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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의 하루④]최소한의 인권도 없는 통신 대리점 판매원
10시간 이상 근무시간·기본급 없거나 있어도 근로기준법 위반
2017년 07월 30일 (일) 손정은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손정은 기자)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 요구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을의 눈물을 언급할 정도로, 우리 사회 곳곳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7월 20일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와이즈리더 가맹점주가 와이즈리더 본사의 불공정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통신시장도 마찬가지다. 통신대리점의 근무 실태는 그들의 근속연수가 알려준다. 대다수의 경력이 수개월에서 1년 남짓이 전부이며 1년을 넘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실정으로 판매원들은 식사시간, 하루 노동시간 등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아 그 어떠한 시장보다도 열악하다고 말하고 있다. <시사오늘>은 통신대리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을'들의 애환을 취재했다.

   
▲ 판매원들은 식사시간, 하루 노동시간 등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아 그 어떠한 시장보다도 열악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시스

'근로기준법+최저임금' 위반

서울 한 대리점 판매원 김모씨는 "기본급에 한대를 팔면 얼마를 주는 인센티브 형식으로 돈을 받고 있어 많이 벌지 못 한다"며 "스마트폰 대수로 인센티브를 받다보니 아침 9시30분에 출근해 밤 8시30분에 퇴근해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고 내 생활은 없다"고 한탄했다.

이런 고충을 이겨내고 2년간 통신대리점에서 근무 중인 박모씨는 비정규직, 복리후생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10분 내로 밥을 먹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손님이 오면 멈췄다 먹어 식은 밥을 먹기 일쑤"라며 "정확한 시간에 퇴근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전했다.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은 물론, 퇴근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근무환경이었다.

판매원 유모씨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 강도를 견뎌야 하지만 돈은 그만큼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잠시 거쳐 가는 일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대우 또한 불안정한 현실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종사하는 판매원들은 기본급을 제공받고 휴대폰 판매 대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보통 대리점들은 100만~150만원의 기본급과 함께 별도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방식이다.

특히 대다수의 판매원들은 기본급이 아예 없이 인센티브만 제공하거나 기본급을 제공하더라도 50만 원 등을 제공하는 대리점이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기준법은 물론, 내년부터 이뤄지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위반되는 행위다.

서울 번화가 일대서 일하는 판매원 김모씨는 "정책상 스마트폰를 한대 팔면 30만~40만원의 장려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실상은 15만~20만원 수준밖에 안 된다"며 "판매 대수도 한 달에 10대를 넘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호객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 판매원들은 식사시간, 하루 노동시간 등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아 그 어떠한 시장보다도 열악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시스

호객행위 강요하는 '인센티브제'

인센티브 제도로 인해 전국 곳곳의 대리점에서는 길거리에 나와 호객행위까지 일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홍대, 노원 일대에서 남성 판매원들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팔짱을 끼고 매장으로 데려가는 등의 호객행위가 이뤄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통사 직영점도 마찬가지였다. 한 이통사 직영점에서 일했던 전 판매원 이모씨는 "한 이통사는 할당량을 제공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 달에 공급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 명의로 개통하는 일도 비일비재"라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개통을 부탁해 300만 원 이상을 버는 친구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직영점은 '정직원' vs. 대리점은 '비정규직'

또 다른 문제로 판매원들은 개인 대리점 정직원이지만, 통신사에서는 비정규직 영업 사원으로 분류되는 것도 지적됐다. 직영점이나 대리점과 똑같이 상품판매와 요금수납 등 전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불구, 급여와 처우에서는 차별이 존재했다.

아울러 직영 매장 직원의 경우 점포가 폐쇄되더라도 다른 점포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대리점이 폐쇄될 경우 해당 판매원들은 곧바로 실직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모씨는 "이곳저곳 우후죽순으로 대리점들이 생겨 오픈한지 1년 만에 폐점하는 곳도 많다"며 "오픈 초기 2년간은 통신사로부터 정착을 위한 지원금을 받지만, 2년이 넘어서면 지원이 끊긴다. 이에 따라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대리점 점주들은 2년이 지나면 폐점을 하거나 판매사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자리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보통 판매원들은 스마트폰 한대를 팔면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이 남아 적은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구조"라며 "그렇기에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해 번화가 일대에서 호객행위까지 일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판매구조 자체에 있다"며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판매원들의 일자리 환경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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