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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검의 ‘삼성 죽이기’, 정의인가 악의인가
명확한 근거 없이 '추측·예단'으로 점철된 공소장, 실체적 진실규명 가능하나
2017년 04월 26일 (수) 유경표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삼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유일한 주체다. 그 힘을 오남용하는 삼성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임원진 5명에 대한 공판에서 특검이 즐겨 인용한 ‘삼성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글 중 일부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교수의 논평을 인용한 특검의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특검은 지난 공판에서 “신중하고 정제된 수사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어떠한 예단도 배제하고 증거를 우선해 수사했다” “왜곡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제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공판이 진행될수록 ‘추측과 예단을 배제했다’던 특검의 공언(公言)은 말 그대로 공언(空言)으로 전락하는 듯하다.

특검이 툭하면 인용한 김 교수의 글은 반(反)기업 정서에 기반한 좌파진영의 전형적인 논리다. 삼성이 막강한 재력을 악용해 ‘대통령’조차 회유할 수 있는 ‘악마적 존재’이며,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권력을 쥔 오너가(家)는 그 원흉이란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사실은 특검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검의 주장은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뇌물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경영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대가관계가 성립했다는 것.

따라서 박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인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대한 출연이 모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특검은 공판에서 이렇다할 결정적 증거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측과 예단’으로 점철된 정황만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했다는 ‘독대’의 구체적 내용까지 대화 형식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독대’가 두 사람만의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 맞다면,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부인하는 내용을 특검이 무슨 근거로 공소장에 적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마저도 왜곡과 억측이 난무한다. 공소장에는 ‘피고인 이재용은 ~라 생각하고’라는 표현이 무려 7번이나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말했다는 ‘올림픽 승마지원’이라는 말도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으로 슬쩍 둔갑시키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만일 이 부회장이 ‘올림픽 승마지원’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찰떡같이 ‘정유라 승마지원’으로 알아들은 것이라고 쳐도, 특검은 그렇게 판단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특검의 공소장, 그리스·로마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연상된다 

‘경영권 승계’ 주장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사실로 미뤄볼 때,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 이전인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와병보다 앞서 이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심쟁점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있다는 의혹은 그래서 설득력을 잃는다.

특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매각해야할 삼성물산 지분 1000만주가 500만주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 공정위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과 삼성의 로비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40%로, 1000만주라 해도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배력 강화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변호인측 설명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 등 대주주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9.85%였다.

삼성물산 자사주 지분 13.8%와 우호지분인 KCC 지분 8.97%까지 합치면 62.62%로 과반을 넘는다. 이는 1000만주(5.28%)를 매각한다 해도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변호인측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특히,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통해 원샷법(기업활역 제고를 위한 특별법), 노동개혁 5법 등 정부에 정책건의를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으로 보는 특검의 시각은 비상식적이다 못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적법한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기업의 활동마저 족쇄를 채우려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악(惡)이 아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선(善)하지도, 악(惡)하지도 않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의 존재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의 부를 이루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반면, 영리를 우선하는 기업의 특성상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인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면 법치로 엄히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 하에 집행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특검이 공판에서 이 부회장 등을 ‘부패 기업인’으로 몰아세우는 근거는 객관적이거나, 명확하다는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의 ‘삼성 때리기’가 혹여나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검은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갖다 댄 잣대가 엄중한 법의 잣대인지, 아니면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식 억지 잣대는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그것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실체 규명을 위해 출범한 특검의 본래 취지에 맞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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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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