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추신수가 달린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칙칙폭폭~추신수가 달린다’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9.06.01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침없는 불방망이로 ‘4번’ 접수
누구나 인정하듯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올 시즌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공격 전부문에서 깜짝 놀랄 성적을 올리면서 클리블랜드의 ‘4번’ 타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한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천하의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에게도 뒤질 게 없다. 타율을 빼놓고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이치로(타율 0.319)를 앞선다.
추신수는 5월 12일~18일까지 주간 타율 .370에 홈런 2개 13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이주의 선수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토론토의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에게 밀려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지난 한 주 역시 추신수의 활약은 대단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즈와의 3연전, 신시내티 레즈와의 3연전에서 멀티 히트를 4번이나 기록했고 22일 캔자스시티전에서는 3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드디어 3할대로 끌어올렸다. 23일 신시내티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주춤하며 하루 만에 타율이 다시 2할대로 떨어졌지만 24일 경기에서 2안타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3할 대 타율에 진입했다.

타율 3위, 최다안타 3위, 홈런과 타점 4위 등 팀 내에서 타격 전 부분에 걸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팀 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고, 특히 볼넷의 경우 25일(한국시간) 현재 30개로 아메리칸리그 전체 타자들 중 4위에 랭크되어있고 출루율은 .425로 팀 동료 빅터 마르티네즈와 디트로이트의 미구엘 카브레라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3위에 랭크될 정도로 선구안과 출루능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추신수 활약은 지난 시즌부터 예고
타율 234, 출루율 336, 장타율 405. 지난 2008시즌 추신수가 후반기 첫 경기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추신수는 2007년 9월에 받은 토미존 수술에서 상당히 빠르게 복귀했고, 고작 두 달을 뛴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남은 두 달도 마찬가지 모습이라면 미래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20일(이하 한국시간) 후반기 2번째 경기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추신수는 친정팀 시애틀을 상대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3개의 장타(2루타2, 홈런1)를 때려냈다. 8월11일에는 4타수3안타 2루타 3개의 '2루타 쇼'를 선보였고, 9월20일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1경기 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후반기 2번째 경기 이후 .350-431-626를 몰아친 추신수는 .309-397-549라는 대단히 인상적인 성적으로 시즌을 끝냈다. 비록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350타석 기준으로는 OPS(.946) 12위에 해당됐다(핸리 라미레스 .940). 더 좋은 OPS를 기록한 외야수는 매니 라미레스(1.031) 밀튼 브래들리(.999) 라이언 루드윅(.966) 카를로스 퀸튼(.965) 맷 할러데이(.947) 5명뿐이었다.
이러한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추신수는 25일 신시내티 방문경기에서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를 때렸다. 시즌 15번째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한 추신수의 타율은 0.306이 됐다. 추신수는 이날 현재 25득점, 26타점, 6도루, 5홈런의 성적을 올렸다(표 참조). 16득점, 13타점, 6도루, 4홈런의 이치로(0.319)에 비해 타율에서만 뒤질 뿐이다.

추신수는 부산고 재학 시절부터 ‘파이브 툴 플레이어(five tool player)’로 유명했다. 정확한 타격, 장타력, 빠른 발, 좋은 수비, 강한 어깨를 모두 갖췄다. 추신수는 강타자의 지표인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이치로를 앞선다. 30개의 볼넷을 얻어 이 부문 메이저리그 공동 7위에 오를 정도로 선구안도 좋다. 이치로는 시즌 초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을 호소하며 초반 8경기에 결장했지만 곧바로 3할 타율에 복귀하며 9년 연속 200안타에 도전하고 있다.
 
◇이치로 넘어 아시아 간판타자 도약
이제야 풀타임 빅리거가 된 추신수를 이치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올 시즌 이치로의 연봉(1800만 달러)은 추신수(42만300달러)의 40배가 넘는다. 하지만 한때 이치로에게 밀려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면 추신수의 요즘 활약은 눈부시기만 하다.

더욱이 메이저리그 한 팀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추신수는 전체 출전한 43경기 가운데 26경기나 4번을 맡았다. 단지 타순만 4번타자가 아니라 활약상도 그에 어울린다. 올시즌 157타수 48안타 타율 .306에 5홈런 26타점 6도루를 기록 중이다. MVP급 성적은 아니지만 한 팀의 중심타자로서 손색없다.

심지어 올시즌 추신수는 일본인 타자들의 활약을 충분히 능가하고 있다. 양키스에서 활약 중인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의 경우 타율 .241에 5홈런 14타점에 머물러 있고 '리틀 마쓰이'로 불리는 휴스턴의 내야수 마쓰이 가즈오는 타율이 겨우 .224밖에 안된다. 시애틀의 조지마 역시 2할대 중반의 타율이다.

물론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도 있다. 후쿠도메(.308)와 이와무라(.310)는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타자 이치로는 시즌 초반 위궤양으로 부상자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복귀 후 37경기에서 타율 .319 4홈런 13타점으로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결코 추신수를 능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가운데 마쓰이 히데키와 더불어 가장 많은 5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타점도 가장 많다. 무엇보다 불구하고 겨우 43경기에서볼넷을 30개나 얻어냈다. 리그 4위에 해당한다. 지난 해 94경기에서 44개의 볼넷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다. 볼넷이 크게 늘어나면서 출루율도 .425나 된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수치에서도 추신수는 일본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추신수의 OPS는 .896(출루율 .425, 장타율 .471)에 이른다. 이치로나 마쓰이 히데키가 7할대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수치다. 후쿠도메 정도만이 .923(출루율 .438 장타율 .485)로 추신수 보다 약간 높다.

물론 이제 풀타임 첫 시즌을 맞이하는 추신수와 이미 일본에서 정상급 타자로 인정받은 뒤 미국에서도 많은 연봉을 받고 스타대접을 받는 일본타자들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추신수의 올시즌 연봉은 겨우 40만 달러 정도지만 이치로의 올시즌 연봉은 1700만 달러, 후쿠도메의 연봉은 700만 달러에 이른다. 마쓰이 히데키 역시 연봉이 130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그런 측면으로 볼 때 쟁쟁한 일본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추신수의 활약은 오히려 더욱 돋보인다. 몸값에 대비해서 활약상을 놓고 본다면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단연 으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미국 현지에서도 일본프로야구 출신의 거물들 대신 추신수를 아시아의 대표 타자로 점점 주목하는 분위기다.

물론 지금의 활약으로 모든 것을 속단할 수는 없다. 진정한 실력 평가는 풀시즌을 몇차례 더 치러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2009년 추신수는 모든 면에서 출중한 '만능 선수'로 도약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