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9 일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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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代散策] 정대철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낫다고 생각”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
현행 헌법, 민주성 결여된 미완성품
박근혜, 정치해서는 안 됐던 사람
문재인 정권, 운동권 인사 너무 많아
민주당, 국민의당 중요성 인지해야
2017년 07월 28일 (금) 글=정대철/정리=정진호 기자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글=정대철/정리=정진호 기자 한설희 기자)

격동(激動)의 시대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고,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됐다. 대통령 탄핵이 배태한 다당제로 정치에는 예측불가능성이 더해졌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속도로 개혁을 추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1977년 제9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40년간 정치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이 격변(激變)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7월 26일, 여의도 산정빌딩 사무실에서 〈시사오늘〉에 내 생각을 털어놨다.

   
▲ 격동(激動)의 시대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고,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됐다. 대통령 탄핵이 배태한 다당제로 정치에는 예측불가능성이 더해졌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촛불혁명 뜻 받들어 개헌해야”

나는 1977년에 국회에 들어갔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군사독재권력을 강화해 유신을 선포, 국민을 극도로 탄압하면서 영구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러자 민주화세력은 유신반대·반군사독재 운동을 전개했다. 전국민주청년학생 총연맹(민청학련), 3·1 명동구국선언, 전국대학생 시위, 부마시민항쟁, 광주항쟁 등이 연이어 일어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중심이 된 신민당도 국회 내외에서 항쟁을 거듭했다. 그러다 결국 10·26이 일어나면서 박정희 정권이 막을 내렸다.

요즘 상황을 보면 그때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재자였는가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있다. 자기 마음대로 했지만,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지는 않았으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긴급조치까지 동원해서 민주주의를 완전히 파괴했다. 긴급조치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를 막았다. 나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는데도 국회에서 긴급조치를 비판하려고 하니까 마이크가 열 번 넘게 꺼지기도 했다.

다만 한계에 달한 체제를 국민의 힘으로 변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으로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탄핵이 발생했고, 정권이 교체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이 꼭 박 전 대통령의 잘못 때문일까. 물론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잘못이 제일 크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자의적 통치가 가능한 제도 문제도 적지 않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이서 대화를 했을 때 ‘이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곤란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1987년 헌법은 군부독재 종식에 초점을 두고 만든 미완의 헌법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연관된 정략적 합의의 산물이다. 이러다 보니 직선제로의 전환이 개헌의 전부였다. 헌법 전반에 대한 손질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1인 권력독주가 가능한, 민주성이 결여된 헌법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을 넘어 일류국가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다. 일류정치, 일류행정, 일류법치가 가능하려면 미래지향적 헌법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체제에 대한 내부적 도전을 잠재우고, 현행 헌법의 결함을 수정해야 통일시대를 열 수 있다.

개헌을 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고,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국회가 국정 중심이 돼야 진정한 사법부 독립이 가능해진다. 사법부가 독립돼야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이 보장되는 법치사회가 도래한다. 또 고비용 저효율의 무책임 정치, 군림하는 관료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수다.

개헌 시기는 2018년 상반기가 적기(適期)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슬기롭지 못한 사람”

감옥에 가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런 상황을 만든 사람이니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권력 남용도 남용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슬기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서 대화를 했을 때 ‘이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곤란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한 마디도 제대로 된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용어나 한자·한문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쁜 사람’이라는 말도 그렇다. 어쩌다 보니 매력 있는 표현이 됐지만, 그 이상의 표현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통상 용어 이상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제3자 뇌물죄’가 뭔지 모르는 수준이다. ‘나는 뇌물을 안 먹었다. 최순실·정유라가 먹었지 나는 안 먹었으니까 나는 깨끗하다’ 뭐 이런 식이다. 잘만 대처했으면 감옥까지는 안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슬기롭지 못하다.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낫다고 생각”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선이 있었는데, 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했다.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나도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직도 버리지 않고 출마를 하더라. 국회의원직 버리고 도전하라고 다섯 번이나 얘기를 했는데, 결국 버리지 못했다. 대통령 자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전해도 어려운 자리인데, 떨어지면 국회의원 하겠다 이런 자세로 뭐가 되겠나. 그래서 이부영 전 의원과 ‘이 사람은 믿지 못하겠다, 실망스럽다’고 여러 번 얘기하기도 했다.

또 나는 친노의 원조에 가까운 사람이다. 나 역시 운동권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너무 운동권 그룹에 경도돼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청와대에 전대협 학생회장 출신이 33~34명이다.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도 1급으로 들어갔다. 국회의원은 장관급이다. 그런데 차관도 아니고 1급으로 들어가는 것은 끼리끼리 뭉쳐서 뭘 하겠다는 뜻 아니겠나. 너무 운동권 쪽으로 치우치고, 편중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이 균형 있는 정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고 걱정했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쁜 측면도 적지 않다. 과한 면이 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 인상도 너무 갑자기 결정됐다고 본다. 100% 정규직화나 탈원전 등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깨지는 정책들이다. 일본도 원전을 다시 21개 돌리기 시작했다. 그냥 기분 좋게 환경주의자들과 ‘후쿠시마 봐, 폐지하자’ 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신중하지 못하다.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이 75%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국민과, 전문가와 의논 없이 성급하게 일을 결정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DJ 당선 후 감옥에 갔다. 그때 분위기도 이상하고, 기본적으로 야구도 좋아하고 해서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 가 있었는데, 대통령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말을 옮겼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 가문 DNA 있는 듯”

사실 나도 대선에 도전한 적이 있다. 1997년이었다. 당시 당내에는 ‘김대중 다음에는 정대철’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 근처에도 오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경선에 출마했고, 20% 정도 득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역시 내 경선 출마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내가 DJ에게 경선에 단독 출마하는 것보다 누구하고든 같이 경선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말했고, DJ도 기분 좋게 내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DJ 당선 후 감옥에 갔다. 그때 분위기도 이상하고, 기본적으로 야구도 좋아하고 해서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 가 있었는데, 대통령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말을 옮겼다. 나는 DJ에게 나쁜 것은 나쁘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 괘씸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감히 네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1997년 이후에는 아예 대선에 도전할 기회가 없었다. 계속 재판 받다가 끝났다. 내가 그렇게 지내다가 정치를 관두니까, 아들(국민의당 정호준 전 의원)이 ‘아버지 관두니 내가 하겠다’ 하더라. 그때 아들이 삼성전자 팀장으로 있었다. 돈도 많이 벌었다.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도 연봉이 9500만 원이었다. 내가 ‘삼성에서 10년 있다가 40살 넘어서 해라’ 했더니 ‘아버지는 왜 했습니까’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혀를 내두르면서 ‘아이고, 알았다 해라’ 했다.

우리 막내아들은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놈도 ‘아버지, 저 정치하면 안 돼요?’ 하는 거다. 내가 ‘형이 하고 있지 않냐, 장사만 해라’ 했다가 3년 동안 서로 말을 안 했다. 결국 ‘네 맘대로 해라, 형 방해만 하지 말아라’ 했다. 그러고 나서야 집안 분위기가 좋아졌다. 집안 내력인 것 같다. 선친(정일형 박사)께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21번이나 체포되셨고, 나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했고, 이런 DNA를 가진 가문이니 자연스럽게 정치 가문이 된 것 같다. 

   
▲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사명은 개혁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협치 성공하려면 주고받을 줄 알아야”

요즘 ‘협치’라는 말을 정치에서 많이 쓴다. 정치학에도 없는 용어인데, 아마 협력해서 통치하겠다 이런 뜻이 아닌가 싶다. 만약 느슨한 연정을 협치라고 한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한다. ‘법률안에 찬성해 다오’라고 통보하지 말고, 내놓기 전에 미리 협의와 수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은 무조건 찬성하라는 것이다. ‘찬성 강요’다.

그리고 제대로 협치를 하려면 국민의당을 업고 다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120석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180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당 40석은 정말 중요한 숫자다. 그런데 지금 협치를 하고 있나. 실수를 했으면 감싸야지, 더 깔아뭉개려고 하고 있다. 이러면 협치는 자동 붕괴된다. 국민의당을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돌아서서 ‘마이웨이’ 하면 어떻게 되겠나. 국민의당 지지율이 3.5%쯤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죽어보자’ 하면 문재인 정부만 죽는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다.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사명은 개혁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로 양극화를 극복하고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입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즉, ‘제도개혁과 입법을 통한 개혁의 성공’이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의당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국민의당, 위기 극복 위해 제2의 창당 필요”

협치를 말하기 전에, 국민의당도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현재 위기는 구조적 문제와 현상적 문제가 결합된 결과다. 대통령 중심제·소선거구제 하에서 제3당은 성공하기가 극히 힘들다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실패했다는 현상적 문제가 위기의 본질이다.

이 위기를 탈출하려면 제2의 창당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협력자, 개혁 촉진자, 개혁 경쟁자가 돼야 지지율 회복 가능성이 있다. 작년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국민의당이 26.74%, 민주당이 25.54%였다. 국민의당을 대안정당으로 키워보고 싶었던 국민의 뜻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12개 시도에서 2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이중 7할은 ‘당선은 안 되지만 지지한다’는 사람들이었다. 제3당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8·27 전당대회를 제2의 창당 전당대회로 만들어야 한다. 여야 대립이 심화되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절묘하게 대립·대결을 중재할 수 있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을 때가 올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 새로운 국민의당을 만들어야 한다.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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