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 홍완선 "삼성물산 합병,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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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홍완선 "삼성물산 합병,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6.2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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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합병 비율, 자본시장법에 의한 것..특검 주장 비현실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특검으로부터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단 간 법정공방이 치열히 전개되는 양상이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가 가장 낮은 시점에 합병이 추진됐고,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특혜’를 줬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고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연금공단이 수천억원의 지분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 만큼, 합병 찬성을 ‘특혜’로 볼 수는 없다고 맞섰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31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8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법정 구속 상태다.

특검이 홍 전 본부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합병과 관련한 ‘삼성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1대 0.35로 제시한 상황. 하지만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사를 밝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병 여부를 가름할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삼성물산 지분 11.61%,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은 합병 후 주가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결국 지난 2015년 7월 10일 최종적으로 합병이 성사됐다.
 
◇ 국민연금, 1대 0.35 합병비율로 막대한 손실 입었다?.."실제로는 그 반대"

특검은 합병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자문기관이 산출한 적정 합병 비율은 1대 0.42인데, 실제 합병이 이뤄진 1대 0.35의 비율은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특검은 국민연금이 합병으로 인해 산술적으로 5900억여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찬성한 것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은 청와대의 압력과 삼성의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특검은 홍 전 본부장과 이 부회장의 면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의 합병 표결 3일 전인 2015년 7월 7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이 부회장과의 면담 이후 합병 찬성으로 이끌기 위해 안건을 외부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아닌, 공단 내부인사들이 참여하는 투자위원회가 심의토록 압박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변호인단의 반론도 만만찮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정한 것이고, 국민연금공단은 운용 지침과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이 합병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측은 현재 연금공단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비교했을 때, 1대 0.42 합병 비율로는 1조 8000억원이지만 실제 합병한 1대 0.35 비율로는 2조 1000억원이므로 약 2천억 이상의 수익을 더 낸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합병으로 인한 지배력 강화 의혹에 대해선, 이 부회장이 2014년 5월 이전부터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와 합병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합병 앞두고 이뤄진 홍완선과 이재용 면담..왜?

이날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본부장은 증언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경위에 대해 “합병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분석하고 삼성 실무라인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측이 합병 비율과 중간 배당 등에 대한 의견 차이를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설명하겠다고 해 만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면담 내용 중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이나 순환출자 부분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깊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에 대한 답변을 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이 “기금운용본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간접 취득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있다고 하지 않았나”고 묻자, 홍 전 본부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한다고 해서 경영권 승계가 된다고 한 사실은 없다”고 단언했다. 

조남권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삼성물산 합병 건을 투자위에서 결정하라고 지시했으냐는 질문에는 "투자위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그래도 판단이 어려울 경우 전문위에 의결권을 부의하는 것이 맞다는 지시였다"고 답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나타날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다양한 노하우와 신규사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에서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의미다.

합병 시너지 효과는 ‘영업 시너지’와 ‘재무 시너지’ 등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신용평가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합병 발표 전 ‘AA-’에 불과했지만 발표 이후에는 ‘A+’로 상승했다.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회사채 금리 인하 효과와 해외 공사 입찰에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 합병이 무산됐다면 주가 하락으로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가치가 2000~3000억원원 상실될 수 있고, 주가가 추가 하락할 우려도 있었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합병 반대 의견을 냈던 의결권 자문사조차도 합병이 무산될 시 20%의 주가하락을 전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합병 비율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이 불리한 시점에 합병이 결정됐다는 특검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에 대해 오직 시장주가로만 합병비율을 정하지않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홍 전 본부장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의 지표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경우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평가자의 접근 형태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변호인단은 엘리엇이 2015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주가는 상장회사의 일정 시점 가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으며 회계법인이 참고자료로 만든 보고서를 주가보다 우월하다고 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홍 전 본부장은 합병이 있기 전인 2015년 1~5월에 이르는 기간동안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한 이유에 대해 “당시 삼성물산의 1/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4월 이후 매도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떨어지면 합병 비율도 낮아진다. 기관투자자 다수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에서 주가반등 시점을 기약할 수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가장 저평가’된 시점을 삼성이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는 특검측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변호인단은 “주가 하락이 가장 저점인지 아닌지는 그 시점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당시 기관투자자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는 패턴을 보면, 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주장은 실제 거래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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