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첫 인사난맥에 직면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 관련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여론은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일각에선 ‘개미 구멍에 방죽이 무너진다’며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이 중 위장전입 항목에 해당하는 인선이 문제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하고, 새로운 인선 기준을 발표하는 등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교착 상태다.
우선 야당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경회 후보자가)위장전입, 이중국적에 이어 세금탈루 의혹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은 같은 날 “강 후보자가 지난 2000년 위장 전입했던 중구 정동의 한 아파트의 전세권자는 당시 이화여고 교장으로 재직했던 심 모 씨”라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리 인준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새 정부의 빠른 내각 구성을 위해서는 국무총리 인준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역대 정부에 비해 청와대가 진솔한 사과를 했다고 본다”고 설득했지만 야당들은 입장의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인준 불가'를 당론으로 정했다.
다만 여론은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에 찬성하는 의견이 72.4%로 나왔다. 반대와 잘 모름은 각각 15.4%, 12.2%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직 배제로 '5대 원칙'에 저촉되는 경우라도 역량이 뛰어나면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59.8%에 달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고공 행진 중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4.1%를 기록했다.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1주 전보다도 2.5%p 오른 수치다. 이를 기반으로 여론은 전반적으로 총리 지명을 비롯해 파격 인선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이라고 논란이 불거진 사안이 불법인 것은 맞지만 투기나 좋은 학군 편입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세하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잦아드는 추세다.
다만 이러한 사안들로 인해 결국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지난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 본인이 너무 청렴한 사람이라 다른 이들에게 흠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개미구멍에 방죽이 무너진다고 했는데, 자칫 개혁동력을 잃고 야당이 발목잡을 빌미를 줄까 조금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또한 “사실 하나하나 아까운 인재들이고 지난 여당(자유한국당)의 인사들에 비하면 깨끗하다 못해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 생각은 한다”면서도 “하지만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정부의 원대한 목표에 있어서, 원칙주의는 무척 중요한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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