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쓰러진 자유한국당, 완쾌됐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탄핵에 쓰러진 자유한국당, 완쾌됐을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5.16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2위는 反文표가 만든 허수˝…자성 목소리
인적 쇄신 거의 전무…벌써 당권논란 조짐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자유한국당이 돌아왔다. 거대 여당이던 새누리당 시절만큼의 성세는 아니지만, 대선 선전에 힘입어 제1야당의 위용을 다시 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부에선 당 쇄신이 절실하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너무 '어설프게' 앓고 넘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탄핵 정국에서 쓰러졌던 한국당은 '완쾌' 됐을까.

▲ 자유한국당이 거대 여당이던 새누리당 시절만큼의 성세는 아니지만, 대선 선전에 힘입어 제1야당의 위용을 다시 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부에선 당 쇄신이 절실하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너무 '어설프게' 앓고 넘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탄핵 정국에서 쓰러졌던 한국당은 '완쾌' 됐을까.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한국당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래 최악의 사태를 잇따라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평균 약 40%에 달하던 지지율은 폭락했다. 지난해 10월엔 처음으로 민주당에 1위를 내주더니, 곧이어 침체기가 시작됐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이 대거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대선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더욱 우울했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지만,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다 합쳐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당은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홍 전 지사를 후보로 내세운 뒤,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홍 전 지사는 ‘보수 결집’에 특화된 행보를 보이며, ‘구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그러모았다. 구 여권, 보수층에 최악의 환경이었던 선거에서 홍 후보는 결국 ‘실버크로스’마저 이뤄내며 2위를 달성했다. TK(대구경북)와 경남에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에서 일부 의원들은 다시 복당했다.

내심 ‘역전’ 까지 기대했던 일부 지지층은 실망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당은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치명상 회복을 넘어서 다시 새누리당 시절의 옛 모습을 일부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홍 후보는 공개적으로 ‘당 재건에 만족한다’는 평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자성론이 제기됐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3%에 그쳤다. 대선 때 홍 전 지사가 받은 24%의 득표율에 비하면 10%p 이상 하락한 수치다.

한편 1위 더불어민주당은 44.7%로 독주 채비를 갖췄고, 정의당은 9.6%로 조사되며 한국당을 턱밑까지 쫓아왔다.(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이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에 대해, ‘너무 위기를 어설프게 넘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패배의 책임에 대해선 이철우 의원이 선거 다음날 사무총장 직을 내려놓았을 뿐이다. 인적 쇄신은 거의 전무(全無)하다. 다른 당이 발 빠르게 복기(復棋)백서를 내고, 새로운 체제를 정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16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대선 결과는 분명히 선전이긴 하지만 반(反) 문재인 표가 만든 허수가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었다”며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한데, 너무 어설프게 앓고 넘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나 말고도 이러한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지역 당협위원장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대로 가면 한국당은 자칫 TK 지역정당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워낙 바닥에서 시작한 선거라 착시효과가 일어났다. 지금 역대 최다표차(557만여표) 패배, 수도권 참패와 부산 함락 등을 보면 대선 전과 크게 다름없는 위기다. 국민들에게 쇄신이라고 보일 만큼 강력한 조치나 액션(행동)을 취해야 한다.”

다만 같은 날 친박계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지금 제1야당으로서 우선 일을 해나가며 당 체제를 정비해야지, 선거 패배를 책임진답시고 지도부가 모두 그만두면 책임감이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당권다툼도 조기에 점화되는 모양새를 보이며 당내에 전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보수주의 잔재들이 설치는 당으로 방치하게 되면 한국 보수우파의 적통정당은 정치판에서 사라지고 좌파들의 천국이 된다”며 “그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그 잔재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친박계를 겨냥해 비판했다.

반면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홍준표 추대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숫자 우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류가 돼서 당을 이끄는 게 정상적이지 적은 숫자를 가진 소수의 의원들이 당을 이끈다면 그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에둘러 홍 전 지사를 비판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