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한가위 정담(政談), 정담(情談) 되길…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동성칼럼>한가위 정담(政談), 정담(情談) 되길…
  • 시사오늘
  • 승인 2010.09.20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과 함께, 민족의 2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한가위가 다가왔다. 특히 추석은 한겨울의 엄동설한에 맞이하는 설날에 비해 비교적 선선한 날씨와 추수기라는 시기적 이점 탓에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의 얼굴이 더 넉넉하고 반갑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1년에 한두 번 맞이하는 친지들과의 만남도 추석이면 더 풍성해진다.
인구의 이동도, 여느 명절이나 연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가 본래의 거주지를 떠나 일가친척을 찾아가거나 조상들이 모셔진 묘소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친지와 친척이 한꺼번에, 그것도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차례를 모시는 고향집의 상다리는 말 그대로 휘어지기 일쑤다. 반가운 만남이니 웃음꽃은 절로 핀다. 추석 풍경이 이렇다 보니, 침체된 경기로 다소 어눌했던 재래시장과 백화점은 모처럼 대목을 맞아 활기에 넘친다.
 
그러나, 추석이면 늘상 대목을 맞이하는 곳은 비단 재래시장의 상인들만은 아니다.
 
추석에 앞서 들뜨고 흥분되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차례상에 올릴 술과 과일 그리고 음식을 판다면, 정치권은 민심의 차례상에 올릴 정담(政談)을 판다는 점에서 일면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 상인이 민초(民草)의 호주머니를 열어 살아간다면, 정치인은 민심의 입을 열고 지지를 얻어 살아간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비교적 비슷한 생존 패턴을 갖는다고 하겠다.
 
이들에게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상인들이 추석 시즌을 보내고 수익을 계산하며 수중에 들어온 금전을 계산하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역시 추석을 마치고 난 후 변화될 지지율을 계산하거나 선거라도 놓여 있으면 어김없이 표 계산부터 해야한다는 것도 공통적인 행동 패턴이라 하겠다.
 
그런데 같다면 같고 다르다면 다른 이들의 행위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는다.
 
이는 특히, 직접적인 상거래에서 이뤄지는 손익계산에 비춰, 정치권이 구태를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인들이 추석 등 명절 대목을 맞아 쏟아 놓는 상품에 이익만을 생각해 혹시라도 상한 재료나 불량품을 끼워 팔거나 원산지 등을 속여 판다면 어떻게 될까?
 
단란한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 배를 채우고 오붓한 정담을 나누기는커녕, 탈이 나거나 속았다는 생각에 원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문제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가 바로 이런 얄팍한 상술만으로 민심을 현혹하려 한다는 것이다. 늘 민심에 귀를 기울이거나 고향으로 떠난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대신 무거운 정쟁의 짐을 지우거나 차례를 마치고 둘러앉은 가족들의 입에 맛난 음식 대신, 험악한 '정치 이야기'가 오가도록 해 들뜬 기분을 망치게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명절 시즌에만 유독 독거 노인이나, 결손 가정을 찾아 위안이라는 허울로 불우 이웃을 돕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도 이제는 사라져야할 정치권의 안 좋은 습관이다. 이들의 소외감과 외로움이 어디 명절뿐이겠느냐는 말이다.
 
재화(財貨)를 팔아, 금전을 얻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발품과 입품을 팔아 민심을 얻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회적 선심성이라면 불량 상인이 파는 불량 상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에 모처럼 모여 나누는 가족들의 정담(政談)이 말 그대로 '정이 담긴' 정담(情談)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동성 월요시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