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특검 혹시나가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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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특검 혹시나가 역시나
  • 시사오늘
  • 승인 2010.09.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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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만 날린 '스폰서 검사' 특검 수사 결과를 보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는 말이 이번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또 있을까?
 
최근 수사를 종결한 소위 '스폰서 검사, 특검 수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민경식 특별검사를 위시해 약 60여명의 대규모 수사 인력을 갖춘 특검팀은 지난 67일간, 총 예산 20여억원을 써가며 검찰의 내부 관행으로 여겨져 온 이른바 '스폰서'에 칼을 들이댔다.

그러나 수사가 끝나고 이들 손에 들린 것은 정작 핵심 인물들은 모두 빠져나간 빈 그물 뿐.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기소하긴 했으나 사건의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진 박기준 전 검사장과 황희철 법무부 차관은 기소에서 제외되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당초 특검은 이들 핵심 인물이 대부분 현행 법조계에서도 거물급으로 알려진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의혹의 진위를 떠나 수사 자체가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현직 기업인의 '순도 높은 증언'이 이어지면서 의혹은 꼬리를 물었고, 결국 특별 검사라는 극약을 처방하기에 이른 것.

하지만 결과가 그렇듯 특검팀의 수사가 이뤄지는 중간에도 의구심은 적지 않았다.
 
시쳇말로 '중이 제 머리를 제 손으로 깎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우려가 67일을 넘긴 현재, 그대로 국민들 앞에 나타나면서 '혹시나' 기대감을 드러냈던 일각의 목소리마저 '하나마나'라는 비아냥으로 바뀌게 됐다.

특검팀의 수사결과 이후, 비난 여론이 일자 수사를 이끌었던 민경식 특별검사는 "특검은 내가 결정하는 것도, 모든 게 끝난 것도 아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반발 여론에 읍소를 던지면서도 "특검팀도 법률가로 다 싸잡아 기소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번 수사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이번 특검 결과와 관련해서도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미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던 것도 주목해야할 대목.
 
수사팀에 소속된 파견검사들이 전직 검사장 등 법조계에서도 내노라하는 대선배들을 그리 쉽게 기소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이는 다시 말해 수사가 애초부터 지극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조계의 예고된 결과라는 관측에도 불구, 이번 결과의 파장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번 특검이 종전 검찰 개혁 필요성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가동됐다는 점이다. 향후 검찰 개혁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는 '방향타'의 역할까지 부여받은 셈이다.

여기에 듣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스폰서' 관행이 뿌리까지는 몰라도 줄기라도 뽑힐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자리했다.
 
실제로 임채진 전 총장 후임으로 내정됐다 낙마한 천성관 전 총장 후보자도 바로 이 스폰서 논란에 휘말리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전례가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검찰로서도 조직의 명예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권력의 시녀, 혹은 법 위의 권력이라는 불명예를 이번 수사를 통해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검찰 내부의 썩은 상처를 도려낼 것으로 기대됐던 특검은 결국 요란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을 상기시키는 씁쓸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결국 국민의 혈세 24억원이 투자된 '특검-검찰편'은 본전도 못 뽑고 그렇게 간판을 내렸다. 

                                                                                 <월요시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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