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ON] 정치논리에 의한 '기업 옥죄기' 적폐도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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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ON] 정치논리에 의한 '기업 옥죄기' 적폐도 사라져야
  • 박봉균 산업1부장
  • 승인 2017.05.2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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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봉균 산업1부장) 

재계가 요즘처럼 소위 적폐(積弊) 집단으로 지탄받으며 개혁 대상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경제 시스템의 부실을 기업책임으로 몰았던 90년대말 반재벌 정서 못지않다. 정권퇴진까지 불러온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촉발됐다. 바통을 이은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이 과시성 정책 관행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명징하다. 

재벌 저격수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재벌개혁을 외치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정권 전면에 배치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재계는 불편한(?) 동거관계가 시작된 셈이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와 순환출자 해소 등 재벌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항한 현 정부는 각종 노선에서 대기업과 '코드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진 않다. 정권초 전(前) 정권 그림자 지우기에 많은 기업들이 희생된 트라우마에 재계 주변은 냉랭하다.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소위 찍힌 기업 리스트가 돌기도 했고, 시간이 흐르며 소문으로 떠돌던 얘기가 현실이 됐다. 정권에 밉보인 기업들은 압수수색, 국세청의 고강도 조사 등으로 검찰 수사와 내사를 당했고 재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CJ, 효성, 롯데, 동양 등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재계와 정부의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했다.

CJ그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재벌총수가 구속된 첫번째 대기업이 됐다. CJ는 전정권인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수사가 진행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선 두달만에 총수 구속까지 일사천리였다. CJ는 이로 인해 대대적 투자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다음 타깃 기업은 효성그룹 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MB 사돈기업이다"라는 이유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 효성은 박 정권 출범이후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경제사절단 제외 등 정권에 철저하게 외면 당하며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  검찰은 그룹 본사와 조석래 회장 자택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 했다. 심지어 조 회장과 효성가 세 아들 모두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며 바람 잘날이 없는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혹독한 시련을 겪은 또다른 재벌기업 롯데를 보자.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은 2013년과 2015년 두차례에 걸친 롯데 주요 계열사 세무조사 받았다. 또한 지난해에 검찰이 240여명의 수사요원을 투입,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들은 롯데효핑 등 계열사 6곳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동시다발로 수색했다.

박 정권 하에서 자행된 사정기관의 고강도 압박이 권력의 정치 논리 개입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칼끝은 삼성으로 쏠린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특검의 화력이 집중돼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대통령 탄핵에 있어, 이 부회장은 가장 큰 ‘퍼즐 조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공판이 시작된 지 한달을 넘겼지만, 아직까지도 혐의를 특정할만 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새정권에 절실한 특검만큼 이 부 회장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되고 있다. 

일단 재계는 정권 출범에 맞춰 불 같이 일어나고 있는‘개혁 태풍’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비판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정서이다.

A그룹 임원은 "정권 교체기에 기업들도 새롭게 의욕적으로 목표를 잡아야 하는데, 현재의 모습은 과거 정치논리로 기업들이 곤욕을 치른 경험으로 인해 눈치를 보고 있다"고 토로한다.

문재인 정부도 필연적으로 정재계와 밀월 기간을 끝내면 규제라는 족쇄를 양산하게 된다. 물론 필요한 규제는 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혁신과 창의성까지 말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심하면 정부가 직접 시장의 결정에 관여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삼성 현대차 등 순환출자를 한 번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유무형 압력을 통해 '굴레'를 씌우는 게 그런 사례다.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는 우리 사회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산업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건 역시 '국익'이 기준이다. 재계를 보는 신정권의 시각에 적의가, 그것도 권력의 이익과 관련된 적대감이 묻어나는 건 곤란하다. 개혁으로 포장하고 정치적 신념이라고 주장해도 그걸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기업의 신뢰와 평판은 정치권력이 아닌 시장에서 직접 얻어내야 하는 가치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 권력이 기업 혹은 개인의 선의를 대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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