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달고 여의도 입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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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달고 여의도 입성 가능할까"
  • 황선달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4.29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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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앞둔 의원회관 공천따라 울고 웃고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국회는 지금 텅 빈 빈집 같이 의원회관 내의 빈 의원실이 속출하고 있다. 빠르게는 3월 초부터 몇몇 의원실은 지역구로 전원 짐을 싸들고 내려가 선거운동 준비에 착수했는가 하면 다른 의원실은 3월 중반에 접어들면서 지역으로 출동했거나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구로 전부 내려간 의원실 중 몇 몇 의원실은 실무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여비서를 남겨두는 곳도 있지만 격전이 예상되는 의원실의 경우 여비서는 물론 인턴직원까지 전부 내려간 상태라고 한다.

▲     © 운영자


지역구로 이삿짐을 모두 옮긴 의원실은 그나마 공천이라도 받은 탓에 한숨 돌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의원실의 경우 자칫 공천이 되지 못할 상황이라도 올까봐 내심 긴장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통합민주당의 호남지역구의원실과 한나라당의 영남지역구 의원실의 경우는 수시로 언론보도 동향 및 당 내 지인들로부터의 공천심사 상황을 전달 받으며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통합민주당의 호남지역 모 의원의 보좌관은 “당 내에서 의원에 대한 물갈이 공방이 치열하다”며 “아마 짐을 싸서 내려가지 못할 상황이 가시화될 것 같아 의원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부산 출신 한 초선의원의 비서관은 “아직 부산지역에 대한 공천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모르겠다”며 “전 의원의 아들이 출마해 지역 여론이 흔들리고 있고 지지도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대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비서관은 “대선 때 공이 크고 또 그분이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그 분’도 상대 후보가 거물이라 자신의 호구지책에 신경 쓰느라 공심위에 이렇다 할 얘기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그 분’은 아마도 당 내 실력자 중 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반면 낙천이 확정된 의원실은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 박근혜 계열의 한 중진의원실의 경우 최근 지역구를 신인에게 빼앗긴 뒤 아직까지 불만만 토로하고 있고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보좌진들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영감(의원을 의미하는 속어)이 무소속으로 나간다고는 하는데, 진짜 나갈 지 아니면 출마를 포기할 지를 아직까지 결정을 못하고 있어 우리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낙천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다른 의원실이나 출마 예비후보와 접촉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원과의 도리 상 아직까지 그만두겠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며 “저쪽(참여할 예비후보 캠프)에서는 빨리 오라는데 결단을 내리는데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이 처럼 의원의 공천과 낙천, 그리고 불출마와 무소속 출마 등등 복잡한 국회 내의 이해관계 속에 격랑을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도 다양한 스탠스(보폭)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당찬 포부와 자신감을 갖고 이번 총선에 출마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정치신인들이라 낙천의 충격은 매우 컸던 모양이다.

한나라당 광진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해놓고 공천을 신청했던 중견기업의 대표 K모씨는 최근 친 이명박 계열의 인사가 공천자로 내정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며칠 간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퇴원 후 당에 재심을 요청할까 하다가 용인 지역에 전략공천을 신청했다고 다시 미역국을 마시고 말았다고 한다. 이쯤 되자 주변에서는 출마를 포기하고 있는 사업체나 잘 꾸리라는 조언을 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권력욕에 대한 의지를 뿌리칠 수 없던 지, 그는 탈당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자유선진당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자유선진당으로부터 광진 지역구 공천을 내락 받아 놓은 상태라고 한다. 이회창 총재가 과연 보물 줍기를 한 것인지, 이삭줍기를 한 것인지는 두고 보면 알일 일 것이다.

또 다른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몇 년 째 출마를 거듭하고 있지만 내리 낙선을 해 이번에는 공천이 힘들 것이라는 주변의 충고에도 만류하고 결국 공천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예상대로 그는 충남의 한 지역구 공천을 받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당에 충성하고 열심히 했지만 몇 번이나 지역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사람에게 더 이상 공천을 줄 수 없다는 공심위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그는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18대 국회에 국회의원이 돼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희망 사항일 뿐, 당 내에서는 그가 비례대표 신청을 한 것을 두고 “착각은 자유”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공천에도 떨어지고, 비례대표도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일부 여당의원 및 예비후보들은 다른 길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공기업이나 기관의 장 또는 감사로 가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공기업 및 정부기관과 산하단체에 대한 인사이동이 대폭 예상되지 때문에 공천 때문에 혼란한 틈을 타 먼저 공기업을 선점하려는 전략도 의미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행위들은 다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호구지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 서민들이 취업난 때문에 고통을 받듯이 정치인들 또한 취업난으로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보좌진들의 취업시즌이라고 하는 이때, 과연 몇 명의 의원들이 살아 돌아올지, 몇 명의 보좌진들이 재취업에 성공할 지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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