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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에 국회는 올스톱, 괜찮나
〈기자수첩〉 국회의원, 주어진 책무 무엇인지 기억해야
2017년 05월 05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경남 거제시에 있는 삼성중공업에서 타워 크레인 일부가 무너져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 뉴시스

‘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경남 거제시에 있는 삼성중공업에서 타워 크레인 일부가 무너져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상자 31명은 모두 비정규직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지난해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남양주역 지하철 공사장 붕괴 사고 등에 이어 또 한 번 하청업체 노동자가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사고들의 기저에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획은 원청업체(대기업)가 맡고 생산과 세부 작업은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다. 원청업체가 직접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맡기려면 너무 큰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하청업체의 노동력을 ‘빌려 쓰는’ 셈이다.

문제는 하청업체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 절감을 위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500원의 인건비와 5일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 있다고 가정하면, 하청업체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400원의 인건비와 4일이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자연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거나, 휴일 없는 근로에 노출된다. 제대로 된 안전 장비나 교육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는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 법안’들을 쏟아냈다.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이 법안들은 모두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에 관한 업무에는 기간제근로자나 파견근로자, 외주용역근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면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으므로, 원청업체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도다. 

   
▲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 법안들은 모두 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 시사오늘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 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 모두 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남양주역 지하철 공사장 붕괴 사고, 삼성중공업 사고 등 유사한 형태의 사고가 재발하고 있지만, 국회의 신호등은 빨간불에 멈춰 바뀔 줄을 모른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법안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대선에 쏠린 탓이다.

지난 1~3월 임시국회 때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혹은 기각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탄핵안이 통과된 후에는 ‘조기 대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4월 임시국회는 아예 대선 일정을 이유로 ‘긴급한 현안이 발생할 때’만 열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느라, 조기 대선을 준비하느라, 선거 운동을 하느라 민생법안 처리는 도외시(度外視)한 꼴이다.

삼성중공업 사고 이후, 대선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앞 다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대책을 세워야 할 국회의원들은 대선 후보들을 따라다니느라 분주하다. 제4, 제5의 구의역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국회의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상임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하고 통과시키는 일이 아닐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대선 후보들 뒤에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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