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당권을 잡을 수 있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홍준표는 당권을 잡을 수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5.17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권 노리는 홍준표와 친박, 격돌 불가피할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당권을 두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위시한 비박(非朴)과 당내 주류인 친박(親朴)이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잠잠했던 자유한국당에 스산한 바람이 들이치고 있다. 당권을 두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위시한 비박(非朴)과 당내 주류인 친박(親朴)이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당권을 쥐고 차기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홍 전 지사와, 당권에 정치 생명이 걸린 친박이 ‘벼랑 끝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당권 찍고 대권 재도전 노리는 洪

대한민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선에 출마해 2위를 기록한 후보가 그 다음 대선에 나서지 못한 사례는 단 한 차례(제17대 대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불과했다. 대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력 후보’라는 뜻이므로, 자연히 그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세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홍 전 지사는 사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독고다이’ 성향이 강한 데다, 도지사직을 수행하고 있었던 그가 거대 보수정당 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 덕이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홍 전 지사가 대선에서 얻은 24%는 ‘성공적’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홍 지사가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당권을 장악해 ‘홍준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 전 지사가 대선 과정에서부터 당권 욕심을 드러낸 이유가 여기 있다. 홍 전 지사는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일, 바른정당으로부터 12명의 탈당파를 받아들였다. 어려울 때 당을 등졌던 사람들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데 대한 거부감, 바른정당 탈당파 자리에 임명된 원외위원장들의 동요(動搖) 등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홍 전 지사가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복당을 추진한 것은 ‘홍준표계’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홍 전 지사는 대선이 끝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며 차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16일에는 “한국당은 쇄신해야 산다”며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꾸고, 정신도 바꾸고, 자세도 바꿔야 한다”고 썼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3년 후에는 총선이 예정된 만큼,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홍준표계’를 구축해 놓고 다음 단계를 구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박 반발, 어떻게 극복할까

그러나 친박은 당권을 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바짝 엎드려’ 대선 기간을 통과한 친박이지만, 당권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7일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고 홍 전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유기준 의원도 “후보가 외국에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페이스북을 통해서 계속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홍 전 지사를 견제하면서 친박 지도부를 세워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친박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당권을 잡기가 불가능한 현 상황이다 보니, 홍 전 지사는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대선 때 ‘정권 교체’ 프레임을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전환해 24%라는 득표율을 얻은 것처럼, ‘비박 대 친박’ 구도로 당권 경쟁을 이끌어가면서 친박에 비우호적인 여론의 힘을 빌리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전 지사는 친박을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로 규정하며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에서는 여론전조차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상황에서 당권을 내줄 경우, 친박의 정치생명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총선까지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통상적으로 집권 3년차부터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세를 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선 즈음에 친박이 다시 정치 전면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측 인사는 지난 1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07년에 정동영 후보가 25%(정확히는 26.1%)밖에 못 받았을 때 민주당은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2010년에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졌다”며 “총선까지는 3년이 남았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홍 전 지사에게 당권을 넘겨주고 ‘의탁(依託)’하는 것보다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박의 부활’을 기대하는 쪽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재도전으로 가는 ‘홍준표의 길’에 장애물이 가득해 보이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