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폐기 시작된 ‘양대 지침’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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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폐기 시작된 ‘양대 지침’은 무엇?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8.1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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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발표…사용자에게 유리한 지침으로 평가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양대 지침을 오는 9월까지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노동개혁 2대 지침(양대 지침)’이 폐기될 전망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양대 지침을 오는 9월까지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기습적으로 발표,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양대 지침은 1년 반 만에 힘을 잃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해석 및 운영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공정인사지침은 ‘일반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 가능 사유를 징계해고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제한한다. 근로자가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만 해고가 가능하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조건도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판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기업의 전체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기업의 일부 사업부문에 적자가 발생했다 하여 이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일부 사업부문의 경영악화가 구조적인 문제 등에 기인한 것이고, 해당 사업부문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기업 전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 기준 등에 대해 노동조합과 협의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사용자 단체들이 ‘해고 요건과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추려내고, 그들에게 교육훈련, 배치전환 등의 ‘마지막 기회’를 준 뒤에도 변화가 없을 시 기업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즉 공정인사지침이란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 조건과 절차를 완화하는 지침인 셈이다.

취업규칙해석 및 운영지침은 근로조건 변경과 관련이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할 가능성은 극히 낮으므로, 한 번 결정된 취업규칙은 변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침을 통해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가능하도록 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을 제시했다. 사용자 측이 임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사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정한 양대 지침을 폐지, 근로기준법에 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 김 장관후보자의 생각이다. 양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만큼, 완전 폐기하는 것이 일선 사업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김태훈 노무사는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부 지침은 고용노동부 내의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대법원에서는 아예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 근로자들은 대부분 법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뉴스에 나온 양대 지침을 근거로 피해를 본 근로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양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심리적 구속력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실정법과 충돌하는 지침은 폐기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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