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지배력 강화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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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지배력 강화와 무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6.09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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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관계자 증언 거듭될수록 불리해지는 특검‥이 부회장 혐의 입증에 난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보고 있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와 관련, 당시 실무자였던 금융위원회 관계자를 잇따라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삼성이 관계부처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근거가 상당히 모호한데다, 금융위 의사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압력이 없었다는 증언도 잇따르는 등 특검의 ‘무리수’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앞서 지난해 1월 말 삼성은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문의했다. 이에 금융위는 검토를 거쳐 한달 뒤인 같은해 2월 16일 보험업법 저촉 등을 근거로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삼성측에 전했다.

삼성은 원안을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금융위에 전했지만, 결국 지난해 4월 11일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하지만 특검은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지 않고, 청와대와 관련부처 등에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입법을 위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지면, 그룹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변호인측은 실무 차원에서 문의한 적은 있지만 금융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철회한 사안이며 중간금융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또한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 지분율이 당시 47%로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했던 만큼, 이 부회장이 로비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이 ‘삼성 로비’ 의혹을 내세우는 배경에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작성한 이른바 ‘안종범 수첩’이 자리한다.

이 수첩의 2016년 2월 15일자 메모에는 '금융지주회사-Global 금융-은산 분리'라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일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3차 독대가 있던 날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금융지주사 전환 ‘청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특검의 논리다. 

하지만,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은 대통령과의 3차 독대가 있은 다음날 금융위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전환 불가 통보를 받은 셈이 되므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 발생한다. 나아가 청와대의 압력이나 삼성의 로비가 실제 있었는지 의구심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 금융지주사 전환 '청탁' 주장하는 특검‥이재용-청와대 연결고리는 입증 못해

이재용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금융위 관계자들도 삼성의 청탁이나 청와대의 압력이 없었다는 증언을 일관되게 하고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6차 공판에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 상임위원은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금융지주회사 관련법규에 대한 해석 및 인허가 업무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손 상임위원은 증언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금융위의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사 전환 검토 과정에)청와대나 금융위 윗선에서 단 한차례도 지시사항이 하달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8일 25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준 금융위 과장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금융지주사 관련 업무 실무자인 김 과장은 증언에서 "(지주사 전환 검토 당시)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지시를 받은 일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삼성 서초사옥에 게양된 삼성 회사깃발과 태극기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계획이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손 상임위원은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해오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목표는 순환출자를 해소해 지배관계를 투명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이 지배구조 강화와 관련된 이슈였는지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는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그렇게 봤기 때문에 금융위에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승재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가 전화로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의지를 전하면서 ‘윗분의 뜻이 강하다’라고 말했다는 진술조서 내용에 대해서도 손 상임위원은 “‘이재용’이라는 이름 석자는 나오지 않았고, 그냥 저 혼자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증인 신문이 종료된 후 특검은 증거조사 의견을 통해 “범행 전체는 아니지만 전체 구성 요건 또는 양형 가중 사유의 의미를 갖는다”며 “부정청탁과 관련해 중요한 구성요건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은 삼성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다 4월 보류한 이유에 대해선 “삼성 내부이 판단이기 때문에 추측하기 어렵지만 당시 앞두고 있던 총선 때문일 것”이라고 말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변호인단이 제시한 답변은 비교적 설득력을 갖는다. 변호인단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금융위 검토 결과에 따라 처분해야 할 지분 규모가 5~7조원에 이른다”며 “그 정도 규모를 2년 내에 처분하는 것은 도저히 어렵다는 판단이 나와 추진이 중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의 주장대로 총선 결과를 기다리려던 것이라면, 총선을 불과 2일 앞두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 사전검토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없었고, 특정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압력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증언에 의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사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부정청탁하고 뇌물을 주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은 전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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