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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문재인③] 닮은 듯 다른 정부…방식, ‘큰 차이’
권위 내려놓고 인사는 파격적으로
盧, 자정 강조한 안으로부터의 개혁
文, 인사권 활용한 밖으로부터의 개혁
2017년 05월 28일 (일)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추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추도사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뉴시스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의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 우리가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의 그림자’가 ‘노무현’에게 말했다. “우리의 꿈이 다시 시작됐다”고. 그러나 실패도 인정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말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곱씹어야 할 아픈 기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사에는 ‘노무현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와,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타개하고자 하는 각오가 모두 담겨 있었다.

실제로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닮은 듯 많이 다르다. 탈권위(脫權威)를 지향하는 소탈한 행동과 파격적인 인사 스타일 등은 그대로지만, 준비는 부족하고 열정만 가득했던 참여정부의 과오는 과감히 수정했다. 〈시사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와 문재인 정부 출범을 맞아 ‘두 정부’를 비교해 봤다.

탈권위·파격인사 닮은꼴

탈권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는 당선 전부터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고, 약속을 지켰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스스럼없이 받아먹고, 대중사우나를 찾아 목욕을 할 정도로 서민적이었다. 경호원들과 볼링장을 찾아 시민들 사이에서 볼링을 치기도 했다. 손수 탄 커피를 들고 국무위원들과 둘러앉아 농담을 나누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계승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정비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서 출퇴근하던 당시 집 앞으로 찾아온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셀카’를 찍었다. 청와대에 견학 온 초등학생들을 발견하고는 차에서 내려 사진 찍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커피잔을 들고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은 탈권위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다.

파격(破格)적인 인사(人事)도 두 대통령의 공통분모다. 노 전 대통령은 초대 인사수석에 무명의 시민단체 출신 정찬용 씨를 등용했다. 또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보다 11기나 낮은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으로 만드는 파격도 선보였다. 시골 이장·군수 출신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기획통·공안통 서울중앙지검장에 서영제 당시 대검 마약부장을 기용한 것 역시 ‘깜짝 발탁’으로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 인사도 참여정부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판잣집 소년가장’ 출신인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비(非)고시 출신의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법연수원 23기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 두 기수 선배인 노승권 1차장과 한 기수 선배 이동열 3차장 윗직급에 앉힌 것은 강금실 장관의 재판(再版)이나 다름없다.

구체적 개혁 방식에는 큰 차이

하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정(自淨)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사적으로 악용하지 않으면, 권력기관 스스로가 자유로워지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믿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만 뇌리에 새겨진 ‘평검사와의 대화’는 검찰 밑바닥에서부터 자체 개혁의 불씨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력 중 하나였다.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노 전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밖으로부터의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인사권을 활용해 청와대가 개혁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비고시 출신이면서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 윤석열 전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불러올린 것도 인사를 통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평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인사 불만 외에 개혁을 말한 검사는 없었다. 젊은 검사들이 그렇게 바보스러울 수 없었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른 방식의 검찰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당청 관계 설정 방향도 180도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청 분리’를 기조로 삼았다. 청와대가 여당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청와대와 여당 간 소통의 부재로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갈등은 파국의 길을 걸었고, 급기야 집단 탈당 사태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실패를 가까이에서 목도한 문 대통령은 ‘당청 협력’을 강조한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말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의 당정 분리에 대해 “옳지 않았다고 본다. 정당 공천이나 운영에 관여는 안 하고, 정책과 인사는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노 전 대통령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참여정부 2.0 vs. 참여정부 시즌2

참여정부의 공(功)은 계승하고 과(過)는 뛰어넘는 문재인 정부의 초반 행보는 ‘참여정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호평이 나올 정도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잘한다. 솔직한 말씀으로 무섭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인사를 비롯한 최근 행보가 참 절묘하다”며 “새로움과 기대감을 만들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검찰개혁·재벌개혁 등 문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뤄둬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정치권의 한 인사는 2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개혁이 벽에 부딪히면 대통령은 추동을 위해 자기 사람, 코드가 맞는 사람을 먼저 찾게 돼있다”며 “문 대통령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설 수 있겠지만, 코드 인사의 유혹에 빠지면 참여정부 시즌2가 될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과연 ‘노무현의 그림자’는 ‘노무현’을 넘어설 수 있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5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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