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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의 포괄임금제 금지법안] “공짜야근 막아라”
<법안 톺아보기⑪> 포괄임금제 계약 막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2017년 04월 28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포괄임금제 금지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뉴시스

A(34)씨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다. 그는 매일 10시나 돼야 회사에서 퇴근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주말에도 출근한다. 그러나 A씨가 받는 연봉은 기본급에 연장근로수당 2시간 분을 포함한 액수에 불과하다. 계약 당시, 매일 2시간 연장근로를 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연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포괄임금제’ 계약이다. ‘초과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된 포괄임금제 계약 탓에, A씨는 실제 근무 시간의 50%도 되지 않는 연장근로수당만 받고 일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계약서에는 일주일에 10시간치 야근 수당만 받을 수 있게 돼있는데, 실제 야근 시간은 20시간 가까이 된다”며 “주말에 출근하는 것까지 합치면 한 달에 몇 십만 원은 손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입사하면서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하기는 어려운데, 회사에서 저런 계약서를 내밀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 포괄임금제 계약이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 개인이 ‘공짜 야근’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자료에 따르면, 게임산업 종사자 중 53.7%가 포괄임금제로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급여가 포괄임금제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35.9%에 달했다. 게임산업 종사자 최소 절반 이상이 야근을 해도 별도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만연한 포괄임금제…대법원도 ‘일부 인정’

이처럼 편법적인 임금제도가 횡행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사실상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은 기본임금에 실제 일한 시간외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더해 월 급여액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법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기본급으로 하고,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시간외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게 돼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일정액의 시간외수당을 지급·수령하기로 한 포괄임금제 계약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2010년 대법원은(2008다6052 판결)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고 했다.

물론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경우, 사용자가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근로자가 추가수당지급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보니, 초과근무가 많은 직종에서 포괄임금제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포괄임금제 계약 자체가 금지된다. 또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과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에 관한 적용제외 규정도 사라진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정미, 포괄임금제 금지법안 대표발의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포괄임금제 악용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3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의당 심상정·노회찬·김종대·추혜선·윤소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윤후덕·박남춘·심재권 의원,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도 공동 발의인으로 참여했다.

이 법안에 대해 이 의원은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고,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보다 약 300시간 이상 긴 노동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은 최근 워킹맘 과로사 사망과 질병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일화 가정의 양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문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제한 없는 포괄임금제 계약이 만연하고,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제외 등 다양한 원인이 장시간 노동시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 법안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포괄임금제 계약 금지,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 및 근로시간·휴게·휴일 적용제외 규정 삭제 등 개선을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 일과 가정의 양립, 일자리 창출과 노동친화적인 생산성 향상 및 국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본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포괄임금제 계약 자체가 금지된다. 또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도 삭제되며,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에 관한 적용제외 규정도 사라진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막는 규정이 없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에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운수업·물품 판매 및 보관업·금융보험업 △영화제작 및 흥행업·통신업·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광고업 △의료 및 위생 사업·접객업·소각 및 청소업·이용업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서는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돼있다.

근로자들은 ‘환영’, 사업주들은 ‘울상’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근로자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A씨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계약서를 들이밀면 거절하기 어렵다. 이쪽 업계(IT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이라며 “법적으로 막아주면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게 통과되면 모든 사람이 계약서를 다시 쓰나, 아니면 지금 계약은 계속 그대로 가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반면 사업주들은 “현실을 모르는 법안”이라고 비판한다. 같은 날 〈시사오늘〉과 통화한 한 IT업체 대표는 “우리 쪽은 (소프트웨어) 출시할 때가 되면 2~3일 밤새는 건 다반사”라며 “일하는 시간을 일일이 셀 수도 없고, 영세한 업체들은 야근 수당 주다가 회사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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