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봉하마을 7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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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봉하마을 7일간의 기록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5.29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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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십시오"…노란색 추모 물결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2009년 5월 23일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유서에서)
 

 
'정치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던 전직 '최고 정치인'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거했다는 갑자기 서거했다는 소식에 온 국민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고 비통함에 빠졌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봉하마을로 돌아온 23일 저녁 6시 30분. 주민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지지자 등 1만여 명은 자발적으로 봉하 마을회관 주변으로 모였다.

이들은 마을 광장에 천막 30여 개를 치고 임시 분향소를 설치한 뒤 같은 날 밤 10시부터 조문객을 맞았으며, 휴일인 이튿날 공식 분향소를 마련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끝없는 추모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봉하마을을 뒤덮은 것이다.

소나기도 애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이날 하루 20만 명 이상이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쳤으며, 슬픔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도 적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월요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위에다 평일임에도 조문행렬은 1~2㎞ 길게 줄을 지었으며, '바보 노무현'을 기리려는 추모의 발길은 서거 나흘째인 26일에도 멈추지 않았다.

조문객 수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청소년에서부터, 작업복이나 검은 정장을 맞춰입고 온 직장인, 그리고 유모차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일가족에 이르기까지 추모의 발길은 외딴 농촌마을을 찾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서거 당일처럼 흥분하거나 분노에 찬 모습은 크게 줄었고 대신 조문객들의 추모 글을 담은 쪽지와 노란 리본이 봉하마을 곳곳에 자취를 남겼다.
조문객들은 헌화한 뒤 노 전 대통령 투신한 부엉이 바위와 사저 등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눈시울을 적셨다.

29일 새벽 6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가 그를 낳아주고 키워준 봉하마을을 영원히 떠났다. 그가 서거한지 칠일 째 되는 날이다.
노 전 대통령이 고향을 떠나는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그를 지지해줬던 '사람들'이 그가 생전에 즐겨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노무현'을 상징하던 '노란색' 물결로서 그 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인간 노무현'을 사랑한 사람들
발인식이 거행되기 전날인 28일 밤부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조문객들은 마을 어귀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새벽 3시쯤부터 사람들은 발인제가 거행되는 제단 앞에 줄지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5시 10분,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흐느꼈다. 뒤 이어 7분여간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 미망인 권양숙 여사가 제를 올린 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15개월 머물던 사저로 들어서는 골목으로 향했다.

검은색 상복을 입은 유가족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오열했다. 그들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걱정말로 편히 쉬세요"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노란색 종이비행기와 함께한 마지막 길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사저를 돌고 있을 동안 빈소가 차려져 있던 마을회관 앞에 검은색 캐딜락이 도착하자 사람들은 또 한 번 오열했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을 외치며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하늘로 날렸다. 영구차 지붕 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듯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하나 둘 쌓였다.

마을 노사모 회관 앞에서 사저를 돌고 나오는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기다리며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애도객들은 손수건을 부여잡고 울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끼기도 했다.
 
◇'만남도 헤어짐도 아픔이었지...'
유해가 운구차에 안치되기까지 시간 30여 분. 운구차가 서 있는 길목의 전봇대 전선위에는 흰색 비둘기 한 마리가 10여 분간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애도객들의 마음을 더 없이 안타깝게 했다.

애도객들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상록수' '작은 연인들' '타는 목마름으로'를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르며 그를 기다렸다. 5시 58분. 운구차가 봉하마을을 영영 떠났다.
사람들은 오열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그 노래를 부르며 뒤를 따랐다.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만남도 헤어짐도 아픔이었지. 가던 길 돌아서면. 들리는 듯 들리는 듯 너의 목소리. 말없이 돌아오면 방울방울 눈물이 흐르는 너와 나는 작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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