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특집-건설]'전통명가' 쌍용건설·'신흥강자' SK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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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특집-건설]'전통명가' 쌍용건설·'신흥강자' SK건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7.0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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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주모, 여기 술 한 사발 더!"

요즘 누리꾼들이 미국 LA 다저스 류현진, 잉글랜드 토트넘 핫스퍼 손흥민 등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대한민국 운동선수들을 응원할 때 주로 쓰는 시쳇말이다. 옛날 옛적 주막에서 술을 파는 여주인을 일컫는 '주모'라는 말을 빌려, 선수들로부터 느낀 국위선양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주모를 외치게 하는 건 비단 운동선수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선전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전파하는 국내 기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탁주 한 사발이 절로 생각난다. <시사오늘>은 국위선양에 이바지해 주모를 찾게 하는 기업들을 각 업계별로 조명해 봤다.

▲ '주모'를 부르게 하는 건설사 쌍용건설, SK건설(에스케이건설). 전자는 전통명가의 클래스를, 후자는 신흥강자의 당참을 선보이고 있다 ⓒ 각 사(社) CI

해외사업 名家 쌍용건설, '클래스는 영원하다'

한때 쌍용건설은 해외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통했다.

한창 국내 건설업체들이 주택시장과 중동공략 통해 덩치 키우기에 주력했던 1980년대, 쌍용건설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고 세계 건설시장의 각축장으로 평가되는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래플즈 시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업계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초고층 빌딩 공사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쌍용건설이 과연 지상 73층 규모의 복합건물을 완공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였다. 괜히 나서서 국내 건설사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들렸다.

쌍용건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86년 레플즈 시티 사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불과 창사 10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이후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만 50여 건이 넘는 공사를 수주했다. 인도네시아, 두바이 등에서도 쌍용건설을 찾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세계가 쌍용건설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다.

모두가 탄탄대로를 밟을 것으로 예상했던 쌍용건설의 발목을 잡은 건 모그룹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쌍용건설도 불가피하게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악재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쌍용건설은 2004년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했지만, 잇따른 경영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2013년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무산된 M&A(기업 인수합병)만 7차례, 시공능력평가순위도 6위에서 20위권으로 추락했다.

▲ 쌍용건설이 지은 싱가포르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전경 ⓒ 쌍용건설 제공

그러나 쌍용건설은 강점을 가진 해외 시장을 통해 부활을 꾀했다. 대표적인 게 2007년 싱가포르 '마리아베이샌즈호텔' 사업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경사구조물 공법', '경사벽케이블고정 시스템' 등 고난이도의 첨단 건축 기술이 요구되는 총 사업비 1조 원 규모의 대형 공사였다.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저력을 발판으로 쌍용건설은 2015년 1월 ICD(두바이투자청)을 최대주주로 맞이하며 기업회생절차를 청산했다. ICD는 총 운용자산 규모가 230조 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다.

이후 쌍용건설은 두바이, 싱가포르, 적도기니 등에서 해외사업으로만 2조4000억 원 가량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해외 신규수주 8위에 오르며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올해는 다소 주춤하다.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상반기 해외수주고는 약 680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인도네시아 유료 도로 프로젝트에서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CD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데다, 그간 해외 시장에서 쌓은 기업 신뢰도가 뒷받침되는 만큼 하반기에는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오는 2020년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세계 엑스포 관련 사업 발주가 진행됨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입을 전망이다.

새로운 名家 꿈꾸는 SK건설, '봄날은 온다'

SK건설(에스케이건설)은 그간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해 절치부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 저가수주로 2013~2014년에 걸쳐 약 67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해 곤욕을 치렀다.

2015~2016년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과도기였다. SK건설은 저가수주 논란에 휩싸인 해외 플랜트·토목 현장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사우디 와싯 플랜트', '터키 투판벨리 화력발전소' 등 프로젝트다.

실제로 SK건설은 해외수주는 2015년 4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2436억 원 규모로 급감했다. 특히 2016년에는 해외 신규수주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8억7800만 원에서 1942억56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SK건설은 2017년 전체 수주목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인 4조 원 가량을 해외 시장에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손해를 본 해외 프로젝트 정리작업을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재도전하겠다는 당찬 출사표였다.

▲ SK건설은 대림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올해 초 세계 최장 현수교 '터키 차나칼레(Çanakkale) 대교'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 SK그룹 제공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상반기(지난달 26일 기준) 1조5630억 원의 해외수주고를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초 대림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3조5000억 원 규모의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사업', 4조1440억 원 규모의 '이란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소 사업권'을 따낸 게 컸다.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SK건설은 현재 인도 현지 건설업체 HCC와 손을 잡고 총 사업비 1조 원 규모의 '인도 뭄바이 도로 건설사업' 입찰에 참가했다. 향후 진행되는 '인도 뭄바이 항구 해상교량 사업'에도 뛰어들겠다는 방침이다.

SK건설이 혹독한 겨울나기를 마치고 새봄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SK건설에게 완연한 봄날이 찾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저가수주 해외 사업장 정리가 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는 SK건설이 원가율 조정으로 오는 2019년까지 약 2430억 원 가량의 추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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