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집값 정책①]'진화'인가, '퇴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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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집값 정책①]'진화'인가, '퇴보'인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6.0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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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전진 위한 불가피한 1보 후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뉴시스

새 정권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어떤 집값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과거 집값 잡기에 실패했던 참여정부와 비교했을 때 진화된 정책을 발표할지, 아니면 퇴보한 정책을 발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양새다.

文의 진화…선제적 유동성 제약 강화 정책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가 강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이 완화했던 LTV(70%)·DTI(60%)를 40~50% 수준으로 강화해 주택담보·소득비(比) 대출한도 비율을 조임으로써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LTV는 부동산 담보대출 시 부동산 담보인정금액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 주느냐를, DTI는 개인의 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제도다.

또한 '빚내서 집 사기' 풍토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관리하고, 가계부채를 억제하고자 DSR 시스템을 조기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외 기타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 대비 소득을 의미한다.

실제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제도 내에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빠른 해결을 위해 현안부처와 함께 DSR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가 진행 중에 있음에도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배경에는 '노무현 학습효과'가 깔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참여정부 시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며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건축 초과개발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전매 금지, 실거래가 파악, 국민임대주택 35만 호 공급 등 30여 차례나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실수요자들은 하늘 무섭게 치솟은 집값에 좌절했고, 투자자들은 투자자들대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과도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LTV·DTI 규제 강화 카드를 빼들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강력한 유동성 규제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다른 수단으로 관리하려다 낭패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대통령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LTV·DTI 상한을 낮춰 유동성 제약을 강화하는 정책을 정권 초기에 선제적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의 증가세는 2014년 이후 매월 평균 7% 정도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약 200조 원 가량 늘고 있는 것이다.

文의 퇴보…부동산 투기 세력 대처방안 미흡

반면,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언했던 부동산 투기 세력 대처방안에 대해 최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눈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보유세를 국제 기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복수의 언론을 통해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당론으로 정해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전월세 인상률을 정해 집주인의 일방적인 횡포를 사전에 방지하고, 세입자에게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골자다.

하지만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보유세 등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제 인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새 정권 출범으로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리라 예상됐던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도 여소야대 정국 아래 인사 청문회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처지다.

특히 과거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재건축 초과개발이익환수제, 분양권 전매 거래 금지 등에 대해서는 당청 모두 거론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전매 거래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선시공 후분양제' 도입은 검토조차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노무현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 내 큰 손들을 자극하면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도 이에 따른 부작용이었다"며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2보 전진 위한 불가피한 1보 후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TV·DTI 외에 청와대가 추가적인 금융규제 강화 정책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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