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後②]'비리·불법 얼룩진' LH, 국회 지적 '나 몰라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국감 後②]'비리·불법 얼룩진' LH, 국회 지적 '나 몰라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7.11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 시정조치 '말짱 도루묵'…침묵하는 LH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7년 국정감사 시즌이 곧 돌아온다. 국감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그리고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타 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을 뜻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관·기업을 향해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꾸짖고 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된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그저 그때뿐인 기관·기업들이 적지 않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국감이 끝난 뒤 시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감 그 이후' 기획을 통해 이 같은 기관·기업들의 작태를 들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박상우)가 거듭된 국회 지적에도 임직원 비리와 불법 광고로 국민 주거행복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자정(自淨)능력이 상실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목이 다가오는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6년 정용기 "LH 비리 종합판, 뼈를 깎는 자구 노력 필요"
안규백 "지속적인 허위·과장광고…LH 공익성은 어디로 갔나"

▲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음에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박상우)의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가 여전히 만연한 눈치다. 국회 지적에 따라 마련한 시정조치사항은 모두 공염불이 돼 버렸다. ⓒ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토위 국감에서 LH세종특별본부 A 부장(54)이 납품업체에 지속적인 갑질 횡포를 부리다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 부장은 2015년 초부터 LH에 주택 조경용 시설, 비료 등을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에게 '정원용 탁자', '파라솔' 등 사진을 보내고, 해당 물품을 자신이 거주하는 전원주택에 배송하라고 요구한 뒤 이를 수수했다. 또한 자신의 조카를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2015년 7월에는 한 조경업체 대표이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정원 축대공사를 해 달라고 겁박했다. 해당 업체 대표는 결국 사비를 들여가며 A 부장의 정원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이 같은 LH 소속 임직원 비리가 일상적이라는 데에 있다.

실제로 같은 해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LH 임직원의 범죄와 비리는 총 59건, 이 가운데 뇌물수수는 26건에 이른다. LH에 부정부패와 편법이 만연한 꼴이다.

이에 대해 정용기 의원은 "LH 소속 직원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의 종합판"이라며 "LH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불법 행위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지난해 국감에서는 LH의 공익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제기된 바 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LH가 법에서 엄격히 금하고 있는 허위·과장광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안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5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주거전용주택용지 457필지를 분양하면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발사업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명시한 전단지 22만 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2013년 3월에는 인천 영종·청라 제3연륙교 건설이 확정된 것처럼 광고해 입주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안 의원은 "LH의 분양 전단지들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유사사례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며 "국민주거안정 실현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LH의 공익성이 의심된다. 반드시 뿌리 뽑혀야 할 적폐"라고 꼬집었다.

2017년 LH, 국회 지적 '뒷전'…억대 금품수수 임직원 비리 적발
'공공기관 맞아?'…도 넘은 불법 현수막 설치·공고문 허위광고

이처럼 쏟아지는 국회 질타에 LH는 자정 노력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1일 LH 인터넷 홈페이지 사전정보공표 목록에서 국회 국정감사 지적에 대한 조치사항을 살펴보면 LH는 2017년을 '부정부패사건 제로(0)의 해'로 삼고 지난 2월 7일부터 자체적으로 '부패척결단'을 운영했다.

또한 'RAS(real-time Audit System)'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감사정보를 파악함으로써 부정부패 발생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내부 통합신고방(청신호)' 개선과 '외부 익명신고시스템(레드휘슬)'을 통해 임직원 내부통제 시스템을 활성화하겠다고 내세웠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 박상우 LH 사장은 직접 '청렴실천결의대회'를 개최하고 "LH와 건설업계가 함께 부정청탁을 근절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청렴한 건설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 2016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LH 소속 임직원들의 부패행위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박상우)에 촉구했다. 하지만 LH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탁상공론에 그쳤다 ⓒ LH한국토지주택공사 '2016년도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 조치계획'

하지만 LH의 이 같은 조치는 모두 무위에 그쳤다. 올해 들어 임직원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수원지검에 따르면 LH 전문위원 김모 씨(1급)는 화성 동탄, 광명·시흥 지역 본부장으로 재직했던 2013년 1~10월 당시 건설업체 3곳으로부터 5회에 걸쳐 41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황금열쇠 등 금품 수백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LH하남사업본부장 차장 이모 씨(3급), 수원권주거복지센터 직원 서모 씨(6급) 등도 각각 아파트 전기공사 업체와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금품과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자체적인 임직원 관리·감독과 내부 비리 감시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회 지적으로 인해 LH가 마련한 임직원 비리 근절 조치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방증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불법적인 광고 행태 역시 계속되는 모양새다.

제주시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지역 내 불법 분양 현수막 단속을 실시해 총 415장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 조치했다. 문제의 현수막은 모두 LH가 설립한 한국토지신탁의 아파트 분양 광고였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월에도 800여 장의 불법 현수막을 무단으로 설치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LH는 지난 3월 경기 오산 'LH오산세교 휴먼시아 꿈에그린 11단지'를 홍보하기 위한 대형 현수막을 도로 인근 외벽에 무더기로 설치해 지자체로부터 행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허위·과장광고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주 <시사오늘>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LH세종특별본부는 2015년 공공임대아파트 '세종 투모로우 시티'를 공급하면서 공고문을 통해 '지하주차장은 각 동과 직접 연결되는 주동통합형', '각 동 지하층 계단실 엘리베이터홀과 직접 연결되는 주동통합형'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몇몇 단지와 지하주차장이 직접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게끔 설계가 적용된 것이다. 현재 일부 입주민들은 LH가 공고문을 허위로 꾸몄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상식 뛰어넘는 LH, 비리 근절 요원"…LH 측, '묵묵부답'

이에 대해 국회 국토위의 한 여권 관계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LH의 임직원 비리를 비롯한 각종 불법행위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현 박상우 체제뿐만 아니라, 전임 사장들도 비리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뿌리를 뽑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LH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을 수익성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공공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천명하지 않았느냐"며 "다가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LH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사오늘>은 LH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답변은 오지 않았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