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삼성 '악재' 롯데 '숨돌린' SK…5월 위기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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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삼성 '악재' 롯데 '숨돌린' SK…5월 위기넘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4.24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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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에 발묶인 삼성·롯데…SK는 빠른 경영정상화 행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침표를 찍은지 엿새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뇌물공여 혐의’라는 사슬에 묶인 기업들과 아닌 기업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먼저, 삼성의 경우 뇌물공여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기소로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룹의 해체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폐쇄로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개편됐지만,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심리하고 있는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현재까지 총 6회 열렸다. 특검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는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뇌물죄 성립 여부를 놓고 특검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증거의 양도 많아 3개월 내 1심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매주 수·목·금 3일씩 공판을 여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5년만에 이탈리아 ‘엑소르(Exor)'사의 차기 이사진에서 배제된 것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과 무관치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엑소르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파트너社로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다. 하만을 인수를 통해 전장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엑소르 이사진 배제가 뼈아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엑소르 이사회에 불참해야 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2017’행사와 글로벌 리더 모임인 스위스 다보스포럼, 3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등도 줄줄이 불참해 ‘글로벌 비즈니스’에 발이 묶였다.

업계에선 전문경영인 체제에선 큰 규모의 투자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총수 부재 상황이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IT분야의 변화가 빠른 만큼, 사업에 대한 총수의 신속한 결단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일 오전 9시 15분 경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 권희정 기자


◇ 일주일 내내 재판받는 신동빈 회장…힘겨운 경영정상화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불구속기소 처분을 받아, 삼성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경영권 분쟁과 중국의 사드보복, 관세청의 잠실면세점 특허 취소 가능성 등 ‘먹구름’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 회장에 대한 ‘뇌물죄’가 확정될 경우, 관세청은 서울 잠실면세점의 특허 취소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4개월여 동안 신 회장의 발을 묶었던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고무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의 각종 사업들이 유탄을 맞아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신 회장이 수년간 중국을 오가며 형성한 인맥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빽빽하게 잡혀있는 공판 일정 때문에 신 회장이 본격적으로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이미 계열사 피에스넷 증자 관련 계열사 동원건,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급여제공 건 등 세가지 혐의에 대한 재판으로 매주 이틀간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공판까지 겹치면 신 회장은 매주 3~4일을 꼬박 재판 준비와 출석에 할애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가 집계한 지난달 그룹 전체 매출손실 규모는 2천 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롯데마트 지점 99개의 90%에 달하는 87곳이 당국에 의한 강제 영업정지와 불매운동으로 문을 닫으면서 하루에만 1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 면세점과 롯데식품 계열사 등의 중국매출 감소로 1천 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세가 6월까지 지속될 경우, 누적 매출손실은 1조원을 웃돌게 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도,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 작업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오는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본인의 이사 복귀 안건을 이사회에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의 복귀를 놓고 표대결이 이뤄진다면 지난 2015년 이후 네번째 형제간의 표대결이 된다.

한편으로, 신 전 부회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승기를 잡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앞서 세차례의 형제간 표대결에서 신 전 부회장이 주주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의해 뇌물혐의로 구속된 것을 언급하면서 “지난해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에 우호적인 롯데홀딩스 지분이 버티고 있어, 신 전 부회장의 역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20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패널들이 사회성과 인센티브의 성과와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최광철 SK 사회공헌위원장,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최태원 SK 회장,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 ⓒ SK


◇ 무혐의 처분으로  '홀가분'한 최태원 회장, 도시바 메모리 인수 적극 행보 


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홀가분히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두 기업과 상반된다.

최 회장은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 타진을 위해 24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출국했다. 이번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이후 4개월여만이다.

도시바는 세계 2위의 낸드 플래시 생산업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에서 5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는데 성공한다면 단숨에 2위 업체로 뛰어오를 수 있다. 최 회장으로서도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이번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에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통신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5개사가 유력후보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홍하이정밀공업은 경쟁업체보다 약 1조원이 많은 최대 3조엔(약 31조원)의 입찰가를 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과 안보 문제 등을 들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중화권 국가 매각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1차 입찰에서 SK하이닉스는 1~2조엔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 회장은 2차 입찰에서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케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계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일본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기술유출이라는 일본정부의 우려를 일정부분 희석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또 반도체 고객들에게 절대로 해가되지 않는 방법 안에서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도시바의 이해관계자들이 SK하이닉스 협업을 원한다는 범위 내에서 여러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나타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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