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한국소비자가 만만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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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한국소비자가 만만하니?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10.0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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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립 보완 범퍼케이스 해외는 ‘정품’, 국내는 ‘비닐로 싼 제품'
애플코리아 “제품차이 없고 고객 위한 것인데 왜?" 적반하장격 반박
최근 ‘아이폰4’을 구매한 대학생 허태훈(24)씨. 아이폰을 손에 넣었다는 기쁨도 잠시 말로만 듣던 수신률 저하현상인 ‘데스그립(death grip)’이 발생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애플에서 무료 지급한다는 범퍼케이스를 받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범퍼케이스를 받기란 쉽지 않았다. 신청 전용 앱을 통해 신청하고 편하게 우편으로 받아보는 외국과 달리, 국내는 몇 개 없는 애플지정 공식 A/S센터에 찾아가야 하는데다 접수 후 물건이 들어오면 다시 찾으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허 씨는 차별을 받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전화가 먹통이 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불편을 감수하며 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4일 후 케이스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센터에 방문한 허 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허 씨에게 지급된 범퍼케이스는 외국에서 지급하는 정품 제품이 아닌 비닐에 담긴 ‘벌크(bulk)’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4의 수신율 저하 현상인 '데스그립'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무료 범퍼케이스'가 '차별 서비스'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에서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수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신청을 위해 직접 센터에 방문해야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지급되는 제품이 외국의 경우 제대로 된 포장에 쌓인 정품인데 반해 국내에서 지급되는 제품은 비닐로 포장을 생략한 ‘벌크(bulk)’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 한국인만 개고생

▲ 애플 '아이폰4'     ©시사오늘
애플이 범퍼케이스라 불리는 보호 케이스를 주기 시작한 이유는 안테나가 내장돼 있는 하단 부를 잡을 경우 수신율이 저하되는 ‘데스그립’ 현상 때문이다.

첫 출시국인 미국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애플은 수리나 교환 대신 보호케이스인 ‘범퍼케이스’를 무료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는 범퍼케이스 신청을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폰 상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고 케이스 수령역시 우편으로 원하는 곳에서 편하게 받아 볼 수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신청을 하러 한 번, 신청 후 케이스가 도착 하면 한 번, 모두 두 번 센터를 방문해야만 범퍼케이스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

더욱이 애플의 공식서비스센터는 전국을 통틀어 61곳. 서비스센터를 이용하려면 산넘고 물건너 생고생을 해야만 한다는 것. 

한 사용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왜 해외처럼 어플로 신청하는 게 안 되고 몇 개 되지도 않는 센터에 직접 걸어가서 등록하고 수령하라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방법을 쓰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그깟 케이스 정말, 거지도 아니고 어이없고 한심하다”고 불쾌해 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이에대해 “모든 것이 고객을 위한 것이지 사용자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한국에 아예 범퍼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고 늦게 출시했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 이후 출시하는 국가들에서는 범퍼를 모두에게 무상지급하지 않고 있으니 한국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쏟아냈다.

 # 지울 수 없는 차별논란

문제는 신청과 수령 방법뿐이 아니었다.

범퍼케이스 신청 프로그램 상에서는 애플과 타 액세서리 전문업체의 범퍼 총 8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 가장 저렴한 기본모델 단 1개만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아이디 water_song은 “(케이스 신청 때문에)받고 싶으면 직접 받아가라며 거만하게 굴더니 한국인은 선택할 권리도 없냐”며 “한국을 차별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애플코리아 측은 “해외에서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거의 모든 신청자들이 한국에서 지급하고 있는 기본모델을 선택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더구나 지급되고 있는 기본 케이스 역시 외국에서 지급되는 제품이 케이스에 담긴 정식 발매 제품인데 반해 국내에서 지급되고 있는 제품은 비닐봉투에 담긴 ‘벌크(bulk)’제품이어서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고 있다. 

‘벌크’제품은 대형 납품 등을 이유로 포장을 간소화 한 제품으로 정식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식 A/S센터에선 A/S조차 되지 않아 소비자 한번 고치려면 또다시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 아이폰4 떄문에 한국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사진은 스티브 잡스가 그의 마스코트인 까만티와 청바지를 입은채 신제품 애플TV를 선보이고 있는 장면.  ©뉴시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한국소비자들의 애플을 향한 원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8일 한 아이폰 커뮤니티의 이용자 Lisianthus는 “이거 하나 받으려고 신청하러 방문하고 받을려고 방문했다”며 자신이 센터에서 받아온 범퍼케이스 사진을 올렸다. 이를 본 네티즌 들은 한국을 무시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하다 한국무시하냐.”, “진짜 너무한다 스티브잡스에게 메일 좀 보내야겠다.”, “볼수록 화난다”, “할 말이 없다”, “애플 완전 차별”이라는 댓글이 그 사진을 보고 나온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사건이 커지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KT로까지 번지고 있다.

네티즌 kjy78은 “배 째라는 식의 애플도 문제지만 들여다 놓기만 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 놓고 있는 KT도 문제”라며 “문제가 터지면 책임을 떠넘기려고 들지만 말고 자국민 보호한다는 생각을 갖고 나서서 해결해 줄 용기는 없는지 의문”이라고 혀를 찼다.

 # 난 그냥 해외서…

이런 곡절속에 아이폰4 사용자의 일부는 범퍼케이스 신청 프로그램을 이용해 외국 쪽으로 케이스를 받은 뒤 배송대행 업체 등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방법을 모색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케이스도 8종 중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제품의 경우 액세서리 가격이 비싸 범퍼케이스 역시 3만 원대를 호가한다는 점과 국내에서 신청시 드는 차비,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그리 손해나지 않는 비용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아이폰 커뮤니티의 아이디 ‘Min’은 “처음엔 그냥 센터 가서 받으려고 했는데 시간도 없고 차비 등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그게 그거인 것 같다”며 “3명 정도 모여 함께 배송대행하면 비용도 크게 줄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젠 할 수가 없다. 애플이 케이스 프로그램을 30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이폰4 예약가입자인 박수경(23)씨는 “43차 예약구매자라 아직 휴대폰을 받지 못해 (범퍼케이스를) 해외로 돌려받는 것도 못한다”며 “(아이폰4) 너무 갖고 싶었었는데 출시 후 워낙 말이 많아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출시 이후 줄곧 시끄럽기만 한 ‘아이폰4’. 3에 비해 4배 선명해진 디스플레이 만큼이나 글로벌 기업으로써 애플의 경영 윤리의식 역시 선명해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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