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정동영 복당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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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정동영 복당돼야 한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9.05.30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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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정치풍운아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는 ‘정권창출 제조기’라는 특별한 별칭이 있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DJP 연대’를 성사시켜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후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국민경선제를 도입, 대국민 흥행을 만들어 냈다. 결국 이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는 도화선이 됐다.

그는 지난해 8월 특별복권으로 자유를 얻어 정치권 ‘컴백’에 혼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노력만큼 정치판은 녹록치 않다. 지난 4월 재보선 민주당 전주 완산갑 후보 경선전에 나왔지만 패했다. 일선으로의 복귀가 좌절됐다.

한 전 대표를 인터뷰 당사자로 섭외를 해놓고 자료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한광옥’이란 검색어를 쳤지만, 관련된 기사들이 몇 안됐다. 한 전 대표는 이미 흘러간 정치인일까?

그와의 인터뷰는 5월22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 통일미래연구원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한광옥 전 대표는 정동영 전 장관이 민주당에 복당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경선제도 문제점 많다”


-경선패배를 인정해 화제가 됐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경선제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의 민주당 경선제도는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당시 만들어진 겁니다. 그때 내가 ‘국민경선제를 하자’고 했습니다.
국민경선제를 했을 때 범위를 대통령 후보, 당대표, 광역시도 단체장 등에 한해서만 하지고 했는데 나중에 하다 보니 지구당까지 갔습니다. 이는 운영상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경선만 봐도 그렇습니다. 경선 당일 전경발표도 하고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투표는 약 600명 정도가 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 100여명 정도만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는 3시간 동안 띄엄띄엄 와서 투표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단유출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문제제기를 왜 안했습니까?

“그러한 점을 지적하자고 하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경선이 자꾸 늦어지게 되고, 밖에서 볼 때 당대표를 했던 사람이 후보들하고 마치 싸우는 듯한 인상을 줄 것 같아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내가 경선 후 ‘승복’이란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선 승복했다고 썼습니다.

“패배를 인정했으니까, 일종의 승복이 될 수 있으니까….”

한광옥 전 대표는 지난 4?29 재보선 전주 완산갑 민주당 후보 경선전에 나와 이광철 후보에 패했다. 경선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한 전 대표는 깨끗이 승복하고 이 후보의 지원유세까지 펼쳤다. 지역 언론에서는 이를 놓고 ‘아름다운 승복’이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무소속 출마의 유혹이 있었을 듯싶습니다.

“솔직히 많이 있었습니다. 주위에선 처음부터 경선에 참여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아마 내 참모들 99% 전부다 경선에 참여를 말렸습니다. 경선에서의 어려운 문제점이 있으니 참여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무소속으로 나가려면 당을 탈당을 해야 되니 그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여기고 패배를 받아드린 겁니다.”

-아쉬운 점이 많을 듯싶은데요.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의회정치이기 때문에 원내로 들어가야 되는 것인데, 그래야 거기서 자기의 의지를 펼쳐 나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다만 실리는 잃었지만 명분은 얻었다고 봅니다.”

▲한 전 대표는 1997년 정권교체 당시 JP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정동영, 무소속 출마 아쉽다”

 
-정동영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 가지로 나눠서 해석해야 합니다. 우선 정 전 장관이 탈당을 해서 무소속으로 나가게 됐느냐하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공천과 관련된 겁니다. 내가 볼 때 이번 공천은 잘못 된 겁니다. 

하지만 공천이 잘못됐다고 과연 탈당을 해서 출마해야 하느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정 전 장관의 그런 정치행보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정 전 장관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을 불허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정 전 장관은 당선 후 민주당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당 지도부가 이에 쉽게 응할 것 같지는 않다.

-정 전 장관이 복당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당원당규를 보면 ‘탈당한 사람이 1년안에 복당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의 궁극의 목적은 집권에 있는 것 아닙니까.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민주대연합’같은 세규합이 꼭 필요합니다. 때문에 갈등이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포용하는 측면에서 당 지도부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정 전 장관의 복당이 옳다고 봅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한 전 대표에게 ‘민주대연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 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옛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97년 대선전으로 옮겨갔다.

-한 전 대표는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일반사람들에게 회자됩니다.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보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 모두가 거의 군부정권하고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라 함은 순수 민간 정부로 정권교체가 된 ‘최초’입니다.”

-당시 승리를 이끈 원인이 ‘DJP' 연대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하지만 자민련과의 협상이 쉽지 않았습니다.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단시일에 되는 게 아닙니다. 긴 시간과 함께 신뢰와 인내가 필요한 겁니다.”

‘김영삼(YS)’과 ‘김대중(DJ)’이 맞붙은 92년 대선전에서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는 YS를 지지했다.

하지만 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자당을 탈당한 JP는 ‘핫바지론’을 내세워 충청권을 석권했다.

92년 대선에서 패해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영국으로 외유를 떠났던 DJ도 ‘지역등권론’으로 무장한 채 돌아와 민주당 지원유세에 나서 호남권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이후 DJ와 JP는 선거공조에 나서 YS가 이끄는 신한국당을 압박했고, 97년 대선에서 내각제를 고리로 한 ‘DJP 연대’를 성사시켰다. DJP 연대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DJP 연대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한광옥 전 대표와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였다.

“10월 중순까지도 자민련과의 줄다리가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용환 부총재에게 ‘선거 끝난 후 합의할 거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총재에게 우리끼리 합의를 한 후 합의문을 두 사람(김대중 김종필)에게 들이 밀자고 했습니다. 결국 모 호텔에서 김 부총재와 만나 합의문 초안을 만들어 검토한 사후에 두 사람에게 결재를 받았습니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이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내각제 개헌 적극 추진했어야”

-내각제 약속이 안지켜졌습니다.

“내각제를 약속을 했지만 우리의 의석수가 개헌을 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물론 우리도 내각제 개헌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아쉬운 것은 내각제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 데 그런 점에서 아쉽습니다. 수가 모자라서 못하는 건 할 수 없지만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선 개헌이 화두입니다. 개헌에는 찬성하십니까.

“찬성합니다. 5년 대통령 단임제이라는 건 과도기적인 권력구조라고 봅니다. 당시 ‘독재를 하더라도 5년 이상 하지말자’는 배경에 따라 탄생한 겁니다. 이제는 국민들 수준도 향상됐고 옛날처럼 쿠데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 정상적인 괘도로 가야 됩니다. 때문에 반드시 개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권력구조가 좋다고 봅니까.

“우선 대통령 중임제를 하던지, 내각제를 하던지, 이원집정부제를 하던 지를 선택해 국민 투표형식으로 합의를 끌어냈으면 합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표적수사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꼭 이런 일이 나옵니다. 이 자체를 표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불행한 일입니다.”

한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이었다.

-현재 민주당을 보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다’ 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과거 열린당 사람들이 많이 포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인상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옛 민주당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중도개혁 등을 살려 나가야 합니다. 민주당은 민주당다워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을 놓고 ‘호남당’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참 쉽게 안됩니다.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섰습니다. 호남정당이라고 하는 협소한 의미를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쉽지 않습니다.”

-지역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연정’같은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지역감정만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전혀 정책도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집권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결사체입니다. 단지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철학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1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되면 다시 출마할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한 전 대표는 “우선은 민주당이 집권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당의 요청이 오면 그때 결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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