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라틴그래미 상 후보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 '과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브라질 음악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먼저 삼바가 떠오른다. 사실 삼바는 흑인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음악이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 치하에 있을 때 사탕수수 및 커피 농장으로 수많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끌려왔다. 그들은 밤이면 압박과 고된 노동과 서러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단한 타악기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면서 고단한 심신을 달랬다. 바로 여기서 기인한 음악이 삼바이다.
이후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삼바는 브라질 하층민의 음악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게 되었고 지금은 브라질의 대표음악이 되었다. 그리고 브라질 축구를 삼바축구라고 까지 할 정도로 삼바는 브라질 국민들에게서 아주 주요한 정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삼바는 기본 태생이 흑인 문화에서 기인하다보니 리듬이 매우 빠르고 강렬한 소리의 타악기에 의존하는 만큼 중산층과 백인들에게는 다소 편한 음악은 아니기도 했다.
세상은 늘 구하는 곳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고 했던가. 이렇게 백인과 중산층이 유리되어버린 음악 문화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익히 알려진 보사노바이다. 보사노바는 본래 ‘새로운 트렌드’라는 포르투갈어이다. 이 보사노바는 1960년대 일어난 사조로서 브라질의 세계적인 작곡가 안토니우 까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주아웅 질베르투((João Gilberto)와 함께 일으킨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당대 최고의 재즈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Stan Getz)가 함께한 ‘아파네마에서 온 소녀(Girl from Ipanema)'가 보사노바 음악을 대중화시키면서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새로운 음악 장르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된다. 보사노바는 시쳇말로 ‘중이 비맞으며 염불하듯' 엄청나게 중얼중얼하는 노랫말이 특징이다. 거기에 기타의 조용한 연주와 중간 중간 톡톡 튀는 맛 또한 특이한 느낌을 준다. 이 톡톡 튀는 맛은 리듬적 기법 중 하나이다. 결국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중얼거리는 기타 소리의 화음이 아주 조화롭게 중얼거려서 운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재미와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보사노바는 리듬의 음악이라고 해도 그다지 서운해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브라질 음악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세계적인 음악 장르인 삼바와 보사노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요구는 있기 마련이다. 물론 거대한 산맥 속에 필요로 하는 장르는 어쩌면 틈새시장일지도 모른다. 바로 이 틈새시장이 MPB와 컨트리 음악이다.
그러면 먼저 MPB를 살펴보자.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에서는 1960년대 후반 ‘트로피칼리아(Tropicália)’ 문화 운동이 시작되는데 이것은바로 브라질의 음악 장르로 자리잡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고전 형식에 재즈, 록 등의 해외의 음악 형태가 섞인 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원명으로는 Música Popular Brasileira인데 앞 글자를 따서 통상 MPB라고 한다. 브라질에서의 본래 태생은 군사 정권에 저항하는 ‘트로피칼리아’ 문화운동에서 비롯되었지만 현재는 브라질의 대중음악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즉 특정 장르 보다는 여러 장르가 포괄화 된 음악으로 1960년대 독재에 맞서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MPB는 다소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 컨트리 음악이다. 사실 컨트리 음악은 미국 남부에서 일어난 음악 사조이다. 이 장르도 따지고 보면 무지하게 복잡하다. 초기에는 블루 그레스, 컨트리 가스펠, 카우보이, 홍키 통크, 웨스턴 스윙 등과 같은 하위 개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컨트리 음악도 컨템포러리 컨트리 음악, 프로그레시브 컨트리 음악, 컨트리 팝 등과 같이 보다 모던화 되었다. 아무튼 브라질에서도 이런 컨트리 음악에 대한 수요가 분명 존재했고 또 컨트리 음악의 형태도 미국적이지 않은 브라질화 된 컨트리 음악이 발전 하게 된다. 이 브라질 컨트리 음악 가수 가운데 가장 주가가 높은 가수는 파울라 페르난지스(Paula Fernandes)이다. 포르투갈어로 읽으면 파울라 페르난드스인데 브라질 사투리(?)로는 파울라 페르난지스이다.
파울라 페르난지스(Paula Fernandes de Souza)는 본래 포르투갈계 브라질리언으로 1982년 브라질 남동부의 북부지역에 위치한 Sete Lagoas(Minas Gerais 주에 있음)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거의 여신급에 해당하는 미모를 지녔다. 게다가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작곡과 편곡에도 대단히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이다. 이런 여자를 만든 것은 (신이 미친 것이든지) 아니면 졸다가 실수한 것이다. DNA를 배합하다가 잘못해서 여러 가지 재주와 능력을 한꺼번에 줘 버린 것이다. 그녀는 2011년 VIP 리더 매거진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중에서는 16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그 해 ‘구글 브라질’에서 최대 조회 기록을 세운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울라는 어린 시절 시골의 농장에서 성장했다고는 하나 8살 때부터 벌써 가수로 데뷔 했고, 2년 뒤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내는 등 어려서부터 음악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은 1995년에 내놓은 <Ana Rayo>
그녀의 레코딩 중에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지는 <Ave Maria Natureza>라는 앨범은 <Canções do Vento Sul>이라는 앨범으로 재발매 되었는데, 이 음반으로 인해 그 해 브라질 최우수 가수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후속 앨범<Pássaro de Fogo(불새>에 수록되어 있는 "Jeito de Mato"는 브라질 TV 프로그램의 주제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파울라 페르난지스의 노래는 그동안 많은 앨범으로 발매되었지만 정작 DVD는 좀 늦은 편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AO-VIVO'라는 딱지를 붙여서 라이브 앨범 DVD를 이어서 내기 시작했다. 'AO-VIVO'는 사실 별게 아니고 그저 포르투갈어로 ’라이브‘라는 뜻이다. 2010년 10월에 첫 DVD를 낸데 이어 2011년에 낸 DVD는 그 해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2012년에는 그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MTV Unplugged album'으로 인해 여타 라틴 국가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2013년 라이브 앨범 <Multishow-Um Ser Amor>는 2014년 라틴그래미 상 후보로 오르는 등 지금까지도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몇 종의 앨범이 더 있으나 그녀의 많은 앨범 가운데 유독 눈에 띠는 것이 하나 있다. <Encontros - Pelo Caminho> 파울라 페르난지스의 목소리는 투명하고 맑은 성향이 아니다. 다소 낮고 차분한 속삭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전 곡이 모두 정신없거나 시끄러운 음악이 없다. 마치 시 낭송하듯이 읊조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미국 컨트리 음악과 다른 브라질 컨트리 음악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페르난지스는 직접 기타 연주도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기타를 왼손으로 연주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타 줄도 역순으로 묶어서 왼손으로 연주할 수 있게 바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페르난지스의 음반들 가운데 어떤 것은 몇 백만 장씩 팔리는 것을 보면 대단한 가수임은 분명하다.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