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文 민원1호 '스텔라데이지호'…대답없는 외교부·해수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취재일기] 文 민원1호 '스텔라데이지호'…대답없는 외교부·해수부
  • 최정아 기자
  • 승인 2017.08.25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가능성 여전히 남아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지난 5월 9일 밤 11시경. 대한민국이 광화문 광장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던 그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광화문 무대에 올랐다.

지난 3월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관련 기사 링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898)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기자가 가족들을 처음 만난 시기도 이때였다.

이날 가족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 보였다. 참사 직후 시작된 대선정국을 비롯, 여러 가지 악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사 폴라리스 쉬핑은 실종자 수색보다는 ‘합의’를 요구했고,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황교안 대행체제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유력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만이 귀를 기울였으나 아직 당선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탄핵정국의 파도 속에서 국민들의 관심 또한 멀어졌다. 여러 이유로 가족들은 실종자 수색에 힘써야할 ‘골든타임’을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 지난 6월2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스텔라 데이지호 참사’ 농성장. 지난 3월 31일 남미 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사이에선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사오늘

◇ 文 정부 출범 후 30일…청와대 앞으로 시위장을 옮기다

<시사오늘>이 가족들과 다시 만난 건 문재인 정부 출범 30일을 앞둔 6월2일이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또다시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수색작업은 전무(全無)한 상황이었다.

가족들은 시위장을 서울역에서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옮겼다. 새 정부를 향해 수색재개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를 ‘민원1호’로 삼았지만, 인수위 없이 출범한 탓에 각 부처 장관 인선으로 정신이 없었다.

청와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나서 선사 측과 함께 3자대담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가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당시 실종자 가족 측은 지난 6월3일 “해수부 없이 청와대, 가족, 선사 측 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3자대담이 이뤄졌다”며 “3시간 넘게 대담을 이어갔으나 진전된 사항이 없다”고 <시사오늘>에 전했다. 정부는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조기대선 속에서 출범한 정부의 현실적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뜻이었다.

▲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6월 21일 오후 서울 연건동 4·19연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있다. ⓒ시사오늘

가족들은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6월2일 <시사오늘>과 만난 가족들은 “새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인사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고 밝히며,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30일 오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선원 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다. ⓒ해양수산부/뉴시스

◇  김영춘 해수부 장관 취임 후…해수부와의 엇박자

지난 6월15일, 가족들이 고대했던 김영춘 해수부 장관에 대한 인선보고서가 채택됐다. 가족들은 김 장관의 취임을 기점으로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실종자 수색에 나서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김 장관은 농해수위 위원장 시절 이미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가족들의 기대와는 달리, 해수부와의 엇박자는 계속됐다. ‘수색범위 축소’과 ‘노후선박 문제’ ‘수색선 추가투입’ 문제(관련기사 링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739) 등이 불거져 나왔다. 6월20일,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외교부, 해수부, 해경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새정부 합동브리핑을 가졌지만,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가족들이 4‧16연대, 4·16 가족협의회와 연대해 본격적으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가족들은 <시사오늘>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우리는 민간인들인데 점점 선박 전문가가 되어간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 우리가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6월30일 김영춘 장관과 면담을 갖고 집중수색 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 받았다. 실종선원 가족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선사의 쌍둥이배(노후선박) 4척과 균열보도된 3척에 대해 한국선급에게 맡기지 않고 해수부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특별반을 구성해 기항지에서 긴급점검하도록 지시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13일 가족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페이스북 캡쳐

◇ 강경화 장관 면담 후…여전히 성과 전무

가족들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의 성과도 없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강 장관을 만나기 위해 외교부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강 장관 취임 이후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해 면담신청이 번번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결국 강 장관과 면담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가족들은 김 장관과 강 장관과의 면담 모두 성과는 없었다“고 <시사오늘>에 밝혔다.

가족들이 장관들과의 면담에 “성과가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는 이렇다. 정부는 지난 6월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던 싱가포르 국적 선박을 사고 해역으로 투입시켰다. 하지만 정부예산문제를 이유로 지난 7월11일 수색선을 철수시켰다. 현재 사고선박을 수색하는 선박은 전무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외교부장관이 중앙대책본부의 본부장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가족들이 강 장관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25일 오전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구조 골든타임 대응 기자간단회'를 열었다.ⓒ시사오늘

◇제2의 참사 가능성은 여전히

또다른 문제는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참사 초기부터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나지 않도록 문제의 노후선박을 출항금지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해수부, 외교부 두 장관과의 면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제의 노후선박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25일 <시사오늘>과 만난 영주 씨는 “익명의 선사 직원으로부터 문제의 노후선박들에 대해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선사는 현재 ‘인터넷 차단’공문을 보냈다. 따라서 어떠한 제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현재 사고 선박과 같은 종류의 선박이 한국에 29척이나 더 있으며, 폴라리스 쉬핑이 18척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올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참사 의혹 해소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후회없는 오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