 가시화하면서 개헌의 적임자임을 어필했고, 중도 확장으로의 교두보를 놓으며 선거의 흐름을 바꿨다. 그리고 PK(부산경남) 민심을 다질 수 있는 카드도 뽑은 셈이다.

▲ 김덕룡 이사장 영입으로 문재인 후보는 겉으로 드러난 민주세력으로서의 정통성이라는 명분을 획득한 것 외에도, 크게는 세 가지를 얻었다. 개헌 약속을 가시화하면서 개헌의 적임자임을 어필했고, 중도 확장으로의 교두보를 확보하며 선거의 흐름을 바꿨다. 그리고 PK(부산경남) 민심을 다질 수 있는 카드도 뽑은 셈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우선 개헌 후보로서의 인증이다. 개헌에 대한 열망이 정치권에 가득한지는 오래됐다. 지난 19대와 이번 20대 국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만나는 정치인마다 ‘87년 체제는 너무 오래됐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개헌 국민투표가 물리적으로 이번 대선과 함께 치를 수 없게 되자, 이제 개헌은 후보들의 공약으로 넘어갔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 정치 소명으로 개헌을 꼽던 인물이다. 지난 2014년엔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과 함께 ‘국민동행’이란 모임을 만들어 개헌을 추진하기도 했다. 어느 한 후보도 특별히 지지하지 않고, 개헌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데 김 이사장은 모든 초점을 맞춰놓고 있었다. 이런 그가 문 후보의 손을 잡았다는 것은 개헌에 대한 의지를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장이 지휘할 ‘하나된 대한민국 위원회’는 통합정부 및 개헌 구상을 담당하게 된다. 문 후보는 “촛불 민심을 받드는 진정한 정권교체와 대통합 정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개헌의 실현까지 함께 손잡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 이사장은 회동 후에 “(개헌에 대해) 확실하게 당부했고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헌을 지지하는 정치세력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개헌 자신의 마지막 소임이라 천명한 정치인도 많다. ‘개헌전도사’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개헌을 위해 당을 만들고 출마를 강행했을 정도다.

다음으론 중도 표심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하며 선거 흐름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종료와 함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상승세를 탔다. 당내경선 압승 뒤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중도 표심을 흡수하면서다. 반면 턱밑까지 추격해온 안 후보로 인해 문재인 대세론은 타격을 입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지난 대선에서 중도 표심을 끌어모으는 것의 중요성을 깨우친 상황이다. 선명성 경쟁을 하다 무너진 경험이 있다. 두 후보가 김 이사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에게 경쟁하듯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김 이사장은 이날 회동 자리에서 “양심적인 보수, 합리적인 보수, 민주 보수는 참 우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중도 세력의 이탈 소식만 들려오던 문 후보에게 이는 확실히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 계기가 됐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이날 기자에게 “김영춘이 흐름을 바꿨다”고 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김 이사장의 보좌진 출신으로, 이번 영입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인사다.

또한 PK 민심의 균형추도 깨질 수 있다. 부산은 원래 YS와 상도동계를 향해 강한 지지를 보내던 옛 야도(野都)다. 새누리당에 대한 오랜 지지도 3당 합당 이후 이뤄졌다. 김 이사장과 함께 문정수 전 부산시장, 홍인길 전 국회의원(부산서구) 등 지역의 원로들도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 야권은 저력을 과시했다. 김영춘 의원(부산진구갑)은 “YS를 향했던 민심이 남아 있다. (문 후보의) 지지율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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