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文정부 'J노믹스' …고민 깊어지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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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文정부 'J노믹스' …고민 깊어지는 재계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5.15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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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상법개정안, 자칫 외국 투기자본 놀이터 될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문재인 대통령 ⓒ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새정부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J노믹스’에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정책이 기업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른바 ‘J노믹스’로 불린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딴 ‘J’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J노믹스의 주요 내용으로는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공정위 전면 개혁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 소송제 확대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약 35조 6000억원이 필요하다. 이 중 재정 개혁을 통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연간 22조4000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3조2000억원은 세입 개혁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증세를 통해 연간 6조3천억원을, 탈루 세금 강화로 5조9천억원, 불공정행위 과징금 등 세외수입으로 1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공약 달성을 위한 재원 17.7%를 증세로 메꾸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액은 22%로 공제 후 과세기준 과표 200억원을 초과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과표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리고, 과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최저한 세율을 기존 17%에서 19%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계에선 전 세계적인 법인세율 인하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 정책만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 수준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고, 영국도 20%인 세율을 오는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17%까지 낮출 계획이다. 일본도 최근 몇 년 새 법인세율을 10%나 인하하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등에서 법인세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무작정 법인세만 인상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시스

◇ "전세계적으로도 유례 찾기 힘든 상법개정안‥사실상 기업 경영 여건 후퇴 의미"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전자투표 의무화 등 상법개정안 일부 조항이 악용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자칫 ‘해외 기업 사냥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선임단계부터 분리 선출토록 하는 동시에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그러나 2대 주주부터는 의결권 제한이 없어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가 가진 3%의 의결권으론 투기자본과의 공정한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시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받아 후보자 1명에게 몰아주는 제도다. 현재는 각 기업이 정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정 규모 또는 모든 회사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문제는 집중투표제를 악용한 투기자본의 간섭에 기업이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거액의 주식을 보유한 해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지장을 주거나 경영상 비밀이 새나가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 등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의 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지만 악의적 루머에 취약하고 활발한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경제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이 주요 골자인데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른 합리적 방안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가급적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선진국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제도가 없고,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시행하는 국가도 전세계에서 두군데에 불과하다"며 "집중투표제는 과거 일본과 미국이 시행한 바 있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기업 자율화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상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사실상 기업 경영 여건이 후퇴하는 것"이라며 "기업 관행을 고치는데 대해선 공감하지만 법적 규제를 한꺼번에 도입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구성 주요 기업의 시뮬레이션’ 보고서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10대 기업 중 절반은 무조건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명이 포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와 임원 등 내부자, 전략적 투자자(주식 대량 보유 개인, 연합기업),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투자자가 합쳐도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은 연합하는 외국 기관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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