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터져야 바뀌나…여전한 ‘무제한 근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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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터져야 바뀌나…여전한 ‘무제한 근로’ 논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8.0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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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59조…노동계 ‘완전 폐지’ vs 정치권 ‘대폭 축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6개에 달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10종으로 축소하기로 했지만, 노동계는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 뉴시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선버스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26개에 달하는 특례업종을 10종으로 축소하는 방안에도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 특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9조 완전 폐지를 원하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노동계 “근로기준법 제59조 완전 폐지해야”

환노위는 7월 31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금융업·우편업·교육서비스업·광고업 등 16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육상운송 업종은 유지하고, 노선버스업만 제외)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지난달 벌어진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원인으로 사실상의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가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환노위에서 합의된 특례업종 축소로는 ‘법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까닭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연장근로도 1주 12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즉, ‘일반 근로자’의 경우 1주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근로기준법이 제59조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제59조는 운수업·물품 판매 및 보관업·금융보험업·영화 제작 및 흥행업·통신업·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광고업·의료 및 위생 사업·접객업·소각 및 청소업·이용업·기타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 대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했다.

때문에 노선버스업을 비롯해 금융업·우편업·교육서비스업·광고업 등 16종이 예외업종에서 빠지더라도, 10종은 여전히 법이 정한 근로시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여기에는 육상운송(노선버스 제외)·수상운송·항공운송·방송업·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업종 역시 과로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예외업종 축소보다는 제59조 폐지가 유일한 답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1일 〈시사오늘〉과 만난 김태훈 노무사는 “몇 년 전 있었던 PD 자살 사건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고, 버스기사 이외의 운송업자들 역시 과도한 근로시간으로 인해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조금씩 법을 수정하는 것은 후진국형 접근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특례업종 최소화…완전 폐지는 어려워”

반면 정치권에서는 근로기준법 제59조를 유지하되, 특례업종은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키를 잡은 분위기다. 선박·항공업처럼 업무 특성상 1일 근로시간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업종이 있는 만큼 제59조 완전 폐지는 어렵지만,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를 좁게 해석해 가능한 적은 근로자들만 제59조의 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머지 10개 특례업종에 대해서도 더 논의하고 줄이자는 의견이 있어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특례업종이 더 축소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해 ‘운수·창고·통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업무상 재해를 승인받은 비율은 0.0048%로 가장 높았으며 제조업보다 2배 높았다”며 운송업 전체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역시 “운수업에는 선박이나 비행기도 포함돼 운수업을 모두 제외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례업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하에 (특례업종에서) 뺄 수 있는 업종은 다 빼겠다”고 공언했다. 환노위가 다음 달 법안소위에서 예외업종 10종에 대한 재심사를 하기로 한 만큼, 근로시간 특례 인정 업종이 더욱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김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59조는 일본법을 참고해서 만든 것인데, 일본은 이미 법을 개정해서 1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특례업종에 한해 1주 44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며 “특례업종이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제59조를 폐지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한시적으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제59조의 모태(母胎)가 된 일본 노동기준법을 따라 폐지·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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