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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한명숙 비호 논란' 민주당…'민심이 곧 정의'
2017년 08월 23일 (수)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최종변론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 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경선 무렵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2년을 선고 받았다. ⓒ 뉴시스

'원로 친노(친노무현)'로 통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년 동안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23일 새벽 5시께 만기출소한 것을 두고 법치주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한 전 총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 전 총리의 인격과 고운 양심을 믿는다.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 앞으로 할 일은 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라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형을 내린 사법부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김현 대변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억울한 옥살이에도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염원한 한 전 총리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 향후 사법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서면 브리핑을 발표했습니다.

집권여당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하고 사법부 판결을 부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건 법치주의의 기본 논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 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국민을 대신하는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 국가 원리입니다.

사실 이 같은 정의대로라면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서 자신들이 만든 법률에 따른 사법부 판결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무시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어기고 있는 게 맞습니다. 여당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건 형식적인 의미의 법치주의 얘기입니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기만 하면 모든 국가 권력 행사의 정당성이 인정돼야 합니까? 아닙니다. 법치주의의 요체는 권력자의 부당한 횡포를 배격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있습니다.

국민이야말로 법치주의의 중심입니다. 즉, 민심이 곧 정의요, 이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법치주의다 이겁니다. 지금 민심이 어떻습니까. 민주당의 지지율은 50%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어요.

이렇게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 앞에서 감히 법치주의를 운운하다니, 참으로 몰지각한 어불성설입니다. 국회에서 만든 법 따위가 무슨 상관입니까. 심지어 법을 만든 국회의원조차 안 지키는 판 아닙니까.

민주당이야말로 진정한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전 총리를 비호하는 게 아니라, 민심을 수용한 것입니다. 청와대가 왜 5대 인사 배제원칙을 폐기했겠어요.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는 민심을 따르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문 대통령께서 직접 천명하신 거 아닙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좋은 교훈을 심어주고자 일부러 이번 논란을 일으킨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한민국은 청년층의 결혼 기피, 1인 가구 증가, 부양 의무 소홀 등이 겹치면서 '가족의 상실' 상태에 빠졌습니다. 오늘날 국민들은 외롭고 황폐한 집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종 사회 갈등과 분열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배경에도 아마 이 같은 현실이 깔려있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내 식구는 내가 챙긴다'는 정치철학을 선명하게 보여준 겁니다. 야당으로부터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국민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것이지요.

사실 이 같은 민주당의 눈물겨운 국민 사랑의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계십니다. 한 전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았을 무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던 문 대통령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 진실과 정의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가 사법부일 것이라는 기대가 참담히 무너졌다.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검찰에 이어 법원마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면 어디에서 정의와 원칙을 기대하겠는가."

그런데 문 대통령께서는 해당 발언을 하기 일주일 정도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같은 당 박기춘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아프고 안타깝지만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국민들의 도덕적 기준,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 그것이 국민들의 상식이자 요구이고, 특권 내려놓기다."

한 전 총리, 박 전 의원 모두 정치자금법 혐의를 받았음에도 두 사람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시각차는 뚜렷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 전 총리는 친노계 수장급으로 분류되는 인사입니다. 반면, 박 전 의원은 대표적인 비노(비노무현)·동교동계 인사로 정치권에서는 '박지원 최측근'으로 통하는 사람입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일찍이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하신 거지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민주주의가 없는 법치주의는 독재와 같습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파괴를 불러옵니다. 민심이 곧 정의입니다. 지금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압도적입니다. 그럼 누가 정의입니까?

'법치의 선봉이어야 할 권력부터 법을 예우하지 않는 나라'라고요? 우리나라가 뭐 언제부터 '나라다운 나라'였습니까. 이제부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겠다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나선 거 아닙니까. 그럼 좀 끝까지 도와주셔야지요.

모쪼록 이 같은 점들을 잘 헤아려주셔서 한명숙 전 총리 비호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을 향한 불필요한 비난과 책임론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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