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로 돌아온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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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로 돌아온 ‘고현정’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9.06.1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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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악녀 연기로 안방극장 사로잡아
욕망을 숨기지 않는 눈빛, 소름이 끼칠 정도
폐하!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하셨습니까?
사람을 얻는 자가 시대의 주인이 된다 하셨습니까?
사람? 보십시오, 폐하! 내 사람들이옵니다.
폐하의 사람들이 아닌 이 미실의 사람들이옵니다.
또한 이제 미실의 시대이옵니다.

 
MBC 선덕여왕 1회 방송에서 미실(고현정 분)은 절명한 진흥왕(이순재 분)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고 자기가 모셨던 군주이자 남자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권력의 꿈을 놓지 않는 복잡한 감정표현을 잘 드러냈다.
 

 
‘내조의 여왕’ 후속으로 방송되고 있는 선덕여왕은 3회 만에 시청률 20%넘어 7회가 방송되기까지 22.3%를 오가며 월·화 드라마로서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선덕여왕은 MBC 창사 48주년 특집기획 드라마로 큰 스케일과 당대 내놓라 하는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고현정, 이요원, 엄태웅, 전노민, 독고영재, 정웅인, 김정현 등 초호화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선덕여왕이 7회까지 방송되면서 세간에 주목받고 있는 연기자는 당연 고현정이다. 아직 극 초반부이고 주인공인 선덕여왕의 본격적인 활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실 역을 연기하고 있는 고현정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이다.
 
삼성가 며느리 되면서 돌연 활동 중단
10년 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이혼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선에 입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고현정은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여명의 눈동자’ ‘엄마의 바다’ 등에 출연하며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조연으로 전전하다 고현정을 일약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은 바로 ‘모래시계’ 였다.
 
당시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1995년 1월에 시작해 24부를 방송할 때까지 숱한 방송기록을 갈아치우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로 45.3%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려 ‘퇴근시계’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이정재 등을 당대의 톱스타 반열에 올려 놓기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고현정은 카지노 대부의 외동딸로 비운의 인생여정을 겪는 윤혜린 역을 맡으며 가녀린 여성을 보여줬다.
 
이후 삼성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서 연기활동 중단했다. 고현정은 고(故)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외손자인 신세계 그룹 정용진과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러나 10년 후 2003년 11월 19일. 정용진과의 이혼소식이 들리면서 세간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혼소식이 전해지자 연예계 관계자들은 물론 동료 후배 연기자들 모두 놀랐고 설마라는 생각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걱정도 잠시, 고현정은 밝은 표정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내비췄다.
방송복귀 후 ‘봄날’ ‘여우야 뭐하니’ ‘히트’로 안방극장에 복귀했고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해 연기를 펼쳤다. 복귀 후 고현정은 멜로, 액션을 오가며 그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배우 고현정이 돌아왔음을 신고했다. 또한 지금 최초로 도전하는 사극이자 최초로 맡은 악역 ‘미실’을 맡아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 역은 사극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다. 미실은 진흥왕의 애첩이자 그의 아들 진지왕의 여자이고, 나중엔 그의 조카이자 진흥왕의 손자인 진평왕까지 와도 관계를 갖게 되면서 색공(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바치는 것)을 한다. 뿐만 아니라 화랑의 장인 설원랑(전노민 분)의 정부이기도 해서 왕가와 문무대신을 다 색으로 휘어잡은 요부이며 무사이며 최고의 권력을 향해 살생도 마다않는 희대의 ‘숙명적 여인’이다.
 
고현정 악녀 ‘미실 역’ 섬뜩 그 자체
특히 3회 방송에서 고현정이 보여준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미실은 시녀와 아이(선덕여왕)를 놓친 실수를 범한 군사에게 다가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부주의 할 수 있다”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던 미실이 갑자기 칼을 빼 군사들의 목을 베어버리고 얼굴에 튀긴 피를 묻힌 상태로 “하지만 내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는 장면이다.
 
또한 진평왕의 두 번째 왕자가 죽었을 때 미실은 어린 천명공주를 달래며 꼭 껴안고 그 귀에 “모든 게 너 때문이다”라고 할 때의 눈빛 연기는 그야말로 섬뜩함 자체였다. 이건 대사가 주는 상황에서의 분위기 반전도 있지만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작가가 의도했던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7회 분까지 방송해 오면서 천사 같은 얼굴로 독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고현정만의 미실을 연기해내고 있고 이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대사의 높낮이 조절, 순간에 스쳐지나가는 눈빛과 표정연기만으로 미실의 교활함과 사악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선덕여왕의 연출을 맡은 박홍균 PD도 “미실의 고현정씨가 작가나 연출자의 기대치에서 120% 만족감을 주고 있다”고 말한 것은 마냥 자기 배우 띄우기가 아니라는 것을 방송을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첫 사극, 첫 악역이라는 고현정에게 과감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연기에 대한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모래시계의 윤혜린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고현정은 뜨거운 시청자들의 반응에 감사하면서도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고 있다는 게 후문이다.
 
고현정은 “바쁜 촬영 중이지만 팬들의 반응을 챙기며 따끔한 지적 등을 연기에 반영하고 50부작 드라마인 만큼 팬들의 반응을 꾸준히 지켜보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배우 고현정의 사극 도전에 화려한 부활의 힘은 연기자로서의 끊임없는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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