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단일화] 선 긋는 홍준표…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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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단일화] 선 긋는 홍준표…이유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2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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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해도 승산 낮아…보수 주도권 잡고 대선 후 당권 노리는 전략인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바른정당에서 3자 단일화론을 들고 나왔지만, 정작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 뉴시스

대선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유승민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간 ‘3자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유 후보는 반대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당의 행보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단일화 대상자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3자 단일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홍 후보는 25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남재준(무소속), 조원진(새누리당), 유승민(바른정당) 이렇게 해서 대통합하는 게 맞지 않느냐. 그렇게 하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며 “이념과 정체성이 너무 달라서 안 후보와는 단일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자 단일화보다는 보수 통합을 노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홍 후보가 ‘반문(反文) 연대’가 아닌 ‘보수 대통합’에 방점을 찍는 데는 ‘낮은 당선 가능성’이라는 배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홍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홍 후보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9%에 불과했다. 안 후보가 3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방식을 쓰든 단일화 승자는 안 후보일 공산이 크다. 거대 보수 정당 후보인 홍 후보가 쉽게 단일화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안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것 또한 고민거리다. 현재 안 후보의 지지율은 호남과 보수가 결합한 형태다. 앞선 조사에서, 안 후보는 광주·전라에서 35%, 보수에서 45%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않은 홍 후보가 안 후보와 결합했을 시, 보수 결집은 되지 않고 호남 지지율만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4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도 없고 절대 안 한다. 지금도 구여권 쪽 인사들이 엄청 들어오겠다고 하는 걸 안 받고 있다. 호남 표가 나가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단일화가 안 후보의 당선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의 ‘지분 챙기기’도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다.

홍 후보가 3자 단일화에 소극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는 지적이다. 명분이 없고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3자 단일화보다는, 보수 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보수 헤게모니’를 잡는 데 집중하는 쪽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현재 지지율과 원내 의석수를 모두 고려했을 때, 안 후보를 제외한 보수 후보 간 단일화는 홍 후보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다. 즉, ‘보수 대통합’을 내걸고 주도권을 잡은 뒤, 대선 이후 당권 획득에 나서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25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날 바른정당에서 제기한 3자 단일화에 대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홍 후보가 안 후보 밑으로 들어가면 대선 이후에도 보수의 중심은 국민의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면, 바른정당과 통합한 후 보수 세력의 중심 자리를 회복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 후보에게 가 있는 지지율은 보수 지지율이 아니라 ‘반문(反文)’ 지지율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면 다시 보수정당에게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그때를 대비해 당권을 지키고 있는 쪽이 낫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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