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바보야, 문제는 ‘통합 단일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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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 바보야, 문제는 ‘통합 단일화’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2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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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메시지 없는 물리적 단일화, 패배 부른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한국 정치에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법칙에 가까운 인과관계가 있다. ‘통합 단일화의 법칙’이다 ⓒ 뉴시스 / 그래픽디자인=김승종

정치에는 법칙이 없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에는 인간의 심리라는 요소가 개입되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통용되는 필연적 관계는 존재하기 어렵다. 정치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법칙으로 평가받던 ‘뒤베르제의 법칙’조차 대한민국 4·13 총선이라는 반례(反例)에 직면한 바 있다. 뒤베르제의 법칙이란 단순다수제가 양당제를,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를 가져온다는 법칙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법칙에 가까운 인과관계가 있다. ‘통합 단일화의 법칙’이다. 87년 체제 수립 이후 치러진 6차례의 대선에서, 이른바 ‘메이저 후보’끼리의 단일화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 2002년 노무현·정몽준, 2012년 문재인·안철수까지 총 세 차례 있었다. 그중 1997년과 2002년은 성공으로, 2012년은 실패로 끝났다. 속성이 상이한 까닭이었다.

성공으로 귀결된 1997년·2002년 단일화는 이질적 후보들의 단일화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대중 후보(DJ)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를 일군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반면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JP)는 ‘박정희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던 군부 세력이었다. 즉, DJ가 평생을 치열하게 싸워온 군부 세력에게 손을 내민 것은 ‘통합의 메시지’나 다름없었고, 통합 단일화는 단순히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산한 차원을 넘어선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실제로 제15대 대선에서 DJ는 충청도에서 이회창 후보를 43만 표 앞선 것은 물론, DJ를 ‘빨갱이’로 여기던 TK(대구·경북)에서도 1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에서조차 ‘야합’이라고 반발했던 연대였지만, 결론적으로 이념 색채가 전혀 다른 진영과 힘을 모은 것이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셈이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도 유사한 조합이다. 노 후보는 ‘기득권 청산’을 외치면서 혜성처럼 떠오른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6남이자 현대중공업 회장을 지낸 ‘재벌’ 출신이다. 두 사람의 단일화는 사실상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결합이었다.

기묘한 만남이었지만, 어쨌든 정 후보는 반미·반기업 등으로 점철된 노 후보의 과격한 이미지를 중화(中和)시키는 데 기여했다. ‘재벌 2세 보수주의자’인 정 후보가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 후보를 돕는 그림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각된 소득계층 간 갈등을 약화시키고, 국민을 통합하는 상징성을 뿜어냈다. DJP연대와 마찬가지로, 노·정 단일화 역시 선명성은 약화되고 통합성은 강조되는 형태의 단일화였다.

반면 2012년 단일화는 동질적 후보 간의 연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2년 10월 12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공히 수도권과 호남, 40대 이하, 민주통합당 지지층, 중도와 진보 층에서 지지를 받았다. 이러다 보니 단일화 과정에서도 이념이나 계층을 넘어선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호남·진보’라는 선명성만 강화되며 ‘보수 대결집’을 부르는 역효과를 낳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21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번 대선전에 임하고 있는 후보들 역시 이 대목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매섭게 추격하던 안 후보의 상승세가 주춤하자, 보수 진영에서는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국민의당·한국당·바른정당의 집합은 문 후보를 막기 위한 ‘반문(反文) 연대’의 성격이 강하다. DJP나 노무현·정몽준의 케이스보다는, 2012년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결행했던 물리적 결합과 속성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어 "안 후보를 위시한 보수 진영 후보들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DJP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다면, 18일은 충분히 승패를 뒤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통합의 메시지 없이 단순히 산술적 지지율 합산을 위한 단일화를 시도한다면, 18일은 문 후보의 ‘단독 질주’를 지켜보기 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단일화’가 아니라 ‘통합 단일화’라는 역사의 충고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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