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탈당사태, 피해자는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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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탈당사태, 피해자는 심상정?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5.04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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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洪으로 결집…진보 표심 文에게 쏠리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치권에서는 보수 대통합이 엉뚱하게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율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재인 대세론’으로 굳어져가던 대선전(大選戰)에 변수가 등장했다. 바른정당 소속의원 13명은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탈당파’의 명분은 보수 대통합.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보수가 결집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보수 대통합이 엉뚱하게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율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 탈당사태의 승자는 문재인·홍준표·유승민, 패자는 심상정’이라는 말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힘 받는 洪, 위로 받는 劉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보수 적통(嫡統)’ 경쟁을 벌이고 있던 바른정당으로부터 12명(황영철 의원은 잔류)을 받아들임으로써 ‘대표 보수 후보’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몰렸던 보수층 표심이 홍 후보에게로 이동하는 와중에, 바른정당 의원들까지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만큼 지지율 급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이번 사태가 손해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세연 사무총장에 따르면, 의원 12명이 탈당한 이후 이틀 동안 온라인 입당 당원은 평소의 50배(1500여 명), 후원금 모금액은 평소의 20배(1억3000여만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 후보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유 후보가 TV토론에서 남긴 마지막 발언은 유튜브에서 2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적잖은 상처를 입었으나, 정치인으로서의 ‘스토리’와 ‘이미지’는 얻었다는 평가다.

뭉치는 진보, 위기의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압도적인 우세 탓에 좀처럼 표심을 모으지 못했던 문 후보 측에서는 바른정당 탈당사태를 진보 결집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혹시라도 문 후보 당선이 확실하니 놀러가자는 층이 있거나, 여유가 있으니 이번에는 진보 후보에 투표하자는 흐름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35%~40% 박스권에 갇혀 있고, 상대 후보의 추가 상승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심 후보가 ‘피해자’라는 평이 나온다. 이념 스펙트럼 상에서, 심 후보 지지층은 문 후보 지지층보다 왼쪽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즉, 심 후보의 주 타깃은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왼쪽에 위치하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의 지지 기반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교체’ 프레임이나 ‘보수 대 진보’ 프레임이 작동할 경우, 정의당의 우측·민주당의 좌측에 위치한 유권자들은 ‘될 후보’인 문 후보에게로 쏠릴 공산이 크다. 〈E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11.4%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던 심 후보 입장에서는 보수 결집이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측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진보·보수가 결집하는 그림은 문 후보와 홍 후보가 바라던 것이고, 이번보다는 다음을 바라보는 유 후보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심 후보에 대해서는 “문 후보 당선이 확실시되니까 똑똑한 진보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자는 심리가 적지 않았는데, 보수가 결집하면 안심하던 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는 심 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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