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홍준표는 문재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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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 홍준표는 문재인을 응원한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2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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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되면 보수 결집할 것…정치 인생 40년 노정객의 통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과거 JP의 측근으로 불렸던 정치권의 한 노정객 26일 〈시사오늘〉과 만나 “장기적으로는 문재인이 이겨야 홍준표가 산다”고 말했다 ⓒ 뉴시스

‘홍준표는 문재인을 응원한다.’

과거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측근으로 불렸던 정치권의 한 노정객(老政客)은 26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음식점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유한국당은 소멸할 것이며, 대권 이후를 바라보는 홍준표 후보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얼마 전까지 ‘적폐청산’을 내걸고 보수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안 후보는 당선 후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통합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보수 진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노정객의 통찰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시사오늘〉은 그의 생각을 술회 형식으로 풀어봤다.

“문재인의 통합 행보, 선거 전략일 뿐”

“요즘 들어 문재인이 통합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나는 이것이 선거 전략에 불과하다고 본다. 간단한 논리다. 문재인의 정치는 소명 의식에서 비롯됐다. 원래 정치를 하려던 사람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등장한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몬 ‘적폐세력’을 청산하는 것, 그것이 문재인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다.”

“문재인 대담집을 읽어봤는데, 이런 내용이 있더라. ‘기득권은 여권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야권에도 있다. 기득권에 도전하고 허물고자 했기 때문에 기득권을 지닌 모든 세력이 노 전 대통령을 불온한 사람으로 본 거다.’ 전형적인 선악 구도다. 문재인에게 악은 ‘여권, 그리고 야권 일부 기득권’이다. 이런 사람이 선거가 끝난 뒤 구(舊) 여권 인사들을 챙겨주겠나. 어림없는 이야기다.”

“김종인만 봐도 알 수 있다. 총선 전 당이 위기에 빠지자, 문재인은 김종인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그러면서 전권을 주고, 셀프 공천 같은 사건이 있을 때도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총선 후에 어떻게 됐나. 문재인이 나서서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은 노욕에 찌든 정치인이 됐다. 지금 문재인에게 간 보수 인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된 문재인이 보수를 멀리하면 보수는 결집한다. 보수는 진보 대통령 문재인에 의해 핍박받는 세력이 되고, 반(反) 문재인을 기치로 다시 뭉친다. 이러면 이념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이념 전쟁이 재개되면 누구에게 좋나. 당연히 보수에게 좋다. 그 중에서도 홍준표가 제일 좋아할 것이다. 보수가 뭉칠 때는 대통령 후보인 홍준표를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지금 홍준표가 계속 보수를 강조하는데, 이번 대선만 바라보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미리 ‘진짜 보수는 홍준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대선 후 홍준표는 100석짜리(실제로는 93석) 거대 보수당의 실권을 장악할 수 있고, 3년 뒤에 있을 총선에서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다. 그때쯤 되면 대통령 인기가 떨어질 테니 총선에서도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면 홍준표는 다음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되겠지.”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보수에 등을 지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보수를 껴안을 것이기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 후보의 승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뉴시스

“안철수가 당선되면 한국당 소멸할 것”

“안철수는 다르다. 안철수는 집권해도 40석(실제로는 39석)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문민정부 때처럼 ‘의원 빼가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반수 넘기려면 110명, 국회선진화법 통과선을 넘기려면 140명이 더 필요한데 이 숫자를 무슨 수로 채우겠나. 결국 안철수는 보수에 손을 내밀게 돼있다. 말이 좋아 협치지, 생존을 위해 여기저기에 손을 뻗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대통령이 손을 내밀면 그것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당은 더더욱 그렇다. 지금 한국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한국당 간판 달고 다음 총선에 나서면 다 떨어진다. TK(대구·경북)에서나 몇 명 살아남겠지. 비박이나 상대적으로 약한 친박들은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안철수가 중심이 돼서 새로운 보수, 합리적인 중도보수를 건설한다고 하면 그쪽으로 옮겨갈 명분도 충분하다. 탈당하면 배지 뺏기는 비례대표 20명하고 ‘진성 친박’ 20명 정도만 한국당에 남겠지.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자리가 바뀌는 것이다.”

“그러면 홍준표는 어떻게 되나. 홍준표쯤 되는 거물이 비박들처럼 탈당해서 안철수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한국당에 남아있기도 애매해진다. 게다가 홍준표는 친박도 아니다. 진성 친박들만 남아있는 당에서 뭘 할 수 있겠나.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바른정당에서 유승민·홍준표·안철수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홍준표가 안철수를 왜 밀어주나. 안철수가 대통령 되면 한국당이 무너지는데. 홍준표가 총리 자리 욕심낼 만한 그릇도 아니고. 홍준표는 5년 후에도 60대 중반밖에 안 된다. 당권을 쥐고 있다가 보수 결집시켜서 다음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홍준표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러려면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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