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ELS 수익률 조작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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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ELS 수익률 조작의혹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5.2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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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증권, ‘판매만 했을 뿐, 억울’
한화증권, ‘조작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

외국계 은행이 발행한 ELS(주가연계증권)가 수익률 조작의혹을 받고 있다.
 
만기를 앞두고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ELS가 만기 당일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서 배당금은 커녕 원금마저 까먹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ELS의 수익률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대규모 매도 물량이 정작 ELS를 발행한 외국계 은행의 창구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ELS의 수익률을 마이너스로 내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매도 물량을 내보낸 것 아니냐”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ELS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감독당국인 금융 감독원이 ELS에 대해 전면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미 예고된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박 꿈’ 꾸던 개미투자자들 악몽으로 내몬 ELS
 
문제가 된 상품은 한화증권이 지난해 4월 판매한 '스마트 ELS 10호'. 이 상품은 지난달 22일 만기일을 앞두고 연 22%의 고수익이 예정돼 있었다. 이 ELS는 포스코와 SK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기당일 최초 기준주가(2008년 4월22일 주가)가 75% 이상이면 연 22%의 고 배당금을 받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문제의 ELS는 고수익은커녕 원금마저 까먹었다. 만기 당일인 지난달 22일 종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장중 내내 플러스를 유지하던 SK의 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유는 장 마감을 앞둔 동시호가때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ELS는 기초자산 중 하나인 SK의 주가가 74.6% 수준으로 결정됐고, 상품전체 수익률이 -25.4%로 추락하면서 ELS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원금마저 깎아먹는 손실이 보게 됐다.
 
고수익이 예상됐던 ELS가 만기 몇 시간을 앞두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과정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이 매도주문이 정작 ELS의 발행자이자 헤지(위험회피)를 담당했던 캐나다은행에서 들어온 주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 관계자는 “만기를 앞둔 ELS가 갑자기 마이너스로 조정한 것은 주가 조작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국발 신용위기로 인해 해외 금융회사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어 이 같은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화증권, ‘판매만 했을 뿐, 억울’
 
ELS 조작의혹에 대해 해당상품을 판매한 한화증권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단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ELS의 판매를 담당했을 뿐, 수익구조에는 책임이 없는데도 이번논란으로 인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됐다”며 억울해 하면서도 “일단 우리가 판매했다는 점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여겨져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작의혹 예고된 것, 제도 개선 시급

감독기관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 감독원은 전면적인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LS의 기초자산과 만기일 등 수익률 조작을 감시하기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는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등 관리부재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발생한 한화증권 ELS 수익률 조작 의혹과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ELS의 수익률 조작 여부를 감시하려면 ELS의 발행규모, 기초자산과 상품구성, 만기일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주가변동 상황을 살펴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ELS 모든 상품을 대상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화증권의 ELS상품만 하더라도 지난달 22일까지 1년 치 거래내역을 입수해야 해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현 ELS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익률 조작의혹 사건은 개별종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미 예고된 것”이라며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사용하려면 거래량이 많은 종목에 한정하든지 마감 직전 5~10일 종가를 평균해 마감일 가격을 산정한다든지 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ELS의 80%가 헤지를 외국계 금융회사에 맡기는 백투백(BTB)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와 유사한 사건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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