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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代 散策] 정동영, “연립정부 수립은 시대정신”
국민의당 정동영 국회의원
“DJ 없는 민주당, 국민경선으로 살려내”
“박근혜 정치, 돈·권력 나누는데 실패”
“안철수 내각이 가장 미래정치 가까워”
“촛불 민심 명령은 행복추구권의 실현”
2017년 04월 29일 (토) 글 정동영 국민의당 국회의원 정리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 정리 김병묵 기자)

촛불은 혁명이었다. 정치인이 떨어뜨린 국격을 국민들이 다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둔 셈이다. 최근 독일 한 매체의 도쿄특파원이 인터뷰를 마친 뒤, 내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민주주의가 경이롭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자부심을 느꼈다. 동시에 정치인으로서, 지금의 시대정신에 대해 생각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성숙한 한국의 시민들과,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봄비가 내린 지난 25일 늦은 밤, 전주 덕진구의 사무실을 찾은 기자와 시대정신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1997년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과제

30년 전, 1987년엔 우리에게 대통령 선거권도 없었다. 당시 민주주의는 시대의 소명이었다. 내가 정치에 입문한 1996년, 나는 정권교체가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정치에서 여당은 평생 여당, 야당은 평생 야당이던 때였다.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제도화 과제였고,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였으며, 내 정치의 첫 번째 목표였다. 그래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갔다. DJ의 국민의정부가 들어서면서 꿈은 2년여 만에 이뤄졌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망이 왔다.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 거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올 거다’라고 사람들은 생각했고 우리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바뀌지 않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시대적 상황이 IMF다. IMF 사태 이전의 대한민국은 그렇게까지 불평등하지 않았다. 우리는 국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서 IMF가 강요한 이른바 신자유주의 이론을 받아들여야 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나는 국민회의 DJ 후보의 대변인이었다. 어느 날 청와대에서 긴급 호출이 왔다. 대선 후보들과의 긴급 모임이 있으니, 대선 후보는 대변인을 한 사람씩 대동하고 오라고 해서 DJ와 함께 갔다. 이회창 후보, 이인제 후보도 왔는데 모두에게 백지 한 장씩을 돌렸다. 각서를 쓰라는 것이다. 본인이 12월 18일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에, IMF가 요구한 사항을 지체 없이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IMF에 내는 각서였다. 당시 국가부도는 초읽기였고, 후보들은 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DJ 당선 이틀 뒤 미국 재무차관이 당선인 방으로 왔다. ‘지난번에 각서 쓴 내용 이행하실 겁니까’라고 확인하러 온 거다. DJ가 이행하겠다고 하자 그 차관은 돌아가서 보고한 뒤 워싱턴에서 이를 발표하고, 미국은 긴급히 10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게 크리스마스 때다. 1998년 2월에 DJ가 취임하면서, 모두 목이 메었다.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다들 당선의 기쁨보다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20년간 미국이 요구했던 신자유주의 이론을 받아들인 결과, 우리 사회는 그 틀에 갇혔다. 금융자유화, 민영화, 노동유연화, 규제완화, 감세 등 이 모두가 그 잔재들이다. 그리고 불평등한 세상이 오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는 1차 소명은 이루었으나, 우리의 기대와 달리 세상은 정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시대의 과제는 변했다. 불평등 해소와 평화 유지가 지금 시대의 풀어야할 문제가 됐다. 내 정치의 소명과 방향도 자연스레 변했다. 불평등한 양극화 체제를 풀어내고, 이 불안정한 정전(停戰)상태를 평화체제로 바꿔 내야 하는 것이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DJ의 ‘4대국 보장론’은 아직도 절반

1971년 DJ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면서 함께 주장했던 것이 일명 ‘4대국 보장론’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한반도를 둘러싼 4개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교차승인을 한다. 이는 절반은 이뤄졌다. 우리는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모스크바를 마음껏 오가고 있지 않나. 하지만 평양과 워싱턴은 여전히 적대관계고, 일본과 북한도 국교가 수립돼있지 않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이 중·러와의 수교를 맺었고, DJ의 햇볕정책을 거치며 남북화해협력이 이뤄지는 등 나름의 의미있는 전진은 있었지만, 사실 100리를 가야하는데 50리밖에 못 온 셈이다. 나는 언론에 있을 때도 외교·안보·통일을 담당한 기자였고, 그래서 남북문제에 늘 관심이 있었다. 지금의 기술적 정전상태를 끝내야 한다. 평화로 가야 한다. DJ가 46년전에 들고 나왔던 4대국 보장론을 완성해 평화의 기조를 만들고, 전쟁 없이 대륙으로 가는 길을 내야 한다.

DJ 없는 민주당, 국민경선으로 살려내다

지난 21년간 정당을 부숴도 보고 만들어도 봤다. 국회의원에 당선도 돼 봤고, 떨어지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에도 나갔었다. 무려 14번의 크고 작은 선거에서 7번 이기고 7번 졌다. 그러면서 다시금 확인한 점도, 새로이 깨달은 점도 있다. 하지만 늘 똑같은 것도 있다. 정치는 국민의 뜻이 최대한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 정치를 바꾸는 것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는 신조다. 이룬 것도, 성과를 못 거둔 것도 있지만 내 정치 여정은 정치를 바꿔보려는 노력의 연속이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선 쇄신정풍운동이 일어났다. 그러자 총재였던 DJ가 탈당해버렸다. 당내에서 개혁, 쇄신정권 등을 주장하니 DJ가 총재직 사퇴를 선택해버렸다.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의 역사에서 그간 DJ가 없는 민주당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소장파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이제 DJ가 안 계신다. 총재도 없다. 국민과 함께 가는 수밖에 없다. 국민경선을 도입하자고 했다. 내가 최초였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다. 새누리당은 몇 년 전에야 ‘오픈 프라이머리’를 화두에 올리지 않았나. 그 생각의 배경은 이렇다. 우리 국민의 삶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다. 정치의 문제는 정당의 문제다. 정당의 문제는 정당민주화의 문제다. 나는 이렇게 파악했다. 그래서 정당민주화 문제의 핵심인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발상을 하게 된 거다. 2002년 대선 경선에 나가게 된 것도, 정치를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됐고 준비도 없었지만 국민경선제를 내가 제안했으니 참여한다는 차원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가끔 국민경선제는 내게 지적 재산권이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한다. 국민경선은 DJ의 부재에도 흥행에 대성공했고, 드라마를 쓰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며 당을 살려냈다.

이번 국민의당 경선도 그렇다. 지난 2월 말 천안에서 열린 연수회 자리에서 내가 제안했다. 완전 국민개방경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총선에서 많은 지지는 받았지만, 선거인단 모집 등에서 힘이 부칠 수 있다. 그 자리에선 반발이 심했다. 역선택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 동원인력 논란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는 이의가 제기됐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손학규 후보가 이를 듣고, 강하게 지지하면서 이뤄졌다. 결과가 어땠나. 경선은 기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했고, 안철수 현상을 만들면서 문재인을 추격하는 동력이 됐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연립정부 수립이 시대정신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바로 가장 많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구상, 연립정부가 가능한 정당이, 후보가 이겨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국민의당이고 안철수 후보라고 봤다. 40석밖에 되지 않는 작은 당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연립정부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필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은 나에겐 한국의 오랜 양당제 구조, 진영의 정치, 쟁투의 정치를 다당제로 바꿔보려는 노력과 도전의 의미도 있다. 이것이 미래로 가는 정치다. 과거 난 열린우리당 의장 때 노 전 대통령과 의견이 갈라졌었다. 열린우리당을 고수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비롯한 수구세력과 경쟁하기 위해선 둘로 나뉘어 있는 야권, 구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통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한 뿌리였던 야당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충돌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수구세력이 소멸로 가는 과정에 있다. 그렇다면 연립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한국은 정부수립 이후 모든 정권이 일당정치였다. 승자독식과 편 가르기의 정치였다. 비슷한 시기, 독일은 8번의 정권을 모두 연합정부로 수립했다. 그 결과 독일이 우리보다 통일도 먼저 하지 않았나. 연립, 연합 정부라는 것은 지지기반이 워낙에 넓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서도 힘을 더 받는다. 장관이 20명이라고 하자. 유승민 후보가 10%를 얻었으면 2명 임명할 수 있게, 심상정 후보가 10% 얻었으면 2명 임명하게 해 주면 된다. 유승민은 경제학 전공한 박사 아니냐, 그럼 경제 각료로 입각하라 이거다. 심상정은 오랫동안 노동운동한 전문가 아닌가. 그럼 노동부 장관 해서 같이 정부를 꾸리는 거다. 내가 지지한 만큼, 내가 던진 표만큼의 비율로 사람들이 모여서 정부를 꾸렸는데, 정부의 지지도가 낮을 리가 있겠나. 과거 단 한 번, 국민의정부에서, DJP연합의 대가로 연립정부와 유사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경제각료를 JP쪽에 할애했는데, 이들은 IMF 극복에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했다.

유권자가 4천 만 명이라고 하자. 기권한 사람을 제외하고, 찍었는데 후보가 떨어진 경우마저 제외하면, 약 천 만 명만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다. 3천 만 명은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다. 이는 선거제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고 싶다. 지난해 총선서 국민의당이 얻은 득표율은 약 30%다. 그렇다면 의석도 최소한 90여석 돼야하지 않나. 현실은 40석이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해야 한다. 점점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와 정치로 가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똑같이 지배자만 바뀌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내각이 훨씬 미래형 내각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안 후보를 돕고 있는 것이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는 돈과 권력을 나누는 것

정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과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돈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면 불평등의 문제가, 권력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면 권력남용과 부패의 문제가 된다. 박근혜의 정치가 이 둘 다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이 원활한 배분을 위해선 정치 구조의 변경이 필요했고, 이번 대선은 아주 좋은 기회다. 과거 나와 함께 ‘천정신’이라 불렸던 개혁세력, 천정배 의원과 신기남 전 의원이 모두 굴곡있는 길을 걸어온 것 역시 정치적 구조의 문제다. 나는 계파가 없는 개혁세력이었다. DJ의 동교동계에 속하지도, 노 전 대통령의 친노계도 아니었다.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세력이 아니다 보니 힘들었다. 늘 계파가 있는 정치인들과 길항 관계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 과거와 미래의 대결구도에서 항상 미래지향적인 개혁시도만을 선택했기에 고된 길을 걸었던 건지도 모른다.

헌법 제10조를 현실로 할 때

촛불 혁명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권리를 쟁취했을 뿐 아니라, 불량품으로 드러났을 경우 끌어내릴 권리까지 확인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이제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리고 이젠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을 현실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신자유주의의 물길을 되돌리고, 평범한 사람의 행복을 되살리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헌법 제10조는 그야말로 종이위의 글씨에 불과했다. 촛불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도 정치다. 연립정부로 합의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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