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1세대의 무너지는 ‘성공신화’
스크롤 이동 상태바
프랜차이즈 1세대의 무너지는 ‘성공신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7.19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호식·정우현·강현…상생 등한시하며 각종 물의로 내리막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강훈 KH컴퍼니 대표·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황금기를 이끈 1세대들이 몰락하고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 오너들이 각종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참담한 성적표를 받는 등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커피왕’으로 불리는 강훈 대표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망고식스를 운영하는 KH컴퍼니는 지난 18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매 브랜드인 ‘쥬스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도 회생 신청을 냈다. 

강 대표는 일명 ‘카페베네 성공신화’를 이룬 입지전적한 인물이다. 그는 1998년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공동창업한 이후 카페베네 사장 자리로 옮겨 업계 최초 500호점을 돌파하는 등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2010년에는 KH컴퍼니를 세우고 이듬해 망고식스 브랜드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에는 쥬스식스(ZUSSIX)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그동안 망고식스와 쥬스식스의 위기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최근에는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으며 가맹점 물품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일부 점포가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H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액은 106억원으로 전년보다 45.4% 감소했다. 수익성도 악화돼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0억원, 11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약 60여 곳의 매장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부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KH컴퍼니와 KJ컴퍼니는 지난해 쥬스식스와 커피식스를 론칭했고, 올해는 망고식스미니와 디센트 등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앞서 론칭한 브랜드가 자리를 잡기 전 신규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강 대표는 당초 각 브랜드의 개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갑질’로 지탄받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오너들도 있다. 최근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과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은 각각 직원 성추행과 가맹점 갑질 혐의로 자리를 내려놨다. 

최호식 전 회장은 지난 3일 강남구 청담동 한 일식집에서 20대 직원 A씨와 식사를 하던 중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호텔로 강제로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들끓자 최 전 회장은 지난 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두 마리를 한 마리 가격에 제공하는 치킨’이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난 1999년 1월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시작 약 17년 만인 지난해 8월에는 가맹점 10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 2015년에는 일본 1호점인 신오쿠보점을 열면서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호식이 두 마리치킨은 강남구청 인근에 위치한 일명 ‘호식이 타워’ 본사를 포함해 전국 3개 사업본부와 8개 지역본부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 최 전 회장이 호식이 타워를 매입할 당시 가격이 330억원 가량으로 알려지면서 그에게는 ‘닭팔아 빌딩 산 호식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정우현 전 회장은 현재 업무방해, 공정거래법 위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른바 ‘치즈통행세’, 탈퇴 점주들에 대한 보복 출점, 자서전 강매 등의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전 회장은 지난달 26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MP그룹 회장직을 사퇴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화로 통했으며 MP그룹의 수장이었던 정 전 회장은 ‘피자왕’으로 불렸다. 그는 199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연 뒤 지난 1996년 일본 본사로부터 판권을 인수하고 미스터피자를 ‘토종 브랜드’로 굳혀나갔다. 이후 미스터피자는 2009년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을 제치고 업계 정상에 올랐다. 

이처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을 일군 1세대들이 악재로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에 업계에서는 ‘씁쓸한 퇴장’이라는 평과 동시에 향후 프랜차이즈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세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국내 산업에 큰 공을 세운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프랜차이즈 오너들을 보면 제왕적 문화에 젖어있거나 상생 정신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1세대 오너들이 부정적인 이슈로 물러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며 “최근 상생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나 가맹점과의 상생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업계에 만연한 갑질 관행을 도려내기 위한 행보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가맹점주 권익보호 및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목표로 6대 과제(23개 세부과제)를 포함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가맹본부의 정보공개 강화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가맹점주의 권익보호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