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비정규직 제로 공약은 ´남의 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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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비정규직 제로 공약은 ´남의 나라´ 이야기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7.05.24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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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명확한 기준 필요…급하게 적용하면 분란 초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금융업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에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해당 공약이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지만, 향후 업계 전반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IBK기업은행·신한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을 필두로 전담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해당 공약에 동참하는 추세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비정규직 제로 공약에 대해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타 금융업종 대비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고액 계약직이 다수 존재하다 보니 해당 공약을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53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3만2934명으로, 이 중 계약직 직원은 전체 직원의 약 22% 수준인 7294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이 68.30%(1492명 중 1019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하나금융투자(33.74%) △한국투자증권(24.81%) △KB증권(23.53%) △대신증권(20.0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증권사는 삼성증권으로 전체 직원 2197명 중 계약직 직원은 14명(0.64%)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A 증권사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메리츠종금증권 같은 경우에는 일명 증권가 ‘선수’들을 영입하다 보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규직일 경우 지급될 수 있는 인센티브의 수준이 한정돼있지만, 비정규직이라면 정규직 대비 인센티브 한도가 높다 보니 공시상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메리츠종금이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던 동력도 성과주의에 의거한 인사정책과 선수 출신 비정규직 영입 매진에 있다 보니 사정도 알지 못한 채 이를 비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의 2017년도 1분기 순이익은 808억5500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1301억), 미래에셋대우(1102억원), KB증권(1088억), NH투자증권(885억원)에 이어 업계 5위를 기록했다.

더불어 전년 동기 대비 메리츠종금보다 높은 순이익 상승률(61.00%)을 기록한 증권사도 미래에셋대우(174.20%), KB증권(120.50%), 신한금융투자(111.10%), 한국투자증권(104.40%) 정도만 존재할 만큼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해당 공약을 섣불리 적용할 시 업권의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좇아 이직하는 사례가 많은 증권업계에서 비정규직을 없앤다고 말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공시상 비정규직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문성과 실적을 토대로 수천만 원씩 성과급을 챙겨가는 사람들인데 가만히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약상 이야기하는 비정규직의 비중이 증권업계에 적을뿐더러 성격이 다르다 보니 급하게 해당 공약을 적용할 시 분란만 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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