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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노무현①] 슬픔에서 환희로…봉하마을 축제의 장
<현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2017년 05월 27일 (토) 경남 김해=최정아 기자 송오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경남 김해 최정아 기자 송오미 기자)

   
▲ 지난 8년간 고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봉하마을에 이어졌다면,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8주기 추도식만큼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앞에 붙었던 수식어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진행됐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지난 8년간 고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봉하마을에 이어졌다면,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만큼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문 대통령도 기쁨에 벅찬 듯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했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뜨거운 무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아이를 안고 봉하마을로 향하는 엄마부대부터 주변의 부축을 받는 어르신들까지…. 추도식에 참여한 정치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보였다. 지난 5월 23일 〈시사오늘〉이 다녀온 봉하마을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 정계, “盧 전 대통령 빚 갚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과거에는 추모제가 되게 슬프고 아쉽고 그랬는데, 이번 추모제는 정권교체 때문에 기쁘고 희망적이다”며 “지금 문재인 정부가 모든 사람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번 추도식에 가장 눈에 띈 이들은 단연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들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옆을 지켰던 이들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마음의 짐을 덜어 놓은 모습이었다.

‘우광재 좌희정’이라 불리며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꼽히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게도 이번 추도식은 남다르다. 이 전 지사는 이번 추도식에서도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배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지사는 〈시사오늘〉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저야 뭐 늘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으니 정말 기쁘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또한 “노 전 대통령에게 빚을 갚은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작년에는 정말 세상을 바꿔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올해는 정권교체를 하고 왔으니 마음의 빚을 훨씬 덜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번 대선에 물심양면 기여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이번 추도식에 참여했다. 대선 막판에 YS 수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문 대통령 간 ‘가교역할’을 했던 김영춘 의원은  이날 〈시사오늘〉과 만나 “정권교체가 되고나서 오니까 느낌이 많이 다르다. 너무 좋다”면서 “고인이 못다 이룬 꿈을 마저 이루어나가는 큰 길이 열린 것 같은 감개가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문 대통령과 당 경선에서 경합을 벌였던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들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에게 이번 추도식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이 시장은 “과거에는 추모제가 되게 슬프고 아쉽고 그랬는데, 이번 추모제는 정권교체 때문에 기쁘고 희망적이다”며 “지금 문재인 정부가 모든 사람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 임기를 마치고 성공한 대통령이 돼서 돌아오겠다’고 한 이 부분이 문 대통령이 이번 8주기 추도식을 어떻게 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울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봉하마을을 둘러보면서 노무현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고 공부해가려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번 추도식이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분노나 증오’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7주기 추도식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現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공동대표가 “안철수가 여길 어디라고 와!”, “낯짝도 두껍다!” 등의 욕설을 들으며 봉변을 당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문 대통령과 여권 정치인에 대한 환호의 함성이 봉하마을을 가득 채웠다. 여야 정치인의 표정도 한결 편안하고 가벼워진 듯 보였다.

매년 ‘노무현 추도식’에 참석한다고 밝힌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 “지금처럼 잘하시면 된다. 더 잘하시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감사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는 잘한 일”이라면서 “썩은 보, 죽은 물고기 살리는 일을 다시 하는 건데, 그 사람들(한국당과 이 전 대통령 측)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추도식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의원 등 7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천정배 의원 등이, 바른정당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 시민들, “정권교체후 첫 추도식 감격”

   
정권교체 후 첫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있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보다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정권교체 후 첫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있었다.

경남 밀양에서 온 조재규 씨(남·53)는 “작년 추도식에는 못 왔는데, 올해는 정권도 바꾸고 그래서 왔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뉴스 보는 게 즐겁다고도 했다. 조 씨는 “지난 8년 동안 뉴스를 안 봤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뉴스 시간이 기다려진다”면서 “예전에는 인상 찡그리고 있다가 요즘에는 웃으면서 생활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니까 너무 좋다”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서 왔다고 밝힌 오 씨(남·65세)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계획적으로 매우 잘하고 있으시지만, 계속 좋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일방적으로 당할 거 같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요즘에는 워낙 SNS가 발달해 있고, 언론보다 정확한 정보를 더 잘 찾아내더라. 이런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잘 보필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봉하마을, “5월 한 달간은 추도식 열리는 23일 같은 느낌”

   
봉하마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방문객에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봉하마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방문객에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추도식이 열렸던 지난 23일 당시에는 마을의 모든 가게에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밀어 닥쳐 취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로 추가 취재를 해야만 했다. 그들은 23일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손님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생가 옆 기념품 가게인 ‘사람 사는 세상’ 관계자는 지난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올해는 정말 말도 못하게 손님이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통은 매년 연휴 때나 23일 추도식이 있는 날에 손님이 많았는데, 작년 12월부터는 손님이 급작스럽게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5월 한 달간은 23일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전화하고 있는 지금도 밖에서 줄서서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봉하마을 명물인 ‘봉하마을 찰보리빵’ 직원은 “너무 바빠서 통화를 할 수가 없다.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기도 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로컬푸드 가게 ‘봉하장날’ 관계자 또한 “손님이 작년보다 훨씬 많다”며 “23일이 지나고도 여전히 많이 오신다. 연차를 내고 오시는 직장인분들도 많다. 심지어 추도식 보러 오셨다가 도로 위에서 2시간 이상 지체하다가 되돌아가신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노무현 재단 후원모금 부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윤영애 씨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윤 씨는 “무더위까지 힘들지만 자원봉사자들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 대부분 직장인인데 월차를 내고 왔다. 후원모금액도 지난해에 비해 세 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추도식을 주관한 노무현 재단 측 고재순 사무차장도 “작년 4월 총선 때 여소야대가 되지 않았나. 그때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대선 이후에는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면서 “오시는 분들도 표정이나 분위기도 달라졌다. 다들 표정이 밝아지고 기뻐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권교체 후 처음으로 열리는 추도식이기도하고, 대통령도 참여하신다고 하셔서 예전에는 ‘사람 사는 세상’을 이뤄나간다는 게 주 내용이었지만, 이번에는 ‘사람 사는 세상,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기조로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송오미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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