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주당은 어떻게 강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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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주당은 어떻게 강해졌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9.06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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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자 토로 “‘무력감’이 가장 문제였다”
젊은 층에 귀 열고…이슈 선점으로 차별화
정권 잡았지만 들뜨지 않고 ‘장기집권플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전성기다. 민주당은 <리얼미터>가 4일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서도 51.3%의 지지도로 1위를 이어갔다. 2위인 자유한국당(16.4%)을 거의 트리플 스코어로 앞선 수치다. 민주당은 어떻게 강해졌을까. 사진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왼쪽)와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전성기다. 민주당은 <리얼미터>가 4일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서도 51.3%의 지지도로 1위를 이어갔다. 2위인 자유한국당(16.4%)을 거의 트리플 스코어로 앞선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50% 아래로 내려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높은 지지율은 당의 힘으로 이어진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1998년과 같은 일(의원 빼가기)이 일어날 것”이라며 “최근 우리 당 일부 의원들에 대해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한 일은, 민주당이 현재 어느정도 강력한지 보여준다. 지난 수 년 간 굵직한 선거마다 연패를 거듭하면서 우왕좌왕했던 모습은 간데없다. 여당이 된 것만으로는 설명키가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강해졌을까.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과거의 모습에 대해 6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그야말로 무력했다. 그게(무력감) 가장 큰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이 당직자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술회하면서, “뭘 해도 안 되던 때였다. 상대방의 공격은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하는 족족 효과가 컸고, 우리는 장외투쟁 등 갖가지 방법으로 호소해도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러한 무력한 상황을 타개하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20대 총선이었다. 새누리당이 ‘옥새파동’ 등을 겪으며 어수선한 와중에, 민주당은 비장한 각오로 선거를 준비 중이었다. 다음은 같은 날 민주당 한 중진의원실 관계자의 증언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밀리면 대선도 없다’고 비장한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왔다고는 생각했다. 국보위 출신인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것을 비롯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 손혜원 의원 같은 홍보전문가들의 전략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워낙에 당이 벼랑 끝에 몰리다 보니, 평소엔 잘 반영되지 않던 비교적 젊은 층의 이야기가 먹히기 시작했다.”

총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한 민주당은, 이를 토대로 대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SNS 등을 적극 활용하며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터졌다. 국가적 비극이었지만 민주당에겐 순풍이었다.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다음은 또 다른 수도권 민주당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 민주당이 변하려는 움직임이나 대비가 없었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총선 전까지의 민주당의 위치는 그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가 아무리 싫어도 결코 기댈 수는 없는 당이 민주당이었다. 하지만 ‘을지로 위원회’를 비롯한 꾸준한 활동이 초유의 사태를 만나 하나 둘 빛을 보기 시작했다.”

호남의 ‘반문(反文) 정서’, 영남의 여전한 불신을 뒤로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어진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에 힘입어 민주당도 순항을 시작한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현 지지율이 대통령의 초반 인기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측은 “일리 있는 분석”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정당으로서도 강해졌다”고 반박한다. 다음은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중진의원실의 보좌관이 지난 7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면 어쩌냐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잘 뭉쳐 있고,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정당같이 돌아간다고 봅니다. 청와대가 좀 흔들려도 오히려 우리가 받쳐줄 수 있도록 준비 중 입니다.”

이 보좌관 외에도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가 이와 같은 의견을 내놨다. 지난 5일 기자와 다시 만난 이 보좌관은 “당내에 여전히 다른 견해도 있고, 의원마다 성향도 다르긴 하지만 그거야 정치에선 당연한 일”이라며 “계파갈등이나 시쳇말로 ‘자기정치’에 목매는 분들이 보이지 않는다. 들려오는 이야기도 없다”고 밝혔다.

마침 '관리형' 대표가 아닌 강경파 추미애 대표가 당권을 잡은 것도 호재였다. 지난 2016년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권을 잡은 추 대표는, 대선을 승리로 이끈 데 이어  지금까지 전반적인 호평 속에 당을 이끄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5일 "다른 분들이 해도 좋았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관리형 리더보다 추 대표처럼 강한 사람이 필요한 때였다고 본다"며 "잘 나갈 땐 조금 치고 나가야 더 힘이 붙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아예 다음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민주당이 자강(自彊)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야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민주당은 지금 장기집권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솔직히 잘되는 집은 다 잘 된다고, 과거보다 훨씬 체계가 잡혀가는 모습이 놀랍다”고 평하기도 했다. ‘장기집권플랜’도 염두에 두고 당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 대선서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대선 직후 “문 대통령이 잘 하시겠지만 국가를 개혁하는 일이다. 단 5년으론 어렵지 않겠나. 우리(민주당)가 들뜨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당이 튼튼해지면 그 다음 주자는 조금은 더 수월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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