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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발의에 목숨 거는 의원들, 실효성은 뒷전
〈기자수첩〉 정량적 평가는 한계 있어…의정활동 평가 방식 개선해야
2017년 09월 01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법안 발의 수는 매년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법안반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 뉴시스

17822.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수다. 국회의원이 총 300명이니, 1인당 평균 60건을 발의한 셈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실제로 입법된 법안은 7441건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25건이 채 안 되는 수치다. 제17대 국회에서 50%를 기록한 뒤로 꾸준히 법안반영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20대 국회의 성적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에만 목매는 국회의원들

이처럼 법안 발의 대비 입법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요구되는 법안이 많아졌음에도 인력·시간 부족으로 국회가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장기적인 필요에 의해 발의된 법안이 ‘당장 필요한’ 안건에 밀리기도 한다. 이념에 따라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법안은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못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상임위원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은 ‘준비되지 않은 법안’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국회 보좌관들을 만나 법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그 부분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답변이 자주 나왔다. 철저한 조사와 치밀한 준비 없이 그저 ‘숫자’만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많다는 이야기다.

작년까지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A 씨는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증언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 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니까 보좌관들은 개그맨들 아이디어 회의하듯이 해서 온갖 트집을 잡아 법안을 만들어 올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통과 가능성이나 실효성은 그리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

그렇다면 왜 이런 ‘미완성 법안’이 발의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법안 발의 수가 의정활동 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의정활동의 정량적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국회의원들이 ‘일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기준이다. 평가 항목이 ‘숫자’ 중심이다 보니, 유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선출직들은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자연히 부작용이 나타난다. 본회의 출석률과 상임위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얼굴만 비춘 뒤 회의장을 떠나고, 법안으로 만들어질 것 같은 사안이면 일단 발의하고 보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진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외면 받는 결과가 나온다. ‘숫자’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이와 같은 ‘빗나간’ 평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지금 같은 평가 시스템에서 제일 높은 평가를 받는 국회의원은 꼬박꼬박 회의에 얼굴만 비추고, 꼬투리 잡아서 법안 많이 만들어 내놓는 사람이다. 우리 영감(보좌관들이 모시는 국회의원을 칭하는 말)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에서 국민들 의견 듣고, 진짜 필요하고 효과가 있을 것 같은 법안만 내놓는 사람들은 다 묻힌다. 이런 식이면 우리 같은 의원실도 ‘보여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선출직인데, 언론 눈치를 어떻게 안 보겠나.”

익명을 요구한 국회 현직 보좌관이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나 토로한 내용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데이터는 ‘객관적’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진실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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