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C 향한 공정위 칼날, 한화건설에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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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S&C 향한 공정위 칼날, 한화건설에는 '호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7.0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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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구축 수의계약…"입찰 형식으로 바뀌면 수익 개선 여지 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김상조 위원장이 지휘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S&C(한화에스앤씨, 대표이사 김용욱)를 최근 겨냥하고 있는 것과 관련, 같은 그룹 계열사인 한화건설(대표이사 최광호)이 되레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일각서 제기된다 ⓒ 한화건설 CI

김상조 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화S&C(한화에스앤씨, 대표이사 김용욱)에 창끝을 겨눈 것이 오히려 한화건설(대표이사 최광호)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S&C는 지난달 29일 공정위가 공표한 '2017년 하도급거래 상습법위반사업자' 명단에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 S&C는 대금을 깎거나 늦게 지급하는 등 상습적으로 하청업체에 갑질을 일삼았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한화S&C를 이번 명단에 포함시킨 것이 단순 하도급거래 위반행위만을 제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짜 목적은 한화그룹 오너가 3형제의 편법적 승계 견제라는 것이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그간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한화S&C는 이번 명단 공표에 앞선 지난달 2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한 차원에서 "(물적분할 등) 오너가 지분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정위의 한화S&C에 대한 제재가 한화건설에는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화건설, 최근 10년 간 한화S&C와의 내부거래로 '4400억 원' 지출
"공정위 규제로 한화건설 혜택볼 것"…한화건설 측, "외부에 맡기는 건 어려워"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한화S&C와의 거래를 통해 최근 10년(2007~2016년) 동안 총 4373억7749만 원을 지출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년 167억4200만 원, 2008년 349억8375만 원, 2009년 309억9368만 원, 2010년 647억4837만 원, 2011년 581억4286만 원, 2012년 604억3141만 원, 2013년 556억347만 원, 2014년 512억4230만 원, 2015년 381억5131만 원, 2016년 263억3834만 원 등이다. 올해 1분기에도 77억4015만 원의 매입 자금을 사용했다.

한화건설이 2007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총 4451억1764만 원을 한화S&C와의 거래로 사용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한화건설의 영업이익(896억5353만 원)의 5배에 이르는 수치다. 한화건설은 지난 3년 간 영업손실을 기록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처럼 한화건설이 만성적자 가운데에도 한화S&C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한화S&C가 한화건설을 포함한 전(全) 한화그룹 계열사의 시스템 구축·솔루션 등을 전담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당시 한화S&C(한화에스앤씨, 대표이사 김용욱)와 내부거래를 하는 전체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계열사 가운데 한화건설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 민병두 의원실

문제는 한화건설과 한화S&C의 거래가 모두 경쟁을 거치지 않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자, 한화건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한화건설의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한화그룹 전체 계열사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S&C와 100억 원 이상 규모의 내부거래를 하는 9개 계열사 가운데 한화건설의 점유 비율은 24%에 육박했다. 2위 한화생명보험(14.9%)과 큰 격차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룹 차원의 일이어서 한화건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화S&C와 수의계약을 맺은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하다못해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라도 됐다면 한화건설이 예산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번 공정위 규제를 계기로 입찰형식으로의 변화가 생긴다면 한화건설의 수익성 개선 여지가 크다"며 "아마 그런 식(입찰)으로까지는 가지 않고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대폭 줄인다는 거시적인 방향에서 한화건설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이날 한화건설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한화건설의 규모가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예산이 한화S&C로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의계약 등에 대해서는 "현재 실무를 맡은 부서에서 제한적인 경쟁입찰을 거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영업비밀 등 보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한화그룹 외부에 맡기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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