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해진 한국당, 국회 보이콧 언제까지?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난감해진 한국당, 국회 보이콧 언제까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9.04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분 약한 데다 북핵 실험 변수까지…장기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우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은 2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방송장악을 위한 음모’라며 정기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오히려 한국당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핵실험이라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명분이 약한 보이콧 카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방송장악을 위한 음모’라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 뉴시스

명분 약했던 정기국회 보이콧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없을 것”이라며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중심이 돼 MBC·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발언은 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 명분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또 노동위원회는 직권으로 관계 당사자의 출석을 요구해 심문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시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실제로 MBC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서부노동지청은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다수 포착하고 김 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이 계속해서 노동위원회 출석에 불응하자, 서울서부노동지청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셈이다.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홍 대표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3일 배포한 자료를 보면, 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신청해 발부받은 체포영장 건수는 지난해에만 1459건에 달했다. 올해만 봐도 지금까지 발부된 체포영장이 872건이었다. 한국당이 내세운 보이콧 명분이 잘못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강병원 의원은 “홍 대표의 기억은 틀렸다”며 “제1야당 대표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노동부가 정당하게 행정력을 행사하고 법을 집행한 것을 부당한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법 집행을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단정 짓는 한국당의 주장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보이콧 철회를 요구했다. 

▲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오히려 한국당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뉴시스

북한 6차 핵실험…‘진퇴양난’ 빠진 한국당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제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한국당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정기국회 참여 거부의 명분이 취약한 데다, ‘안보’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보수정당이 북한 핵실험이라는 안보 위기 속에서 보이콧을 고집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당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긴급 지도부회의에서 “일개 방송사 사장 거취문제로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단히 예민하고 중대한 시기에 열리는 정기국회를 외면하면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당은 즉시 국회에 복귀해서 제1야당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이콧 명분이 약하다는 점과 ‘안보정당’을 자부하는 한국당의 ‘약한 부분’을 공략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당이 당장 보이콧을 풀기도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보이콧 카드를 꺼내든지 하루 만에 철회했다가는 정부여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탓이다. 실제로 정우택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긴급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의총에서 결정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재확인했다. 4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국방위·정보위에만 제한적으로 참석하고, 나머지 정기국회 일정은 전면 보이콧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대해 4일 여의도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관계자는 “이번 보이콧은 문재인 정부가 야당을 핍박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승부수였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프레임이 완전히 전환됐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당이 안보도 등한시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 칼을 뽑아들었으니 바로 집어넣지는 않겠지만, 다른 때처럼 장외투쟁을 길게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