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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 논란③ 고병권 인터뷰] "민주주의 잘못 해석한 것"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 민주주의 발전에 유의미한 시도"
2017년 09월 08일 (금)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직접민주주의’가 국내외 정치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선 ‘국민투표’와 ‘청원제도’를 통해 국가미래가 걸린 사안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를 기점으로 정치참여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야권 에선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위헌의 소지에 더해, ‘광장정치의 함정’ ‘포퓰리즘’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최근 국내 정계에서 불거진 ‘직접민주주의 논쟁’을 분석해 직접민주주의의 장단(長短)을 살펴보고, 학계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철학가이자 사회학자, 또 유력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고병권 작가(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고려대 민연 연구교수)가 바라보는 ‘촛불과 민주주의’는 최근 여의도에서 논쟁하고 있는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직접민주주의’도, 야권이 주장하는 ‘대의민주주의’란 단어 모두, 학문적 어패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저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민주주의는 좋은 목자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대중이 양떼로 전락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봤던 지난 겨울 촛불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에서 고병권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 '직접 민주주의, 지도자에게 맡기지 말자는 뜻" 

   
▲ <시사오늘>은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에서 고병권 작가와 만나 최근 여의도에서 불거지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논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여의도 ‘직접민주주의’ 논란, 어떻게 보았나.

"일단 ‘대의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란 단어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대의민주주의란 말을 쓰면 민주주의의 한 종류란 인상이 있다. 하지만 대의제가 곧 민주주의는 아니다. 대의제는 ‘잘난 대표, 역량있는 대표’를 세우는 거고, 민주주의(democracy)는 민(民‧demo)중의 힘(cracy)를 뜻한다. 시민의 역량을 뜻한다. 결이 다르다. 대의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더라도, ‘나쁜 지도자’가 들어서면 민주주의(시민의 역량)는 후퇴한다.

‘직접민주주의’란 단어도 잘 안 쓴다. 조금 해석이 다른 편이다. 직접민주주의는 대표(지도자)에게 맡기지 말자는 말이다. 구도자체가 검증이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와대에 5천만 국민이 들어가면 직접민주주의인가."

- 청와대에선 ‘온라인 청원제’ ‘국민참여재판’ 등을 직접민주주의 형태로 해석하는 것 같다.

"결국 민주주의를 잘못 해석한 것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시민들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이다. 정보공개법, 고등교육 무상화 중요하다. 시민들의 표현공간, 정치참여공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곧 ‘민주주의’의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시민의 역량, 즉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성숙하려면 ‘체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시민들이 재판을 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결정권이 시민에 있다’는 측면이 아니다. 참여재판을 통해 공동체를 바라본 ‘체험’. 이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는 유의미하다고 본다.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일 수 있다. ‘우리 공동체에 원전이 필요한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숙고했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민주주의‧대의제, 그리고 ‘포퓰리즘’의 관계는 어떻게 바라봐야하나.

"민주주의와 대의제는 거꾸로 갈 수 있다. 나치도 대의제를 통해 출현했다. 그렇다면 대중의견을 반영하면 민주주의일까. 대중의견을 반영하는 여론조사만 봐도 그렇다.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지, 그것을 반영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무조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대의제는 사실 포퓰리즘에 가깝다. 포퓰리즘이 가장 득세할 때는 선거 시기다. 포퓰리즘이란, 대표가 대중을 동원하고자 하는 것이고, 대표의 권한이 강화된다. 지도자의 인기가 높아 진다고해서 민주주의가 무조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고를 찍었는데.

"지지율도 높고 팬덤 현상도 있다. 민주주의는 팬덤과 다르다. 지지율이 높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지도자를 바라본다면, 그 사람에게 휘둘린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이끌어 내는 것은 비판이지, 칭찬이나 지지가 아니다."

   
▲ <시사오늘>은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에서 고병권 작가와 만나 최근 여의도에서 불거지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논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지난 촛불로 한국 민주주의 성숙도 확인…더 지켜봐야"

- 지난 겨울 촛불, 어떻게 보았나.

"지난 촛불을 두고 ‘한국민주주의가 한단계 발전됐다, 성숙됐다’는 말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론 한국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단계에 있는지 지난 촛불을 통해 ‘확인’했다고 본다.

민주주의(democracy)는 민(民‧demo)중의 힘(cracy)란 뜻을 지니고 있다. 한 정치체제가 파국을 향해갈 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힘이 바로 민주주의다. 촛불에 의해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민주주의를 확인했다고 봤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 통과 여부를 두고 흔들렸지만, 결국 촛불의 힘으로 탄핵안을 통과 시켰다. 촛불(시민)의 역량과 힘은 성숙이란 표현에 가깝다. 폭력도 없었고, 질서정연했다. 여성, 소수자 등 다양한 목소리가 한자리에 있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확인된 것이다. 단, 촛불집회가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성숙시켰느냐의 문제는 다르다. 이것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 문재인 정부, 여당이 강조하는 ‘촛불혁명’이란 단어에 대해선 어떻게 보았나.

"사실 지난 촛불은 ‘잘못된 대표’를 교체하고 상식을 회복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것은 민주주의 문제가 아닌, 대의제의 문제다. 대의제 운용사회에서 잘못된 지도자를 교체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이는 혁명이라기 보단, ‘대교정’에 가깝다.

대통령이 강조한 이 말(혁명)을 “앞으로 잘하겠다”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 많다."

   
<시사오늘>은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에서 고병권 작가와 만나 최근 여의도에서 불거지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논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2009년 촛불(쇠고기 파동이후)과는 어떻게 다른 것 같나.

"달랐던 것같다. 지난 겨울 촛불은 대통령 탄핵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것은, 대선이 곧 시작된다는 말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시민’에서 ‘정부’로 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새 정부가 어떻게 하나 보자.’ 이렇게 됐다. 정치인만 바라보고 있다.

촛불광장에서 여성들이 의미하는 박근혜 퇴진, 청년실업자들이 말하는 박근혜 퇴진, 참 모르는 얘기가 많았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배우고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급격히 생략될 수있다.

이는 1987년 때도 그랬다. 처음엔 독재타도, 직선제 쟁취에서 YS-DJ 선거구도로 넘어갔다. 단계에서 단계로 넘어갈 때 간극이 있었다. 결국 마지막 남은 사람들(DJ-YS)이 앞의 것(독재타도, 직선제 쟁취)들을 모두 쥐게 된다. 결국 그 사람들이 잘하냐 못하냐로 귀결된다.

다시 촛불로 돌아오면, 촛불의 성패를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처럼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지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미묘한 질감의 변화가 있다."

-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지난 촛불은 광장과 사람을 체험할 수 있는 세대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 자리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도 광화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고통이 무의미해지는 것’에 반대한다.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패했는데도 무의미해지는 것이 문제다. 넘어진 지점이 생각하기 좋은, 행동하기 좋은 지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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