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주년 광복절①]8·15 약속 '외면'…최순실엔 '펑펑', 담합은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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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주년 광복절①]8·15 약속 '외면'…최순실엔 '펑펑', 담합은 'ing'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8.14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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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특사 당시 대국민약속 2000억 원 사회공헌기금 출연 '지지부진'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두산重,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 '헌납'
'또 국책사업 담합'…호남고속철·평창동계올림픽 고속철·LNG저장탱크공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건설사들이 2년 전 광복절 대국민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 또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이후에도 국책사업에서의 입찰담합을 지속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사진은 4대강 사업 금강 현장에서 발생한 녹조 현상 ⓒ 뉴시스

2015년 광복절 70주년 특별사면으로 4대강 사업 입찰담합 혐의를 벗었던 건설사들이 당시 약속했던 사회공헌기금 2000억 원 출연을 이행하기는커녕, 여전히 국책사업 입찰담합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두산중공업 등 일부 업체들은 사회공헌기금보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단초가 된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 원의 기금을 헌납하기도 했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만큼, 건설업계가 2년 전 광복절 약속을 실행에 옮기고, 자발적으로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광복절 특사
겉으로는 고개 숙이고, 속으로는 '꼼수'

▲ 2013년 경제개혁연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6개 건설사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추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공정거래위원장)의 모습이 눈에 띈다 ⓒ 뉴시스

201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지에스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에스케이건설), 계룡건설산업, 코오롱글로벌, 한화건설, 경남기업, 삼환기업, 한라㈜,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쌍용건설 등 17개 업체에 과징금 1115억 원을 부과했다. 4대강 사업 임찰답합 혐의가 적발된 것이다.

이어 공정위는 2014년 11월 건설사 7곳에 과징금 152억 원을 내렸다. 정부 공사 입찰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조치 역시 실시됐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되레 제재 기간 동안 1조 원이 넘는 정부 공사를 수주했다. 꼼수를 부린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더불어민주당)이 2015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정당업자로 규정된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산업개발, 한진중공업, 경남기업, 계룡건설산업, 삼성중공업, 코오롱글로벌, SK건설 등 14개 업체는 행정소송을 통해 입찰 제한을 피했다.

해당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제재를 받은 기간은 평균 2개월에 불과했고, 제재 기간 동안 1조5444억 원 가량의 정부 공사를 수주했다.

4대강 입찰담합 건설사들의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년 말 한국건설경영협회는 '건설업계를 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담합 행위에 따른 입찰 제재 조치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오병삼 두산건설 부사장, 허명수 GS건설 당시 부회장, 박영식 대우건설 당시 사장, 김동수 대림산업 당시 사장, 윤영구 ㈜한양 당시 사장 등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2015년 8월 15일 그들의 소원이 이뤄졌다. 박근혜 정권이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명단에 4대강 입찰담합 건설사들을 포함시킨 것이다.

특사 당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 대형 업체들은 사회공헌기금 2000억 원 출연을 공언했다. 2016년 10월에는 올해 초까지 건설사별로 150억 원씩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 광복 72주년을 앞둔 지금까지 모아진 기금은 50억 원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앓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이면에서 각종 꼼수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국민과의 약속까지 어긴 셈이다.

최순실 줄 돈은 있어도 사회공헌기금 낼 돈은 없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두산중공업 등 4대강 입찰담합 건설업체 일부는 지난해 온 나라를 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을 출연한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6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대림산업은 미르재단에 각각 15억 원과 6억 원을, 두산중공업은 K스포츠재단에 4억 원을 출연했다. GS선설은 미르재단에 5억9000만 원, K스포츠재단에 1억9000만 원을 쾌척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2015년 광복절 특사 당시 약속한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한 금액은 고작 16억 원(2016년 10월 기준)에 그쳤다. 150억 원 출연을 약속했던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은 각각 10억 원, 3억 원, 3억 원을 냈고, 100억 원을 출연키로 했던 두산중공업은 아예 납부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줄 돈은 있어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할 돈은 없다는 식의 배짱을 부린 셈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헌납한 게 2015년 광복절 특사에 대한 대가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현미 장관은 "국민과 사회에 약속했던 2000억 원은 까마득히 잊고, 특별사면에 대한 보답이든,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착실히 기부했다"며 "사회공헌기금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은 '빙산의 일각'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삼성물산(대표이사 최치훈), 현대건설(대표이사 정수현), 대우건설(대표이사 박창민), GS건설(지에스건설, 대표이사 임병용), 대림산업(대표이사 이해욱), SK건설(대표이사 조기행), 포스코건설(대표이사 한찬건), HDC현대산업개발(대표이사 정몽규), 한화건설(대표이사 최광호) 등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건설사들의 국책사업 입찰담합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광복절 특사 당시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꺼리면서, 정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을 출연하기도 했다 ⓒ 각 사(社) CI

더욱 심각한 문제는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건설사들이 아직도 각종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입찰담합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혜성 사면을 받았음에도 과거에 같은 죄를 반복하고 있는 꼴이다.

공정위는 2014년 7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GS건설, SK건설, 금호산업(금호건설)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듬해 8월에는 같은 공사 다른 공구 입찰에서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경남기업, 남광토건, 삼환기업 등의 담합을 적발했다.

이에 SK건설, GS건설, 금호산업 등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16년 10월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온 국민이 흥행을 염원하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업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이 펼쳐졌다.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KCC건설 등은 지난해 원주~강릉 고속철도 건설 공사 입찰에 담합해 700억 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해당 사업은 총 58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구축사업이다.

당시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 건설업체들은 담합이 들통 나도 올림픽 일정이 긴박해 그대로 공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악의를 품고 담합을 진행했다. 심지어 일부 회사는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을 승진하거나 포상을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입찰담합 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SK건설·한화건설·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경남기업·한양·삼부토건·동아건설 등 10개 건설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해당 업체들은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까지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LNG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12건에 대해 낙찰예정사와 투찰금액 등을 사전에 합의한 뒤 입찰에 참여, 나눠먹기 식 담합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업계 1위 삼성물산 역시 같은 혐의를 받았으나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은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고발 면제 조치됐음을 감안하면, 국내 건설업계 전반이 가담한 셈이다.

"文정부 출범 이후 첫 광복절…2년 전 약속 지켜야" vs.
"누가 먼저 나서야 따라간다…업계 불투명성 ↑, 출연 어려워"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4대강 입찰담합 건설사들이 2015년 8·15 광복절 특사 당시 약속했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입찰담합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메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첫 광복절이다. 2년 전 이날의 약속을 상기해 이제라도 지켜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 차원의 수많은 질타가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최대한 미루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업계 맏형급들이 먼저 나서야 우리가 뒤따라간다. 재단 기금 출연 항상 그런 식으로 했다"며 "8·2부동산대책 등으로 요즘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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