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後]'날벼락 맞은' 생계형 갭투자자들 "생계 막막"
스크롤 이동 상태바
[8·2 부동산대책後]'날벼락 맞은' 생계형 갭투자자들 "생계 막막"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8.07 16: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빚내서 집 사랄 땐 언제고…우리도 피해자"
"마땅한 투자처 만들어주는 게 우선 아니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갭투자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갭투자란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gap)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를 뜻한다. 쉽게 말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한 뒤, 세입자의 전세금을 다시 주택 구매 비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 제출', '양도세 비과세 요건(실거주) 강화' 등을 담아, 갭투자를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부동산 투기로 규정하고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보유세 인상 등 핵심적인 내용이 보류되긴 했지만 투기세력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 개편을 천명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가혹하다는 호속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생계형 갭투자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7일 복수의 갭투자자들을 만나 속사정을 들었다. 그들의 사연을 알고 고치면 더 이상 좋을 나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아파트 5채·빌라 4채 가졌지만…"나도 집 없는 서민이다"

▲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한 방 '8·2 부동산 대책'으로 갭투자자들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 시사오늘

대형마트 파트타임 계산원 A씨(41)는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가진 이혼녀다. A씨가 갭투자에 처음 발을 들인 건 2012년,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가 모든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직후다.

"마트에서 일하면서 혼자 버는 돈만으로는 아이들을 먹여 살릴 자신이 없었다.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아들, 딸 대학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게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모아놓은 돈을 까먹기 일쑤였다. 2012년 초에 한 지인으로부터 집값이 다시 폭등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초기 자본금은 750만 원이었다."

A씨는 전(前)남편으로부터 받은 위자료 중 일부를 이용해 갭투자에 나섰다.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에 위치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가 주 타깃이었다. A씨는 2억 원 초반대에 진입해 2억 원 중후반대에 되파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아파트 5채와 빌라 4채를 소유하고 있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뿐만 아니라, 친척들 청약통장까지 다 써서 신축 아파트 청약도 넣었다. 계산을 해 보니, 5년 동안 2억4000만 원 정도의 차익을 남겼다. 마트 파트타임으로는 평생 꿈도 꿀 수 없는 액수다. 그런데 부동산이라는 게 참 마약과 같더라. 번 돈 대부분을 다시 갭투자에 이용했고, 나머지는 자식들 명의로 보험을 들었다."

신축 아파트는 청약만 되면 만사형통이었다. 어지간하면 '피(Premium, 프리미엄)'가 수천만 원씩 붙었다. 신축 아파트 외에도 손해를 본 경우는 손에 꼽았다. 정 안 되면 전세를 올리면 그만이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위험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믿었다고 한다. 그리고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MB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띄우겠다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나도 추가로 대출까지 받아서 여기저기에 투자했는데, 이렇게 강도 높은 대책이 갑자기 발표될지 몰랐다. 투기과열지구 정도만 예상했다. 불현듯 겁나서 잘 알고 지내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급매를 문의했더니, 그냥 갖고 있으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팔면 다 같이 손해 본다더라."

A씨는 자신을 '생계형 갭투자자'라고 했다. 투기세력이라는 표현 자체를 부정했다. 부동산 투자 없이 어떻게 엄마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A씨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갭투자가 유일한 비상구였다.

"이혼 이후 내 삶은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변변한 일자리는 나이 든 이혼녀에게 오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학원 5~6곳씩 다닌다는 자식들 말을 듣는 날에는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와 아이들은 아마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빚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그럴 때는 언제고,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어도 정책을 이런 식으로 천지개벽하듯 뒤집으면 되느냐. 정부를 믿고 재테크에 나섰던 나 같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거냐. 최소한 솟아날 구멍은 뚫어줘야 되는 게 아닌가. 내가 아무리 집을 많이 갖고 있어도 그거 다 은행 것이다. 나도 집 없는 서민이고 융자를 갚고 있다. 손해 보고는 절대 못 판다."

'치킨집' 대신 '갭투자'…"다들 부러워했었는데"

▲ 지난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재건축현장 개포동 3,4 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희뿌연 사진처럼 앞날도 불투명하다. ⓒ 뉴시스

한때 잘 나가는 대기업 간부였던 B씨(남, 56)는 4년 전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기러기 아빠' 신세였던지라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이 필요했다. B씨는 남들 다하는 자영업 대신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처음에는 퇴직금으로 동네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차려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초기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가더라. 그리고 닭 튀겨봐야 한 푼 두 푼 모아서는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강연도 들으면서 갭투자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B씨는 일확천금을 꿈꿨다. 조금 비싸더라도 서울 강남 등 좋은 입지의 주택을 구매해서 시세차액을 많이 남기는 전략을 시도했고, 이는 주효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하고, 재건축 허용 연한을 단축하는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한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돈을 꾸고, 대출까지 껴서 강남 재건축 단지에 투자했다. 불과 2~3년 만에 집값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6억 원 가량 차익을 남겼다. 근데 그게 내 손에 있는 돈은 아니다. 더 오를 거라는 생각에 아직 매도를 하지 않았다. 얼른 팔아버릴 걸 그랬다."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은 B씨에게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서울 전(全)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투기지역 지정 등은 B씨의 목을 죄었다. 당장의 거래가 제한되는 건 물론, 향후 주택을 팔 때의 세금도 2배 이상 오르게 됐다.

"이번 대책 발표 전에는 같이 은퇴한 주변 친구들이 하나같이 나를 부러워했다. 치킨 튀기거나, 족발 삶을 게 아니라 부동산에 투자해야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내 걱정을 하고 있다. 양도세 다 내고, 대출 갚으면 나한테 떨어지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일단은 복덕방 사람들이 당분간 눈치를 좀 보자고 해서 급매는 안 하려고 한다."

B씨 역시 A씨와 비슷한 말을 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만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부동산 투자를 투기라고 지칭하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투기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당장 집값 내려간다고 해도 이거 팔 수가 없다. 부동산만큼 안전한 투자처가 어디에 있느냐. 적금을 부어도 금리가 너무 적다. 대출 이자는 잔뜩 받으면서 예금 이자는 쥐꼬리다. 주식이나 채권은 부동산보다 더한 도박 아닌가. 나 같은 은퇴자한테는 부담스럽다. 내게는 부동산이 곧 보험이다. 그걸 투기라고 한다면 다른 투자처부터 활성화시켜 달라."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부부클럽 2017-08-07 19:17:58
갭투가 위험한지 필요한건지 다시 한번 토론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http://band.us/@bubuclub
부동산 부자 클럽 대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