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파문]"우리 아이가 먹는 빵에도?"…식품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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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파문]"우리 아이가 먹는 빵에도?"…식품산업 '초비상'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8.16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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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경기 남양주와 광주에 이어 강원도 철원과 경기 양주 등에서 살충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되며 대형마트와 일반 판매점 등에서 회수 및 판매 중지된 16일 오후 경기 수원의 한 계란 도매업체에서 관계자들이 반품 처리된 정상 계란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국내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공식품과 치킨 등에도 오염된 달걀이 사용됐을지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앞서 유럽에서는 ‘살충제 달걀’ 유통이 확인되자 일부 국가에서는 닭고기 조사에 나선 바 있어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정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 조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편의점, 오픈마켓 등에서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계란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달걀이 쓰이는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이 광범위한 데다 산란계에 사용한 진드기 살충제가 육계에도 사용됐을지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자녀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음식이 없다는 하소연도 터져나오고 있다. 

맘카페 이용자 A씨는 “식탁에 올릴 반찬이 걱정”이라며 “무엇보다 아이가 주로 먹는 과자와 빵 속에 질 떨어지는 계란이 엄청나게 들어갔을 생각을 하니 참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아이가 아토피라서 음식이 제일 문제”라며 “살충제 달걀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한 관련 가공식품도 내 손으로 사서는 못 먹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가공식품은 그 범위는 넓지만 달걀 사용량은 미미해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육계는 산란계와 사육 환경, 쓰이는 용도가 달라 안전하다는 것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닭인 산란계와 육계는 종자가 다르며 산란계는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산란계는 알을 계속 낳아야 해 60주까지 키우지만 육계의 경우 30~40일 키우면 출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당분간 치킨 등 관련 제품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유럽에서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 발생한 이후 일부 국가에서 정부가 육계도 조사에 나선 만큼 국내도 100% 안심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동 속에서도 국내 달걀은 안전하다고 했던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며 육계농장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직장인 박효진(가명·28)씨는 “조류독감이 터졌을 때도 치킨을 먹었지만 왠지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한 느낌”이라며 “정부는 항상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조사에 들어가는데 당분간은 달걀이 들어가는 다른 식품도 마음 놓고 먹기엔 좀 찝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성물질 전문가 정상희 호서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프로닐은 독성시험을 하면 간장독성과 갑상선에 영향을 미치고 살짝 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농약”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피프로닐을 살포하면 사료에 묻은 것들을 닭이 먹거나 침을 통해서 들어오고, 혈중으로 들어간 피프로닐이 결국은 계란을 통해서도 나올 수 있다”며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계란을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므로 정부에서 강력하게 관리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네덜란드 식품 감시단체 ‘푸드와치’는 유럽 살충제 달걀 파문에 “피프로닐에 크게 오염된 식품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기업들이) 어떤 식품을 대상으로 피프로닐 검사를 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가의 살충제 투입경로를 확실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달걀뿐만 아니라 식용 닭고기 안전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으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닭고기의 잔류농약 검사도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업계는 비상이다. 외식·카페업계는 여론을 반영해 달걀이 사용된 일부 베이커리 메뉴 판매를 중단하거나 자체 검사에 돌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최근 먹거리 안전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안심하다고 설명해도 일단 믿지 않는 소비자가 대다수”라면서도 “그 불안감이 한편으론 이해는 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피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어 정부 조사 결과가 어서 정리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전국 모든 산란계 농가 가운데 243곳에 대해 1차 조사한 결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철원에 있는 5만5000마리 규모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는 피프로닐, 경기도 양주에 있는 2만3000마리 규모 농가의 계란에서는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곳을 제외한 나머지 241개 농장은 적합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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